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렇게 말하자 김기호 낙동강 통합물관리센터장은 답변을 곧바로 내놓지 못했다. 준공이 되기도 전에 보(洑)를 보강하는 작업을 해야 했으니 적절한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지난 6월, 민주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4대강 사업 현장인 경남 합천창녕보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센터장은 합천보 현장 브리핑을 통해 보 바닥보호공에 길이 16미터, 깊이 9.7미터 크기의 세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1년 홍수기 때 일부 수문을 집중적으로 개방해 세굴이 발생했다.
이에 세굴이 확대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물받이공을 20미터에서 40미터로 늘렸고 바닥보호공도 40미터에서 60미터로 늘렸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이러한 보강공사를 두고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보가 설치된 이후를 100% 예측하기 어렵다"며 "현재의 기술로는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센터장은 "지금 비록 세굴이 있지만 보강공사를 마쳤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기식 의원은 "엄청나게 큰 웅덩이(세굴)가 생겨 보의 안정성까지 의심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건 명백한 부실 설계 때문"이라며 "속도전으로 공사하니 설계를 검증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도 "준공도 되기 전에 보가 사실상 부서진 것"이라며 "설계도, 공사도 부실하게 진행됐기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 합천창녕보에서 바라본 낙동강. ⓒ프레시안(허환주) |
"한국 토목기술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보 공사"
문제는 이런 문제가 합천창녕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단체가 올해 초 조사한 16개의 보에서도 부실 공사에 따른 문제점은 드러났다. 지난 3월 생명의강연구단이 조사한 바로는 설치된 16개의 보 대부분에서 균열 조짐이 있었고, 세굴 현상도 발생했다. 낙동강 지역에 설치된 보가 특히 심각했다.
구미보는 좌우안 콘크리트 고정보에 세로방향으로 누수가 발생했고 이외에도 9곳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강정고령보는 고정보 수직이음새 등 2곳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고 합천창녕보는 보강을 마친 좌안 고정보의 수평이음새에서 누수가 일어났다.
달성보 하류와 상류에서는 각각 깊이 10미터 길이 300미터와 약 6미터, 길이 10미터의 세굴이 발견되기도 했다. 세굴은 강정고령보에서도 깊이 약 6.5미터, 길이 200미터의 세굴이 측정됐다. 앞서 2월에 진행된 조사에서는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에서 세굴이 발견됐었다.
박창근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 하류부에 별다른 공사를 하지 않으면 폭포가 형성돼 그곳의 모래가 물살에 파여 나가게 된다"며 "이것을 세굴 현상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보 하류부의 세굴 현상은 보 본체가 주저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세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두고 "설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보는 설계대로 시공했다며 세굴 현상 등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중간급 기술을 가진 건설회사라도 제대로 공사를 했다면 누수 현상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며 "간단한 석축 공사를 해도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데, 대규모 보를 건설하는 현장에서 준공도 하기도 전에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물이 줄줄 새고 세굴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은 한국 토목기술 수준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부실 공사, 4대강 사업 시작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
그렇다면 이렇게 부실 공사가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단체는 '짧은 공사 일정'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2008년 12월, 4대강 사업에 대해 당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금의 문제는 속도"라며 "전광석화와 같이 착수하고 질풍노도처럼 몰아붙여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4대강 사업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2008년 12월, 공식 선포된 4대강 사업은 이후 6개월 만에 사업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고 4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됐다. 공식 선포된 지 1년도 되기 전인 2009년 11월 4대강 사업이 착공됐고 지난해 10월 사실상 완공을 선언했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 사업이라던 4대강 사업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채 3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계획단계를 제외하면 채 2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 16개의 보가 설치됐다고 할 수 있다. 임진강에 최근 완공된 군남댐의 경우, 공사 기간이 6~7년 걸린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 보니 1년 24시간 내내 4대강 사업 현장에선 공사가 진행됐다. 동절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날이 풀리면 재개하는 게 상식이지만 4대강 사업 현장에선 통용되지 않았다.
자연히 콘크리트 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보 공사는 보 높이가 10미터 정도로 높아 콘크리트를 한 번에 칠 수 없어 분할 시공을 해야 했다. 분할 시공은 콘크리트를 한 번 치고 나서 마르면 다시 콘크리트를 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날씨가 따뜻할 때는 상관없으나 추운 날씨에는 시공이음부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24시간 내내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인부들의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는 20명이나 될 정도로 공사는 매우 급하게 돌아갔다. 자연히 시공이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박창근 교수는 "이러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예고된 부실공사"라고 지적했다.
▲ 민주당 의원과 박창근 교수가 세굴 조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
"4대강 사업,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기록될 것"
부실 공사의 여파로 4대강 사업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대규모 개장행사를 열며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말한 4대강 사업은 아직 준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정부 측 관계자들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호 낙동강 통합물관리센터장은 "보강 공사 이후, 매주 상태를 관측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보수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창근 교수는 "정부는 여전히 아무 문제 없다며 보강공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지금의 문제를 보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 번 거짓말하면 그것을 감추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우리 사회가 그런 거짓말에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짓말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이미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며 "문제는 이런 것들이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 대다수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시행하면서 비전문가인 정치인의 목소리가 커졌을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게 4대강 사업"이라며 "이 사업은 실패한 국책사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그동안 수질문제나 보 안정성 문제에서 정부와 환경단체는 상반된 주장을 해왔다"며 "양쪽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양쪽이 함께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부어 진행한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됐다곤 하지만 무리한 시공으로 인한 부작용은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완공됐다고 한 보에선 세굴이 발생하고 물이 세고 있어 보강 공사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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