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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금융 개편안 귀결은 '모피아'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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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금융 개편안 귀결은 '모피아' 천국?

금융소비자협회·사무금융노조 "신관치"…김상조 "양면성 고려해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이 논란이다. '모피아'의 힘을 더 키워줄 "신관치 금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과 "신관치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 후보 캠프는 4일 금융 감독 기구 개편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금융위원회의 금융 산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금융 감독 업무를 금융감독원으로 넘기고 ▲금융 감독을 전담할 금융감독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금융 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시장감독원(시장 규제, 금융 소비자 보호)으로 분리하며 ▲금융 감독 유관 기관(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민간 조직이던 금융감독원의 구성원을 별정직 공무원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 후보의 방안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탄생한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합쳐 금융위원회를 만들고,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금융 산업 정책과 금융 감독 정책을 통합 관장하게 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협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책연구원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5일 안 후보의 방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각각 발표했다. 두 기관은 한목소리로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 금융"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책연구원은 "안철수 후보의 금융 개편 방안은 (…) 사실상 모피아 영향력 확대 방안이며 신관치 금융 강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책연구원은 금융안정위원회에 대해 "관치 금융의 폐해가 많았던 금융 감독 기능만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한국은행의 통화 신용 정책까지도 금융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금융 관료가 통제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안정위원회 사무국을 공무원, 즉 '모피아'가 장악하고 이 기구를 통해 금융 감독, 통화 신용 정책, 재정 정책까지 모두 쥐락펴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금융정책연구원은 소비자 보호를 실행해야 할 "금융시장감독원을 정부 기구화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소비자의 피해가 '모피아' 때문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임에도,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무원 위주의 그 나물에 그 밥식의 개혁안"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금융정책연구원은 "금융안정위원회는 '모피아'를 위한 관치금융위원회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고 정부 조직화는 모피아의 통제 하에 말 잘 듣는 꼭두각시를 두겠다는 발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 부활 음모"로 규정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이 결국 관치 금융의 폐해에 지나지 않음에도, 오히려 관치 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금융감독원 조직 분리와 공무원화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안 후보가 이헌재 씨를 비롯한 '모피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국 금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평가…"모피아 영향력 확대 방안"-"양면성 고려해야"

▲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두 기관과 달리,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5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로 규정하는 건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금융안정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 감독 기능을 둘로 나눈다는 안 후보의 방안을 "신관치로 평가할 소지도 있지만 양면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안정위원회와 관련, 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추세 변화를 거론했다. 금융 감독 및 거시 경제 안전성은 어느 한 기관이 전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여러 유관 기관이 협조해야 시스템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합의가 확산됐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은밀하게 해오던 것을 전체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안정위원회에 담긴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가 금융안정위원회 방안을 전면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중앙은행의 역할인 최종 대부자 기능을 수행할 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금융안정위원회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해 한국은행의 반발을 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를 되짚어볼 때 중앙은행을 비롯한 어느 한 기관이 혼자서 시스템 위기 문제를 풀 수는 없다는 점에서 유관 기관들이 협의하는 통로가 필요하며, 안 후보의 방안은 "법적인 기구를 만들어 이를 투명하게 하자는 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런 양면성을 감안할 때 김 교수는 안 후보의 안을 "신관치라고 단정하는 건 조금 오버"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금융 감독 분리 방안에도 양면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한 기관에서 담당할 때 후자가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둘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분리는 금융학계의 전반적인 컨센서스(consensus)"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있다. 핵심은 분리하는 취지가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여부다. 둘을 분리한다고 했을 때 각 기구를 공무원 조직으로 할지, 아니면 민간 조직으로 할지 등에 따라 현실에서 다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분리의 취지는 좋은데, 과연 현실에서 그 취지대로 견제와 균형이 잘될지는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안철수 캠프의 아이디어를 신관치라고 매도할 수는 없지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안"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금융 감독 문제는 누구도 정답을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라고 말했다. 제도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정부 조직 개편과 직결되고 기획재정부, 금감원, 금융 회사들, 금융 관련 소비자 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라는 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아직 금융 감독 기구 개편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과 금융위원회를 합친 '금융부'(가칭)를 만들어 금융 산업 부분을 강화하고,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후보와 관련해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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