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의원이 5일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박근혜 후보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의제로 내세운 '국민 대통합'에 따른 영입으로, 향후 구동교동계 인사들의 새누리당행(行)도 점쳐진다.
새누리당은 일단 화색이 감도는 표정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한 전 의원의 입당에 대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통합과 화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취지에 한광옥 전 의원이 동의하시고 그 분이 마지막으로 그런 시대적인 요구를 이루기 위해 기여하고 헌신해보겠다고 해서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치켜 세웠다.
이정현 공보단장 역시 "한광옥 전 의원이 국민 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을 위해 일익을 담당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환영 논평을 냈다.
'대통합 행보' 스텝 꼬인 박근혜, '구민주계 영입'으로 심기일전?
사실 박 후보의 대통합 행보는 지난 8월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광폭 행보'란 찬사를 들을 정도로 거침 없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안대희 전 대법관 영입 등으로 순항하던 통합 행보는 후보 자신이 내뱉은 '인혁당 발언'으로 스텝이 꼬였고, 자연스럽게 진정성 비판도 제기됐다.
이후 줄줄이 터진 측근 비리 의혹으로 지지율마저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심기일전하고 다시 시동을 건 게 캠프 인선을 통한 '구민주계 끌어안기'인 셈이다.
그러나 박 후보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강조해온 '국민 대통합'이 한 전 의원의 영입으로 담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는 누누이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화해"를 강조해왔지만, 한 전 의원을 비롯한 구동교동계 인사들이 갖고있는 '민주화의 상징성'도 의문일 뿐더러 오히려 '철새 정치인의 둥지 바꾸기'란 이미지가 더 강하다.
더 큰 문제는 '화합'의 명분 때문에 오히려 '구태'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 일각에서도 "대통합 명분 때문에 추진한 영입이지만, 오히려 구정치 이미지라는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은 "무분별한 비리 인사의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전 의원이 지난 2003년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실형을 살던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가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던 안 전 대법관이다.
인혁당 발언 후 '화해 트라우마' 빠진 박근혜, 한광옥 영입 무리수 뒀나
김근태계의 전략통들을 영입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비교했을 때도 구동교동계의 영입은 '졸작'이다. 안 후보는 이른바 GT계 영입을 통해 '민주화'의 상징성과 '인재풀'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박 후보는 둘 중 어느 것도 얻지 못한 것.
당장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의 안철수 캠프행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민주당은 한 전 의원의 새누리당행에 대해선 담담한 표정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한 전 의원은 4.11 총선 이전에 당을 떠나 관계가 없는 분으로 개인적인 결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과거 대 미래' 프레임으로 짜여진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의 '가신' 역할을 했던 동교동계의 합류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지 의문이다. 한 전 의원의 이번 영입은 인혁당 발언 이후 '민주계와의 화해' 압박에 시달린 박 후보의 '무리수'라는 느낌이 더 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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