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올림픽 첫 경기에서 연속 세 번 무승부를 거두는 좋지 않은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첫 경기 무승부의 여파로 2004년에는 가까스로(매우 어렵게) 8강에 진출했었고 2008년에는 8강 진출에 실패한 기억이 있는 대표팀이다. 어제 경기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잘 보완해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쉽게 8강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안하다던 수비, 안정적…수비수 개개인의 성장 칭찬하고 싶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수비는 많은 국제대회에서 언제나 비난을 받아왔다. 수비라는 특성상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자아낼 수 있기에 이런 비난들은 수비수가 안고 가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만 수많은 대회를 생각해봐도 우리나라 수비가 세계적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수비라인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홍정호와 장현수의 이탈 때문이었다.
사실 중앙수비수 홍정호는 오래전에 십자인대 부상으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일찌감치 홍정호를 대체할 선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뉴질랜드를 상대로 한 평가전을 앞두고 또 하나의 주요 수비자원인 장현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포백라인에서 주전으로 불리는 두 선수가 올림픽을 앞두고 쓰러졌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의 수비 불안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 26일(현지 시각) 영국 뉴캐슬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예선 B조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구자철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과거 올림픽에서는 대학선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지만 이 4명의 수비진은 모두 프로선수들이고 각 소속팀에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장하면서 주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프로팀은 매주 전쟁 같은 리그 경기를 치른다. 매 라운드 경기를 치르면서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공격수들을 상대하면서 대인마크의 요령과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특히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공격수들은 대부분 비싸고 능력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수비진들은 이런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시아 최고의 중앙수비수 출신인 홍명보 감독이 지도하는 포백라인은 최고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어제 경기를 봤을 때, 수비조직력을 칭찬하기보다는 우리 대표팀 수비수 개개인의 성장을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선수 개개인의 성장은 앞으로의 경기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의 미래에도 매우 좋은 소식이다. 각자가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을 때, 기량 향상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조직적인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각자가 능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을 때, 대한민국 팀은 불안감 조성의 산실이 아니라 어느 대회를 나가도 손색이 없는 단단한 수비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라이커 그리고 박주영
역대 올림픽대표팀 스트라이커들은 언제나 부진했다. 리그 경기도 아니고 몇 경기를 치르지 않는 대회에서 스트라이커가 연속적으로 득점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동안의 올림픽에서 기록한 15골 중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나온 골은 4골에 불과하다. 이는 너무 부진한 득점력이다.
현재 대표팀의 미드필더진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경험도 많고 실력도 뛰어나다.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양질의 패스를 받아 슈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팀에서 가장 믿음직한 스트라이커는 박주영이다. 박주영은 올림픽 대표팀 합류과정에서 병역문제로 인해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고 결국 홍명보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까스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박주영은 현재 많은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스트라이커로서 느끼는 득점에 대한 부담감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심과 병역문제에서 비롯된 곱지 않은 시선들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제 경기에서 박주영이 보여준 플레이는 '원톱으로서 파괴력이 있었다'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박주영이 무거운 몸놀림을 보이다 후반에 교체되자, 여러 언론에서도 박주영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어제 경기에서 박주영이 좀 더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줬다면, 대표팀의 훨씬 나은 공격력뿐만 아니라 득점 모습까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박주영을 제외하고는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또 다른 스트라이커인 김현성(서울)은 발목이 좋지 않아 제 컨디션이 아니다. 또한 소속팀에서 펼친 활약과 경험을 감안할 때, 제2의 스트라이커라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선수다. 다음은 지동원이다. 지동원은 최근 감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1년 전의 지동원 컨디션이었으면 어제 경기에서 무조건 선발 출장을 했을 것이다. 결국 남은 건 박주영이다.
▲ 26일(현지 시각) 영국 뉴캐슬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예선 B조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박주영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필자는 어제 박주영의 활약에 대해 비난보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박주영은 상대의 집중마크로 고생하는 가운데에도 헤딩 경합에 적극적이었고,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돌파하기보다는 2선에 있는 선수들을 기다려주면서 볼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 경기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제 컨디션이 아닐 때 무리하게 슈팅을 하거나 욕심을 내서 드리블을 하기보다는, 동료들을 활용하며 자신의 몸 컨디션에 맞춰 경기를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다른 선수의 투입을 고려해 봐야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박주영의 대안은 없다.
박주영은 알고 있다. 지금 사람들이 보내는 관심과 응원이 자신의 활약 여부에 따라 올림픽이 끝난 뒤 더 큰 비난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번 올림픽이 4년마다 반복된 스트라이커들의 부진함을 끊고 박주영 선수가 새로운 스트라이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 경기는 월요일 새벽 1시 15분에 스위스를 상대로 펼쳐진다. 어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을 봤을 때는 매우 낙관적이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이 상대를 압도했다고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경기였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다. 8강 진출을 매우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 있다. 승리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스위스를 상대로 한 예선 2차전 경기를 지켜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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