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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 공장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는 농민들,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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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 공장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는 농민들, 해법은?

[공정무역, 달콤한 기적·④·끝] 마스코바도 농가가 풀어야 될 숙제

- 공정무역, 달콤한 기적
열살짜리 꼬마가 맨발로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까닭
식수도 없이 굶주리던 그들에게 어느날…
최고의 설탕, 그 제조 방법의 비밀은?

유기농 마스코바도 사탕수수 농가는 두레생협연합회와 민중교역으로 삶이 개선됐다. 하루 두 끼 먹던 아이들이 세 끼를 먹게 됐고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됐다. 교역 이후 총 653가구 중 69%가 빈곤층에서 벗어났고 31%가 현재 빈곤층을 벗어나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절반 이상이 빈곤층은 벗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기나 물이 들어오지 않는 농가가 태반이다. 대학까지 아이를 보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절대적 빈곤은 벗어났지만 상대적 빈곤은 여전하다.

마스코바도 생산이 문제다. 필리핀 네그로스 ATMC(Alter Trade Manufacturing Corporation)는 1년에 약 2000톤(사탕수수 1만1000톤 분량)의 유기농 마스코바도를 생산한다. 매 공정에 사람 손과 힘이 들어가야 하기에 생산 공정 기간이 길다.

하지만 ATMC와 거래하고 있는 농장들에서는 연간 약 3만 톤의 유기농 사탕수수를 생산한다. 반면, 마스코바도 생산 공장은 단 한 개다. 나머지 2만 톤의 사탕수수는 정제 설탕이 되거나 퇴비로 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일하기 위해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고 있는 필리핀 농민들. ⓒ프레시안(허환주)

쉽지 않은 마스코바도

농민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유기농으로 사탕수수 농사를 하기 위해선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건이 까다롭다. 유기농 사탕수수 농사는 일반 땅에서 할 수 없다. 유기농 땅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일반 땅에서 유기농 땅으로 변환되는 시간은 약 3년이 걸린다.

유기농 기술 습득도 문제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엔 제반 상황이 열악하다. 이를 가르쳐주는 기관이나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배운다 해도 사탕수수 농사법부터 시작해서 유기농 비료 만드는 방법까지, A부터 Z까지 모두 배워야 한다.

더구나 유기농 비료는 화학 비료보다 가격이 비싸다. 국제기구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외국에서 조사원이 오는 비용, 체류 비용 등을 모두 농가에서 대야 한다. 그 돈이 약 1000만 원 정도 든다.

그런 유기농 사탕수수가 마스코바도 제작 공장 상황이 되지 않아 퇴비가 될 경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그로스 사탕수수 농민에게 법률적, 재정적, 여러 부분에서 지원하고 있는 ATFI(Alter Trade Foundation, Inc.)는 마스코바도 생산 공장을 추가로 짓는 걸 준비 중이다.

필리핀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5분의 1 정도 진행됐다. 에드윈 마르틴 로페즈 ATFI 전무이사는 "ATMC(유기농 마스코바도 공장) 주변으로 14개의 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며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14개 농장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ATMC를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ATMC는 2005년 네덜란드 NGO의 지원을 받아 지어졌다.

이번에 짓는 공장은 기존 ATMC보다 규모가 작다. 한화로 54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세워지면 사탕수수 농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로페즈 전무이사는 "크기는 작지만 이것이 지어지면 농가에 더 높은 이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해주기로 한 공장 기금 중 일부만 지원했을 뿐이다. 이후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 자칫 공장 설립이 좌초될 수도 있다. 로페즈 전문이사는 정부를 상대로 약속한 기금을 지급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다른 기관과 단체에도 기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 필리핀 네그로스 농가에 있는 아이들. 이들은 민중교역 이후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안에서 밖에서 치이는 마스코바도, 대안은?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마스코바도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가격 부분에서 영양가가 많고 몸에도 좋은 마스코바도가 정제 설탕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필리핀 내수 부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ATMC에서 생산하는 마스코바도 중 약 10%만이 필리핀에서 팔린다. 나머지 90%는 수출이 된다. 수출은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 국가가 대상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마스코바도를 먹지 않는 이유는 정제 설탕보다 높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경제가 어려운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 정부는 2015년부터 태국에서 들어오는 정제 설탕의 관세를 제로로 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정제 설탕과도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태국의 무관세 저가 설탕까지 수입될 경우, 유기농 마스코바도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외국 무관세 설탕이 들어올 경우, 직격타를 맞는 건 필리핀 정제 설탕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흔들린 내수 경제가 마스코바도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을 넓혀가려던 ATMC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해외 수출부분도 쉽지 않다. 이미 유럽에서는 설탕 대체재인 옥수수 전분을 마스코바도 대신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 마스코바도 공장이 설립된다 해도 그 생산량이 제대로 소화될지는 의문이다. 로페즈 전무이사는 "생산량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여러모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수출에 의존하는 마스코바도이기에 좀 더 많은 나라에서 마스코바도를 수입하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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