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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백혈병 희생자가 찾아와 하는 말이…"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탄생 20주년 맞은 다산인권센터

세네갈 초대 대통령인 레오폴드 세다르 상고르는 1960년 유엔 연설에서 '인권은 아침 식사와 함께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의 탁월한 비유대로 인권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50여 년 전 제3세계국가 대통령이 말한 인권이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듯하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길거리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단식을 하고 고공 철탑에 오르는 걸 마다치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감옥에 간다. 인간의 권리는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가끔 답답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다산인권센터다. 1992년 경기도 수원에 둥지를 튼 센터는 인권침해 사건을 상담하고 법률자문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오로지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해왔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인권 상황이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

물론 다산인권센터가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 인권 신장에 이바지한 일은 적잖다. 1992년 다산인권센터가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권이란 단어는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도 않았다.

▲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들. ⓒ프레시안(허환주)

20년의 역사, 다산인권센터

1992년 8월28일,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에 문을 연 다산인권센터는 당시 김칠준·김동균(현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가 법률상담소 내 다산인권상담소라는 이름으로 개소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주로 노동문제 상담과 법률구조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연을 넓혀나갔다. 현재는 초기와는 달리 인권교육, 지역운동, 공권력 감시, 빈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 인권에 따로 분야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인권상담소에서 인권단체로 새 옷을 갈아입으면서 2000년 지금의 다산인권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동시에 법무법인 다산에서도 독립했다. 말이 좋아 독립이지 사실상 재정적으로 자립한 셈. 자연히 월급은 절반으로 깎였다. 그래도 좀 더 인권분야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2년에는 직제를 폐지하고 수평적인 활동가 체제로 전환했다. 소장 등의 명칭도 없앴다. 지금 활동하는 이들 모두 상임활동가로 부른다. 2007년에는 지금의 매교동 사무실로 이전했다.

박진 상임활동가는 "하나하나 스스로 고민하면서 인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조직도 개편하고 활동도 넓혀나가는 과정을 거쳤다"며 "지금도 사회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인권분야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지난 20년 동안 맡았던 일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누명 피해자, 수원 권선동 철거민 총포사건, 삼성SDI 해고자, 레미콘 싸움, 대추리, 학생인권…. 최근에는 SJM 용역폭력 사건, 오원춘 사건, 여성 노숙인 살인사건 등이 있다.

"인권 문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전환 필요"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삼성 백혈병 사건이었다. 삼성 백혈병 문제를 최초로 알린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가 처음 도움의 노크를 두드린 곳이 다산인권센터였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한 센터도 처음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간 연결고리를 찾아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관계를 인정한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과 싸움도 막막했다.

그래도 시작했다. 유가족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하겠다고 결심했다. 황상기 씨는 "삼성에 노조만 있었어도 딸이 그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삼성과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지금의 삼성전자 백혈병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역시 삼성 사건이었다. 에버랜드에서 이주노동자 무용수 노예계약서 사건이었다. 피해 당사자는 다산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했지만 에버랜드 측에서 보상금을 주자 그날로 고국으로 돌아갔다.

김경미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노예계약서라는 인권침해 문제가 당사자에겐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됐기 때문"이라며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사회에 알릴 기회였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두고는 김경미 상임활동가는 "당시 사건을 접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로까지 인식됐다"며 "인권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시키는 게 아니라 그걸 사회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게 인권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지난 2007년 사망한 고 황유미 씨(왼쪽)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 씨. ⓒ반올림

"우리의 힘이 미약할지 모르지만…"

다산인권센터는 20주년을 맞아 그런 역할에 한 걸음 더 나가려 하고 있다. 내년께 출범 예정으로 인권교육센터를 준비 중이다. 김경미 상임활동가는 "다산인권센터가 그간 인권 피해를 당한 사람의 소리통 역할을 했다면, 인권교육센터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인권'이라는 무기를 자각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스스로 권리, 즉 인권이라는 무기를 알려줌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그들 스스로 찾게 하는 게 인권교육센터 설립의 목표다. 다산인권센터가 이미 받은 인권 침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상담하고 법률자문을 해준다고 하면 새로 만들어지는 인권교육센터는 앞으로 침해받을 수 있는 인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하는데 최대 난관은 '돈'이다. 인력이 더 필요하다. 부대비용도 만만찮게 든다. 하지만 법무법인 다산과 분리된 이후 최저생계비 수준만 받고 일하는 상임활동가들이다. 센터는 순수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된다.

각종 인권 침해 현장에서 받은 벌금형도 무시하기 어렵다. 박진 상임활동가는 지난 총선에서 '수원시 정'에 출마한 김진표 낙선운동을 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공권력이 인권운동을 '억압'하는 방식이 재판과 벌금인데, 박진 활동가는 이미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4~5차례 벌금형을 받았다. 현재도 2건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업 후원금은 받지 않는다. 기업 권력이 현재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상황이 열악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걸 희생이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간 줄기차게 주장해온 청소년인권조례가 2년 전 경기도교육청 주도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정됐을 뿐만 아니라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 건설노조 설립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내년부터 김경미 씨, 그리고 메달과 함께 인권교육센터 일을 하게 되는 '난다' 청소년 활동가는 "진보가 집권하면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뀌어야 진보가 집권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미약할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그들에게 인권의 의미를 자각시키는 노력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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