중국과 러시아의 '버티기'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완화되는 쪽으로 가닥 잡힘에 따라 한 숨을 돌린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공동 조치로 유엔 안보리가 필요하고도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도 함께 촉구했다.
한중 정상, 관련국에 두 가지 메시지 전달
양 정상은 이날 낮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북한의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데에도 의견의 일치를 보고, 한반도의 안정적 비핵화가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전했다.
송 실장은 '안정적 비핵화'에 대해 "정세를 안정시키면서 비핵화를 이루어야 된다는 방향을 이야기한 것"이라면서도 "비핵화는 북한이 핵실험한 것조차 다 폐기하라는 뜻이고 핵무기를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대북 무력제재 등에 따른 긴장 격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동시에 '북핵 불용'의 원칙도 확고하다는 이중적 메시지를 관련국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보리 결의안 내용 모른다"지만…
양 정상이 유엔 안보리의 (북핵실험) 대응 조치를 지지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송 실장은 "안보리 결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양 정상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한중 정상이 합의한 '적절한 조치'에 대해서도 "무엇이 적절한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피해나갔다.
또한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이 완화된 내용으로 합의를 도출한 데 대해서도 "(업데이트된) 내용 자체를 가지고 논의하지 않았다"고 송 실장은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안보리에서) 실제로 군사적인 조치를 포함하는 결의안을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무력조치라는 것은 안보리 논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해 안보리 논의 방향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특사 문제에 대해 송 실장은 "하나의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며 "지금 합의를 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고 오늘 협의 결과 등을 다 반영해 검토해서 앞으로 특사를 포함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총리급 인사인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미국에 급파해 라이스 국무장관,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물론 부시 대통령까지 접촉시켜 효과를 본 중국은 곧 북한으로도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한·중, '군사적 제재 반대-평화적 해결-한반도 비핵화' 재확인
북핵 실험 당일인 지난 9일 "우리나라와 중국은 미국, 일본과 달리 그간 제재보다 대화를 중시하는 쪽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노 대통령 발언대로 지난 해 9·19 공동성명 이후 보조를 맞춰 온 한중 양국은 이날도 '군사적 제재 반대-평화적 해결-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이심전심을 재확인했다.
또한 양국은 경제제재의 수위에 대해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적절한 수위" 등 애매모호한 표현만을 사용함으로서 향후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완화된 안보리 제재'에다가 '한-중 공조 재확인'으로 인해 한 숨 돌리게 된 양국은 "그간 6자회담 과정에서 중국이 회담의 개최국으로서 보여준 주도적 역할과 한국이 전개해 온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상호 평가한다"며 향후 전개될 상황에서도 서로의 이니셔티브를 존중할 뜻을 분명히 했다.
1라운드 연착륙…라이스의 한중일 방문으로 2라운드 시작
지난 9일 북핵 실험 이후 한중일 연쇄회담이 마무리 됐고 가장 큰 관심사였던 안보리 결의안도 가시화되면서 '북핵 대처'의 1라운드는 마무리 되는 느낌이다.
닷새 간의 1라운드 동안 한-중은 물론 미국도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상황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애썼고 각 당사국들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이 언제 2차 핵실험에 나설지 모르는 데에다가 안보리 결의안에서는 '모양새'를 중시해 나름의 양보를 한 미국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17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일본을 방문하고 곧바로 한국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미 강력한 제재를 독자적으로 발동한 일본이나 미국은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한, 중의 적극적 동참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라 만만찮은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버시바우 주미 대사는 '조지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이 북핵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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