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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 시대의 대안 '패시브 하우스', 막상 지어보니…

[해설] 정보 부족, 늘어만 가는 추가비용…"정부의 지원 필요"

이병우 씨가 자신의 집을 '패시브 하우스'로 건축하겠다고 마음먹을 때만 해도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 건 쉬운 일인 줄 알았다. 막상 시작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패시브 하우스 관련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건축하려 해도 이것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업체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업체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였다. 건축박람회에서 만난 패시브 하우스 협회 관계자가 말하는 패시브 하우스는 이 씨가 생각하는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낭비를 막고 외부로 열이 새는 걸 방지하는 주택을 뜻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난방 할 때 쓰는 에너지가 연간 15kWh/㎡를 넘지 않게 설계된다. 보통 주택에서 쓰는 난방 에너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패시브 하우스의 기본 원리는 해가 비칠 때 가능한 한 많은 빛을 받아들여 집을 데운 후, 그 열을 가능한 한 적게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단열을 위해 삼중 유리를 쓰는 것은 물론, 바닥, 지붕, 벽, 창틀까지 단열재가 쓰인다. 유리 사이에는 공기 대신 아르곤(Ar), 크세논(Xe)이 주입된다. 아르곤, 크세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낮고 결로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탄소제로우체국. 비록 완벽한 패시브하우스 성능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탄소배출제로의 건축물을 완성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맨땅에 헤딩식'으로 진행된 패시브 하우스

막막했지만 이병우 씨는 패시브 하우스를 만드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여러 기술적인 것을 검토하면서 하나하나 진행해나갔다. 약 9개월 동안 환경운동연합 자문회의, 여러 현장 답사 등을 거쳐 설계를 완성했다.

패시브 하우스의 기술적인 점을 검토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것은 단열 재료였다. 실제 건축 중인 현장을 방문해보고 자문단과 깊이 토의한 끝에 독일산 단열블록을 주단열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설계도 거기에 맞췄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독일산 단열블록을 공급하는 업체와 기술 및 가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는 단순 수입만 하고 있어 기술적인 역량이 없었다. 공급업체의 본사 기술자를 섭외해야 했다. 자연히 비용은 예상보다 급상승했다.

계산해보니 단열재 구매와 적용만으로도 1억이 넘는 비용이 필요했다. 설계사와 기술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했다. 결국, 독일산 단열블록은 포기해야만 했다. 국산 단열블록도 고려했으나 기술검증이 어려워 이도 배제한 상태여서 막막했다.

차선으로 최종 선택한 것은 일반적인 단열방식으로 진행하되 최대한 단열재 두께를 늘리는 것이었다. 보통의 8cm 두께 단열재가 아닌 그 세 배가 넘는 25cm 단열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을 너무 소비해 일정상 어려움을 겪었다. 전체 프로젝트 기간의 절반을 단열재 검증에 허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설계에만 9개월, 공사기간 약 8개월을 거쳐 지하 1층 지상 3층의 다세대 주택인 패시브 하우스를 2011년 6월 준공했다. 이병우 씨는 "겨울에 난방하지 않아도 실내온도가 16~17도를 유지할 수준"이라며 하지만 열 보온 효과에서는 패시브 하우스라 불리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병우 씨는 "패시브 하우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패시브 하우스 관련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표준화된 안내서조차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우 씨는 "게다가 높은 비용 때문에 정부에서 혜택을 받을 방법이 없을까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도움받을 수 있는 정책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결국, 건축주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 도움 없이 패시브 하우스 짓기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운동연합, 국회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 주최로 '패시브 하우스 도전, 경험과 교훈'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한 이병우 씨는 자신이 패시브 하우스를 지으면 느꼈던 소회를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주택 에너지 사용량 중 난방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60%가 넘는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난방 에너지를 최소로 절약하면 전체 에너지의 60%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점이 화두가 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핵발전소의 폐기를 주장하며 그 대안으로 에너지 절약을 제시한다. 그중에는 패시브 하우스도 포함돼 있다.

이태구 세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소비부담 감소 △온실가스감축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에너지 수입 감소로 경제 활성화 △발전소 및 송배전 추가 설립 회피 △건설경기 활성화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패시브 하우스의 장점을 꼽았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는 국내에 도입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병우 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하나하나 오류를 잡아가며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현 구조와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이다.

이 씨는 100평 내외 다가구 주택을 짓는데 공사비로 4억 원가량을 예상했다. 하지만 통상 100평 규모 패시브 하우스의 공사비는 일반적인 비용에 비해 20~30%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국, 1억2000만 원이 상승한다는 이야기다. 상승한 비용은 대부분이 단열재 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병우 씨의 패시브 하우스 건축 자문위원이었던 장석진 건축가는 "패시브 하우스는 설계부터 시공단계까지 정밀한 에너지 해석을 통한 설계와 시공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장석진 건축가는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국내에 등록한 패시브 하우스는 2012년 현재 30~40채에 불과하다"며 "패시브 하우스를 확장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승비용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랑크푸르트처럼 공공기관을 패시브 하우스로 건립해야"

좀 더 구체적인 정책도 제시됐다. 이태구 세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 기금조성 및 정부 예산지원을 통해 저에너지 건축물에 무이자, 저리 융자 및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한다"며 "우리도 이런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한, 국민주택기금 및 전력기반기금 등에서 펀드 조성해 저에너지 건축 지원, 외벽 단열, 지붕 단열, 창호교체 등의 설치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우선 앞으로 지어지는 구청사 및 시청사 등 공공건물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처럼 패시브 하우스로 짓도록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 이후엔 기존 공공건물 및 어린이집 등을 패시브 하우스로 전환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현재 패시브 하우스가 대중화되지 못하는 건, 수요가 없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공공기관 등에서 수요자가 된다면 자연히 시장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규격화된 메뉴얼도 만들어지면서 점차 대중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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