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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애물단지 부동산, 이대로 가다간…

[토지+자유 비평] "공동체토지신탁 도입 필요하다"

1. 가계 빚 증가,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 부동산담보대출 부실 문제의 심각성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난 경제뉴스는 가계부채, 그중에서도 하우스푸어 증가로 인한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문제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GDP의 80%(2000년 말 48%)에 달하는 910조이고, 이 중 45%에 해당하는 390조 원이 부동산담보대출이다. 대출금액 자체의 증가도 문제지만, 이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상환여력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부동산담보대출만을 놓고 보면 이자만 내는 대출이 235조원에 이르고,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연체를 하고 있는 비율이 2012년 5월 현재 가계대출의 경우 0.97%,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0.85%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자만 내고 있다가 만기가 도래하여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액이 내년에만 128조원에 달해 금융권과 개인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집단대출 연체율의 증가다. 4월 기준으로 1.56%에 이르고 있어 담보부실문제의 뇌관이 될 우려가 높다. 집단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가 인하 관련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고, 집단대출 채권의 부실율(1.21%)과 부실채권 잔액(1.2조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PF 부실문제와, 분양보증을 선 시공사와 시행사들 그리고 은행들의 재정력이 약해질 경우,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 가계대출 연체 추이. ⓒ금융감독원

2. 부동산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와 약발이 안 먹히는 시장

정부는 지금의 가계부실 문제, 특히 부동산담보대출 부실 문제도 거래활성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정상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수차례의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 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강남 3구 주택투기/신고지역 해제가 주요 이슈였던 5.10 대책 발표 이후 이곳의 주택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졌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 등 부동산시장에 남아있는 투기억제 및 개발이익 환수 장치들을 모두 무장해제 시키려 하고 있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DTI 완화, 취득세 감면까지 요구하면서 노골적으로 정부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고, 지금의 주택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을 주는 등 주택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내집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기 보다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인구감소, 고령화 등 저성장시대로의 진입 등의 복합적 요인들로 얼어붙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여건을 타계하기 위해 활성화만을 부르짖는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우리 사회에 미친 고질적 병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몇 해 전만 해도 우린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여 가격을 잡는 묘수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가 끊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묘수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두 상황을 모두 경험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 '무엇인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라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서민에게는 짐이 되는 부동산, 이런 부동산이 끼친 경제, 사회적인 손실을 더 이상은 경험하지 않게 하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이러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다.

3. 바보야, 문제는 땅이야!

우리가 겪고 있는 부동산으로 인한 온갖 문제들이 나타나는 데에는 땅을 잘못 다룬 것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가치 측면에서 보면, 건물은 구매 이후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땅은 사회의 발달과 함께 계속해서 가치가 오르는 성질을 가진다. 우리가 자주 듣던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에는, 바로 이 땅의 가치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시장이 땅의 가치를 절대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가처분 소득의 범위를 초과한 구매행위를 야기했다, 개인들의 기대치는 높아져 갔지만, 땅이 제 가치를 갖도록 하는 사회적 기여는 뒷받침되지 못했다. 부동산이 돈벌이 수단에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대와 욕심에 휘둘리던 땅을 공동체의 발전과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 땅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집이라는 것은 사람다운 삶을 위한 거주공간이며, 공동체를 이루는 기본 요소이다. 즉, 개개인은 공간의 질을 소비하는 소비자이자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생산자이다. 이젠 공간을 사고파는 매매 업자이자 가치를 독점함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이익과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을 양산하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땅의 본래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바로 이러한 잘못된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자본주의, 욕심에 기반한 경제의 종말은 새롭고 근본적인 대안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의 발현들은 필연적인 시대의 요구인 것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지역과 마을 중심의 공동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란 땅의 가치가 마르지 않고, 지속적인 흐름과 저장이 유연한 공동체이며 이 가치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공동체이다. 그러면 공동체 차원에서의 땅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4. 단기적 처방과 장기적 토대 구축, 공동체토지신탁

땅 문제의 해결방안 중 토지보유세 강화, 공공토지임대제 등이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한 국가정책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면, 최근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지역기반 비영리조직인 공동체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CLT) 사례는 부동산 담보 부실문제의 단기적 처방과 함께, 토지가치의 지역 내 공유를 통한 장기적으로 안정된 주거환경 조성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토지신탁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조직으로 땅의 영구적인 보유와 관리를 통하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저렴한 주택가격을 보장해주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의 권원을 구분하여 토지는 99년 장기임대를 하고, 건물은 판매 또는 임대를 하되, 저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환매 시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환매 가격 결정방식은 CLT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있으며 판매하는 사람과 매입자 그리고 CLT 모두가 만족하는 가격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가치를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개인과 공동체 간의 균형을 맞추어 가고 있다. CLT는 보유한 토지에 대하여 사용료를 거두어 지역에 재투자한다. 다양한 공공시설을 공급하거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토지 확보율을 높여가게 되면서 혜택의 범위도 넓혀간다.

미국 연방정부는 2008년 9월 주택담보 부실 문제가 극심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중 하나로 HUD(Housing Urban Development, 주택도시개발부)의 NSP(Neighborhood Stabilization Program, 지역안정화프로그램)를 만들었다. NSP 펀드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개인들의 거주권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곳에 자금이 투여되는 것이었다. 공동체토지신탁은 이러한 정책목표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인정받았고 CLT를 통해 은행에 압류된 주택/토지 등을 매입하여 하우스푸어들이 쫓겨나는 것을 막아주고, 장기적으로 저렴성이 보장되는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더불어서 지역주민, 거주자, 공공기관이 결합된 의사결정구조를 통하여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역할도 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주택담보 부실 문제가 심각할 당시 일반시장과 CLT내 주택의 안전성을 비교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연체율과 압류율에서 CLT내 주택의 안전성이 일반 시장과 비교해 10배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주거의 안전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CLT와 같은 조직의 출현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마을공동체 운동 및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과 같은 조직을 활용하여 주택문제 해결 및 토지가치의 공동체적 활용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주택기금, 토지은행, 지역개발기금, 사회투자펀드 등의 정책자원을 활용한다면 성공가능성은 높다. 정부는 단기적인 처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 이전에 먼 미래를 내다보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내야 한다.

탐욕에 기반을 둔 소유 중심의 정책을 바꾸고,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공동체의 기여로 만든 땅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대안이다. 집은 풍성한 삶을 위한 접속이지 자산증식을 위한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컨비비얼리티를 위한 도구(tools for conviviality)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어인 이 말은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연결시켜온 역사적 결속, 자신들의 공유지(commons)를 지켜올 수 있게 했던 마을사람들의 결속'이라는 의미이다. 땅은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결속시키는 도구이지 사람들을 마을에서 떠나게 하고, 분열시키는 재화가 아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은 공동체와 땅의 제 역할이 회복될 수 있는 정도전의 정전제, 조봉암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한국판 토지 뉴딜(New Deal)정책의 도입을 모색할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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