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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식 해외 유가증권 투자로 4조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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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묻지마'식 해외 유가증권 투자로 4조원 손실

김기식 의원 "금융당국, 실태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과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가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해 입은 손실규모가 4조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조2000억 원의 손실이 은행에서 나왔다. 금융당국에서 국내 은행을 제재하지 않아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7일 발표한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아 분석한 '국내 은행 및 보험회사 해외투자실태' 자료를 보면 지난 9년간(2003년~2011년) 국내 은행(10개)은 2조2000억 원, 생명보험사(19개)는 1조3000억 원, 손해보험사(14개)는 4300억 원을 해외 유가증권 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 은행들은 2003년부터 2011년 말까지 총 849건, 8조3000억 원 규모의 해외 유가증권(파생상품, 현금채권, 펀드, 주식, 채권, 예금) 투자를 했다. 이 가운데 271건(31.92%)이 이미 회계장부상 '손실'로 처리됐다. 액수로는 2조2000억 원을 넘겼다. 가장 보수적 기준(회계장부상 기손실처리)를 적용했음에도 투자액 대비 26.6%가 손실 처리된 셈이다.

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보험사도 상당한 손실을 보았다. 생명보험사의 해외투자건수는 2427건, 투자금액은 27조54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329건, 1조3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투자건수 대비 13.56%, 투자금액 대비 4.82%를 차지한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총 468건의 해외투자를 했고 규모는 7조8600억 원이었다. 이중 117건이 '손실' 처리됐다. 전체의 25%에 달한다. 액수로도 4300억 원, 5.57%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김기식 의원실

은행의 파생상품 손실률 89.18%

김기식 의원실은 은행의 손해가 막대한 이유는 투자한 상품 종류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이 높은 파생상품과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한 게 패착이었다는 것.

은행의 파생상품 손실률은 89.18%로 사실상 투자한 금액 전체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은행은 주식투자(54.43%), 펀드(25.94%) 등에서 모두 높은 손실률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의 경우에도 파생상품이나 주식, 펀드의 손실률이 채권과 예금에 비해 훨씬 높았다

김기식 의원은 "보험사들이 7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 것과 달리 은행의 채권투자는 전체의 50% 미만이었고, 파생상품과 주식 투자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게다가 은행의 주식투자 손실률(54.43%)이 생보사(3.81%)나 손보사(25.3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김기식 의원실 "이는 결국 투자성향과 투자전략이 모두 문제였음을 보여준다"며 "은행은 갖가지 명목의 수수료로 서민을 상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제대로 된 능력과 준비도 없이 진행했던 해외투자에서 수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솜방망이'식 제재만 내리는 금융당국

손실은 막대했지만 금융당국의 제재와 대책은 미미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해외투자손실에 대해 제재를 가한 건수는 지난 9년간 137건에 불과했다. 그마저 126건(92.6%)은 우리은행 한군데에 해당했다. 우리은행은 1조 2000억 원 가량을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 원 넘게 손실을 보았다.

제재강도도 그리 높지 않았다. 김기식 의원실이 별도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를 보면 퇴직 은행장들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 상당'(우리은행), '문책경고 상당'(국민은행), 실무자들에게는 '주의'나 '감봉 6개월', '주의적 경고'(국민은행)가 주어졌다. 기관에 대해서도 '기관경고'(우리은행), '기관주의'(우리금융지주), '기관경고'(국민은행) 등의 솜방망이 제재만 내려졌다.

김기식 의원은 "금융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며 "은행과 보험사의 '건전성'을 우려한다고 하면서, 해외 유가증권 투자실패의 실태파악과 원인규명, 해법마련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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