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먼저 '기본'부터 챙기는 삼성이 되기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먼저 '기본'부터 챙기는 삼성이 되기를…

[기자의 눈] 이건희 회장의 '창조적 경영' 화두를 접하고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처럼 창조적으로 경영하라."
  
  지난 1993년 '신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새로운 화두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창조적 경영'이다. 변화하는 기업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경영 전략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이 말하는 '창조적 경영'의 핵심이다.
  
  이건희 회장의 새로운 화두, '창조적 경영'
  
  유럽에 체류 중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30일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런던 홈구장에서 열린 첼시와 애스턴 빌라의 경기를 관전한 뒤 동행한 삼성의 현지 경영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삼성그룹은 첼시를 공식 스폰서로서 후원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는 우수 인력들이 펼치는 창조적 플레이의 경연장"이라며 "기업에도 '프리미어리그식 창조적 경영'을 적용해 우수 인력을 양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첼시 구장이 매 경기마다 관중석이 꽉 찰 정도로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각 포지션 별로 세계 최고의 선수와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 등 3박자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창조적 경영'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창조적 경영'이란 화두를 내세운 것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해 삼성만의 고유한 차별성과 독자성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적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밴플리트 상' 수상을 위해 미국에 머물던 지난달 13일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이 회장은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되던 시기는 끝났다"며 "독창적인 '창조적 경영'이 세계 일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삼성그룹에는 '창조적 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새 화두가 반가우면서도 어딘지 씁쓸한 이유
  
  현대, LG, 대우 등 과거 경쟁관계에 있던 여타 재벌기업들을 크게 따돌리고 국내 선두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삼성을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건희 회장의 '능력'과 '경험'을 감안하면, 이 회장이 던진 '창조적 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가볍지 않게 느껴진다.
  
  나아가 이 화두를 통해 삼성이 국내의 1등 기업이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고 경영진의 분발을 촉구하는 이건희 회장의 태도는 그가 여전히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중 하나로 건재하고 있는 이유를 새삼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그룹에 대한 각계의 찬사와 함께 쏟아지는 여러 가지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보면, 이 회장이 이번에 던진 새로운 화두가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 하다.
  
  이건희 회장이 재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등 국내 대표기업 총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작 삼성그룹 내의 어떤 부분은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정도로 전근대적인 경영방침을 갖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무노조 경영'이다. '노조'라고 하면 국가가 나서서 탄압하던 군사독재 시대가 끝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삼성그룹은 여전히 창사 이래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방침을 두고 사회적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노조의 필요성이다. 삼성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을 원칙으로 한다"고 '무노조 경영'에 대한 매우 독특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태도는 사실상 삼성그룹이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삼성그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조는 불필요하다'고 정말로 생각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은 노조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경영자에게 권리와 권한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법은 노조 설립을 노동자의 '기본권', 즉 경영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장되는 노동자들의 보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은 그 배경과 해명이 어찌됐든 간에 법의 상식에 어긋나는 경영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을 지키는 경영'부터 되새겨야
  
  이건희 회장이 좀 더 냉정하게 삼성그룹의 오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면,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으로 "기본을 지키는 경영"을 새로운 화두로 던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가 합리적이고 정당하다고 합의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경영을 할 필요가 있음을 선언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대표기업으로서 삼성그룹의 방침 하나하나가 여타 다른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그룹의 상식적이고 모범적인 경영방침과 철학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과 같은 삼성식의 '궤변'이 얼마나 더 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을지 몰라도,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삼성그룹의 현지 노동자들 또는 그들이 만드는 제품의 소비자들로부터 그런 목소리가 터져나올 경우 그것마저 쉽게 무마시킬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불만의 목소리가 독일의 삼성 현지법인 노동자들로부터 제기되어 현지 검찰이 나선 적도 있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종업원, 지역사회, 환경 등 기업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 경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책임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이같은 경영방식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사회적 책임 경영'은 유보한다 하더라도, 그에 앞서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는 경영을 하고 있는지를 곱씹는 자세만이라도 제대로 보여준다면 삼성그룹은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호칭 외에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호칭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