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상적 경선에 의해 선출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후보가 정정당당하게 내년 (대선에서) 경쟁하는 것이 가장 선진 민주주의적인 방식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의 특강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열린우리당 발 정계개편론을 비판한 발언이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의원 등 당내에서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한민공조'론에도 선을 그은 셈이다.
게다가 주로 이명박 전 시장이나 '수요모임'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등 상대적으로 당권에서 배제된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으며 '당 중심'으로 경선을 진행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에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 프라이머리, 아무나 시장바닥에서 찍으라는 거냐?"
강재섭 대표는 "지금 당의 대선 주자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지지하는 분들이 '경선을 미루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는 말을 하고 있다"며 "300만 명이 참여하는 데 따르는 비용문제도 있고, 또 시장바닥에서 아무나 와서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강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어쩌고 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에 말리는 일"이라며 "후보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측근들이 그런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언론은 재미로 그것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들과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그는 "서로 자신이 지지하는 분들의 장점을 홍보하는 것은 좋지만, 헐뜯고 서로 나쁘다고 비판하는 자해행위는 도움이 안된다"며 "조기에 대권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옐로 카드나 레드 카드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대선후보자들-지도부 연석회의 만들 것"
강재섭 대표는 "내년 적당한 시기가 되면 당의 대선 후보군과 당 지도부의 협의체를 구성해 당에 대한 좋은 의견을 의논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며 "금년에는 북핵 문제나 민생에 집중해야지, 대선 경쟁이 과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 240일 전 당의 상임고문에 위촉되어 당무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점이 내년 4월이라는 것.
강 대표는 "지금도 이미 상임고문이 30~40분 계시는데 용어도 좀 애매하니 다른 형태도 고민해 봐야 한다. 시기도 내년 1월이나 2월 정도가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독립운동 하듯 정권창출에 나서야"
특히 강재섭 대표는 이날 정권창출을 위한 당의 단합과 혁신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독립운동 할 때 단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지 않나"며 "그런 신념으로 정권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써 두 번이나 정권을 빼앗겼다. 이제는 '불임정당'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내년에 반드시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약점과 시비거리를 없애야 한다"며 자중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벌써 한나라당이 골프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 몇 번이냐"며 "이번 연말까지는 한나라당이 '수구정당', '웰빙정당'이 아니라 장애인, 여성,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정당이 되어야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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