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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용납 못하는 박근혜, 2007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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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용납 못하는 박근혜, 2007년 트라우마?

[대선읽기] 친박계의 '룰 사수' 전쟁, 이유는?

'경선 불참'이란 초강수를 둔 비박(非朴)계의 반발에도, 대선 경선을 위한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오는 8월20일로 확정됐다. "당헌·당규에 따른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설명이지만, 결국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이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경선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친박계 일각에선 아예 '박근혜 추대론'까지 슬슬 고개를 든다. ·

당장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요구는 물론 원탁회의 구성, 경선일 연기 등의 주장에 줄줄이 '물을 먹은' 비박계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도부는 "경선 룰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비박 주자들과의 대화 여지를 시사했지만, 이 같은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경선일이 확정되면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자연스럽게 무산되는 분위기다.

25일 지도부는 관심이 쏠리던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선 사실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서 공을 다시 비박계 측에 넘겼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경선 룰을 둘러싼 극적 타협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경선 룰 변경을 요구하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붓던 비박계 주자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내상(內傷)만 입게 됐다. 이날 경선일이 확정될 조짐을 보이자 비박계 일각에선 "박근혜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날 경선 불참을 선언하겠다"며 '잔칫날 재 뿌리는' 격의 엄포까지 놓았지만, 결국 친박계의 '단합' 앞에 백기투항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명분은 양측 모두 그럴싸하다. 친박계는 당헌·당규에 따른 정당정치의 '원칙'을, 비박계는 '흥행 실패'를 근거로 내세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비용·시간적 여유가 없고 경선 역시 당헌·당규에 따라 연기할 수 없다는 게 친박계와 '친박계 일색'인 지도부의 입장이라면, 비박계는 런던올림픽 등으로 경선 자체가 흥행에 참패해 본선에서 패할 가능성을 들며 경선일 연기를 주장했다. 김문수 지사는 아예 "오픈프라이머리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를 위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박근혜의 '경선 고집', 이유는?


현재 박 전 위원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40% 안팎, 2등인 정몽준 전 대표의 지지율은 2% 남짓이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 이재오 의원 역시 지지율이 1%대 수준이다.

이 압도적 격차 탓에 친박계 '충성파'들 사이에선 경선이 아닌 '추대론'까지 제기되지만, 경선 룰이 변경되어도 박 전 위원장의 '대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한 중립성향 의원은 "룰을 바꿔도 박 전 위원장이 거뜬하게 이길 텐데, 왜 '불통'이란 이미지까지 뒤집어 써가며 고집스럽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박 주자들의 끊임없는 경선 룰 변경 요구에 박 전 위원장은 늘 그렇듯 '딱 한 마디'만 했다. "선수가 룰에 맞춰야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추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박 전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을 강조한 말이었지만, 이 발언 이후 친박계 전체가 '오픈프라이머리 방어 모드'로 돌입했다.

엄연한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이 연일 비박계의 주장을 맞받아치며 '박근혜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했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사무총장마저 굳이 "사견을 전제"하며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평소 말수 적기로 유명한 박 전 위원장의 말 한 마디가 측근들 사이에선 '분석 대상'이 되듯, 친박계는 그의 발언 중 '매번'이란 단어에 주목한다. 2007년 대선 경선의 패배가 경선 룰 변경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기는' 선거였는데,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경선 룰을 두 번이나 양보하는 바람에 1.5%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패했다는 것이다. 당시 박 위원장의 양보로 결정된 룰이 대의원·당원·일반국민 선거인단·여론조사를 2대3대3대2로 반영하는 현행 룰이다.

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은 "당시의 패배가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단 1%의 변수도 허용하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도 승리가 확실하지만, '원칙론'을 고수하며 정쟁을 차단하고 대세론을 이어가겠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흥행 실패 상관없나? 이번에도 '부자 몸조심'

이대로 갈 경우 문제는 흥행이다. 한 비박계 의원의 지적처럼, "저쪽(야권)은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쪽(새누리당)은 모노드라마나 찍고 있을 판"인 것이다. 문재인·손학규·김두관 등 엇비슷한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주통합당의 비교는 더 극명한 일이다.

그러나 친박계 측은 '흥행 무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경선 흥행이 꼭 좋다고만 할 수 없다. 그러기엔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야권에선 어떻게든 흠집을 내 공격할 게 뻔한데, 오픈프라이머리가 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털어 놨다. 결국 '부자는 몸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약체 후보들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쓰는 방식이지,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박 전 위원장에겐 '이득'보다는 '손실 위험성'이 크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아울러 오픈프라이머리로 대규모 행사가 열리면 대대적인 동원이 불가피하고, 자칫 지난 2008년 전당대회처럼 '돈 봉투' 사건이라도 터질 경우, 대선 국면에서 그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 역시 '현행 룰' 고수의 배경이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은 측근들에게 바람몰이 식 경선보다는 정책 비전을 중심에 둔 선거를 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8.20 전대, 박근혜 추대대회로?

물론 경선 룰을 바꾼다 해도 반드시 흥행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새누리당의 경선 흥행성이 떨어지는 것은 이른바 '박근혜 대항마'들이 너무 뜨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한 친박계 고위 관계자 역시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가 다 나와서 경선하면 흥행이 되겠느냐"며 "중요한 것은 룰이 아니라 후보의 면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자타공인 '대세론'의 주인공인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지지율 1등답게 이번 논란을 수습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겨냥한 비박계의 연이은 맹공에 박 전 위원장 역시 어느 정도 생채기가 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거센 와중에, 박 전 위원장의 '독선적'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는 평도 나온다.

당장 8.20 전당대회는 비박주자 3인의 불참으로 사실상 '박근혜 추대대회'로 치러지게 됐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나선다지만 그들과 박 전 위원장의 대결은 누가봐도 '뻔한' 싸움이다. 비박계 3인의 '경고'대로, 거물급 인사들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야권에서 엄청난 드라마가 연출될 경우, 박 전 위원장의 '대세론' 역시 휘청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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