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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무분별한 토지 수용 관행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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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무분별한 토지 수용 관행에 제동

영농 손실을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농민, 국가 상대로 승소

대법원이 토지 수용 과정에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대법관 김능환‧안대희‧이인복)은 농민 이아무개 씨(50)가 농지 수용 과정에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4일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씨는 2001년부터 경북 김천에서 버섯 농사를 지었다. 2개의 버섯 재배사를 운영했는데, 매출액이 10억 원이 넘었다(2004년 종합소득세 신고 자료).

그런데 2005년에 다목적댐을 만들기 위해 이 씨의 땅을 수용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 후 보상금 산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다. 2008년,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정부가 제시한 보상금이 버섯 재배사 등을 실제로 설치하는 데 든 비용에 훨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영농 손실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세 자료도 인정할 수 없다?

이 중 특히 논란이 된 것은 후자였다. 농지를 수용할 경우 2년분의 실제 농작물 총수입을 영농 손실액으로 보상하도록 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공익사업법)에 규정돼 있다.

문제는 농작물 총수입을 입증할 자료의 범위였다. 이 씨가 2004년도 영농 수입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표준확정신고 및 자진납부계산서를 입증 자료로 제시했는데, 이를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정부는 이를 입증 자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협의해 관보에 고시하는 '농작물 실제소득인정기준'에서 제시한 입증 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서울행정법원(2009년)과 서울고등법원(2010년)에서 연이어 일부승소했다. 그러자 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헌법 제23조 제3항이 정한 정당한 보상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공공 필요에 의한 수용 등으로 인한 손실의 보상은 정당한 보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고시에서 농작물 총수입의 입증 자료로 거래 실적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규정한 것은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증명 방법을 예시한 데 지나지 아니하고, 거기에 열거된 서류 이외의 증명 방법이라도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다면 그에 의하여 농작물 총수입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정부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국토해양부 고시는 토건 국가 유지 수단"

이 씨를 변호한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농민들이 실제 영농 소득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토지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수용해 아파트, 공장 등을 짓는 관행에 대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 변호사는 "그동안 농민들은 실제 영농 소득을 보상받지 못한 채 농지를 수용당해야 했는데, 그 배경에는 국토해양부 고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문제가 된 국토해양부 고시가 "농가로부터 토지를 헐값에 수용한 후 막대한 차익을 남겨 건설사에 분양하는 고리로서, 한국의 토건 국가가 유지될 수 있던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었다"고 비판했다. "국토해양부가 영농 소득 입증 자료를 농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요구했고, 이 때문에 농가들은 도저히 그 자료를 갖출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송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토지를 수용당했던 이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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