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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지 선정에 환경단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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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핵연료 처분시설 후보지 선정에 환경단체 '발끈'

환경운동연합 "앞에선 토론하자고 하고 뒤에선 이미 결정"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연구용 후보 부지로 전북 부안 등 4곳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추진 중단과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김상희 민주통합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239억 원을 들여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고준위 폐기물 장기관리 기술개발' 연구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연구용 후보지로 전북 부안군, 부산 기장군, 강원도 양양군, 충남 서천군을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운동연합, 반핵부산대책위, 부안시민발전소 등은 9일 성명서를 내고 "이런 비밀스런 부지선정 작업은 군사정권 때나 있었던 것으로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약속을 깡그리 짓밟은 것"이라며 "노후 원전 가동, 신규원전 부지 선정에 이은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까지 원자력 독재국가 이명박 정권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모든 것을 해치우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고 비판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후 꺼낸 핵연료로, 재처리하거나 폐기물로 저장 또는 처리, 처분해야 할 물질을 말한다. 재처리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데, 특히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로서 국제적으로도 민감한 핵물질이다. 핵확산을 우려해 원자력의 제공국은 농축뿐만 아니라 재처리의 추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현재 핵무기보유국 이외에 재처리시설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한국은 1974년 5월에 체결되어 2014년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원자력기술 및 핵물질을 제공한 미국의 승인 없이는 한국이 재처리 또는 농축 등과 같은 핵연료주기의 핵심분야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원전부지 내의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2014년의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 국내 또는 해외위탁으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계획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처분, 누구도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며 "어마어마한 생태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해 결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핵발전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 나오는 핵폐기물 양은 얼마나 되는지, 핵폐기물 이동을 과연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 습식으로 보관할 지 건식으로 보관할지, 모아서 보관할지 분산해서 보관할지, 땅속에 보관해야할지, 지상에 보관해야 할지 등 함께 풀고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래서 정부에서는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에 사용후핵연료 TF팀까지 두면서 논의한 끝에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7월에 사용후 핵연료 사회적 공론화 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돌연 연기했고 지식경제부는 일방적으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포럼을 출범시켜 2024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공론화에 들어간다고 지난 9월3일 발표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사실은 교과부가 이미 후보 부지를 선정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 부처끼리 같은 사안에 대해서 서로 소통이 없는 것인가, 짜고 치는 작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부지선정 연구용역을 교과부에서 추진한 것을 두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교과부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 방법 중의 하나라 재처리를 지속해서 추진해오던 부처"라며 "특히, 이번 시설을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 '연구용' 후보지라고 한 점을 보면 사용후 핵연료를 고준위 핵폐기물로 처분하지 않고 재처리할 속내를 비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지만 재처리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백조 원의 비용과 핵발전소, 수 백기 분량의 일상적인 방사능 오염에 핵확산 위험까지 교과부가 독자적으로 비밀스럽게 추진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은 원전에 비판적인 국제적인 활동가와 전문가들을 계속 입국 거부시키고 있다"며 "노후 원전 폐쇄에 대한 민의가 빗발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가동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구나 다음 정부에 넘겨도 될 신규원전 부지 결정을 수개월 앞당겨 미리 결정해버리면서 관련 선정 근거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이제는 내년부터 공론화하기로 예정된 사용후 핵연료 처분 정책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후보부지도 비밀스럽게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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