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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분양원가 공개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까?"

[토지+자유 비평]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 차단"

지난 10일 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 주최로 열린 대선주자 초청 간담회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이날의 간담회에서는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하 '문 고문')이 초청되어 대선주자로서의 공약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이 와중에 패널로 참석한 의원 중 한 명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값 폭등을 막지 못한 정책적 실패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와중에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분양원가 공개라는 총선공약을 수용하지 못한 것은 하나의 예지만 결국 이런 구체적 정책실현 의지가 꺾여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한 것이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문 고문의 답변은 "당시를 생각해보면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원가공개가 아니었다. 분양원가 공개가 제대로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이 일자 분양원가 공개의 도입을 주도했던 경실련이 다음날(11일) 문 상임고문의 발언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경실련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참여정부는 선거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 약속을 파기함으로써 아파트값 폭등을 일으켜 온 국민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내몰았다. '서민'을 위하는 야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선분양제 하에서의 엄격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의 확대, 또는 후분양제 시행 등의 주택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거품을 제거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부패의 55%가 건설 관련 부패인 현실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위해서라도 분양원가 공개는 도입해야 한다."

ⓒ뉴시스

'분양원가 공개'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날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분양원가 공개' 제도는 이미 참여정부 시절 과열되고 있던 주택시장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한바탕 격렬한 논쟁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다"는 유명한 말을 하며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파기했고, 이에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은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는 발언을 하며 반발하였었다. 결국, 분양원가 공개가 바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2년 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서울시 공공주택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도입하면서 3일 후에 정부도 원가공개 방침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대다수 국민은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한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로 부동산 투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분양원가 공개가 부동산 정책에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참여정부 시절과는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상황에 빠져있고,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의 위험이 유럽발 재정위기 때문에 경제위기로 옮겨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투기와 '분양원가 공개'의 상관관계

먼저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경실련의 주장을 살펴보자. 경실련의 주장은 '고가분양 → 건설사들의 폭리 → 부동산 가격폭등 → 부동산 투기'로 도식화할 수 있다. 경실련의 주장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건설사들이 고가분양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일견 현실 설명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 경실련의 주장을 대입해보면 그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만약 경실련의 주장이 옳다면 부동산 침체기인 지금 건설사들이 다시 높은 이익을 얻기 위해 고가분양을 하고, 이것이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투기로 바로 이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기는커녕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분양으로 인해 수많은 건설사가 어려움에 직면했고, 정부에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실련의 논리는 부동산 문제를 가격 규제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같다. 가격 규제 옹호론자들은 부동산 문제로 고통당하는 서민들에게 '건설사'라고 하는 눈에 보이는 적을 만들어 주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양원가 공개뿐만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의 정책을 통해 가격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 못하기에 최초의 분양가만 낮출 뿐 분양 후 주택가격은 다시 원래의 가격으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최초의 분양자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안기는 꼴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확고부동한 정책은 무엇일까? 모든 부동산 문제의 핵심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존재한다. '토지 불로소득'의 존재 때문에 이를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곧바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진다. 이를 도식화하면 '토지불로소득의 존재 혹은 예상 → 투기적 가수요 발생 → 부동산 투기 → 부동산 가격폭등'이 된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없기에 부동산 가격폭등이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건설사들의 폭리도 토지 불로소득과 이를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존재할 때에만 가능할 수 있다. 사람들이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높은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고가로 분양하더라도 사람들은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다. 결국 '건설사의 폭리'가 원인이 되어 '부동산 투기'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토지 불로소득의 존재로부터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가 원인이 되어 '건설사의 폭리'라는 결과가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가격규제론'의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해석했기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제자리로

그렇다면 '분양원가 공개'는 불필요한 정책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경실련이 성명서에서 우리나라 부패의 55%가 건설 관련 부패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건설 산업은 국민에게 부패가 만연한 산업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파이시티, 지자체와 건설사의 4대강 건설비리, 국책 사업의 턴키입찰비리 등 잊을만하면 터지는 비리사건 대부분이 건설비리인 것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건설 산업에서 이렇게 비리가 만연한 것도 건설개발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토지 불로소득)이 있기 때문이기는 하다. 따라서 '분양원가 공개'를 이야기할 때, 이것이 '부패와의 전쟁'의 중요한 정책으로서 건설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건설 관련 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 효과를 과대평가하여 지금처럼 집값 안정의 핵심 정책이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분양원가 공개는 반(反)부패・반(反)특혜 정책이지 반(反)투기 정책은 될 수 없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분양원가 공개'가 아닌 토지 불로소득 환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세금을 통해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가치세제'와 토지는 정부가 직접 소유하여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건물은 민간이 소유하는 '공공토지임대제'가 있다.

특히 공공토지임대제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침체 국면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부동산(혹은 토지만)을 국가가 직접 매입한다면 하우스 푸어들의 탈출구를 만들어 주면서 공공토지임대제의 기반이 될 국공유지의 비율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책입안자들이 전향적으로 고민해볼 대안이 될 것이다.

차기 정부의 성패는 어떤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내 경제는 1000조에 가까운 가계부채, 그중에서도 400조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경제위기라는 폭탄의 뇌관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키지 않으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져 국내 경제에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수장이 누가 되든지 부동산 정책은 그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정책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대선 후보들은 '분양원가 공개'에 건설 산업의 반(反)부패・반(反)특권의 역할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부동산 정책의 핵심에는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두어야한다. 그래야지만 모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제위기도 막을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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