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들과 함께 경기지역의 사회단체, 촛불시민들이 '희망김장' 1000포기를 담갔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이 <사람꽃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을 통해 경기지역 해고노동자들의 삶과 고민, 가족의 아픔, 그리고 희망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6월 1일 수원 아주대학교에서는 북 콘서트도 열린다.
<프레시안>은 <사람꽃을 만나다> 책 출간과 북 콘서트 준비를 하면서 경기지역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삶과 고민,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네 번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처음에 시작은 참 소박했다. 지난해 12월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모여 희망김장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김장만 뚝딱하면 재미없으니,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언론에 기고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디 사업장은 무슨 싸움을 하고, 그 싸움이 졌네 이겼네로 우리의 역사(이런 이야기를 기록할 역사가 있을까?) 속에 기록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싸움을 하는 사람, 싸움을 하면서 삶과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천일이 넘도록 자신의 존엄을 위해 버티고 있는 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려내는 것 이것 또한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 자본주의라는 야만의 시대에 해고라는 난도질에 맞서 최소한 인간으로서 버티고자 몸부림치는 이 사람들을 기억 하는 것,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듣고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바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인터뷰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인터뷰 글들이 모이고 보니 사람이란 게 탐욕의 동물인지라 욕심이 생겼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자고. 이 이야기를 '우리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인권이 유린당하고, 인간성이 말살당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적어도 인간이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모두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마음 아픈 이들, 하지만 투쟁하기에 이미 생명인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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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긋지긋 힘든 싸움, 몸 버리고, 마음 아파가면서 왜 싸워요? 다른데 가버리면 되지? 라는 물음에 '갈 데가 없어요' 라고 대답을 하는 이 미련한 노동자들. 여기서 물러나 버리면, 인간대접 받지 못하고 쫓겨나 버리면 다른 데서도 그럴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끌려나오고, 내팽개쳐지고, 두드려 맞고, 왕따 당하고, 몇 년을 아스팔트 바닥에서 싸움을 하더라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이 미련한 노동자들.
언론과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연예인과 부자들의 호화로운 삶, 명품과 브랜드로 휘감은 삶을 보면서 이 청맹과니 같은 세상은 부에 대한 탐욕과 욕망으로 눈멀고, 귀멀게 한다. 그리고 거대 권력과 부의 편에 서서 약자들의 삶은 짓밟고,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이 존재하는 것조차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 자본과 탐욕으로 모든 것이 환산되는 시대에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고, '노동자'이고 싶다는 이들의 말도 안 되는 싸움, 돈 없는 이의 삶은 하루살이의 삶 마냥 미천하고, 부의 기둥을 위해 바쳐져야 하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길 요구하는 이들. 인간의 존엄과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미쳐 날뛰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들의 싸움에. 거대한 쳇바퀴에 끼어서 함께 굴러가는 부속품이 아닌 소중한 존재라는 것, 적어도 우리가 인간임을 깨우쳐 주었기 때문이다.
6월 1일 벌과 나비를 기다리는 사람꽃들
이 얼음 같은 세상을 버티고 있는 이들, 이들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아닐까? 아름다움 하면 꽃, 그중에 제일 아름다운 꽃, 바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꽃이다. 사람꽃. 그래서 그들을 사람꽃으로 부르기로 했다. 삭막한 세상, 손만 대면 쨍그랑 깨져버릴 것 같은 날이 선 세상에 희망으로 존재하는 사람꽃. 책 제목도 '사람꽃을 만나다'. 물론 아름다운 장미도 아니오, 향기로운 백합도 아니다. 그냥 지천에 흔하디흔한 꽃들처럼 피어있지만 밟혀도, 시들어도 지지 않는 꽃, 사람꽃.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책 출판 기념으로 북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아. 난관이었다. 북콘서트. 뭐 책이 나오면 사서 볼 줄이나 알았지 북콘서트란 걸 가본 적 없는 초짜들이 의욕만 충만해서 질러버렸다. 처음에는 작은 소극장을 빌려서 하기로 했다가, 날씨가 좋은데 실내에서 하는 것은 좋은 날씨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에 노천극장을 떡 하니 잡아 놓고. 책에 나온 주인공들과 이야기 하는 시간도 잡고, 어마어마하게 멋진 가수와 밴드들의 음악공연도 잡아놓고. 어찌 이래저래 하다 보니 벌써 북콘서트를 치러야 할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관객이 많이 올까? 기대와 설레임, 또 걱정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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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함께 하는 노동자들도 다 이런 북콘서트가 처음이라 어렵고,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람 꽃에 벌과 나비가 되어 날아와 줄지. 이 사람 꽃들에게 따뜻한 한줌의 햇볕과 시원한 물줄기가 되어줄지.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이 북콘서트에 와 준 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사람꽃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희망으로 웃음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사람꽃이 더 크고, 아름답게 자라나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꽃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삶을 지지 해줄 벌과 나비가 필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사람 꽃을 응원하는 벌과 나비,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물줄기가 되어줬으면 한다.
6월 1일 금요일 7시 아주대학교 노천극장.
이 날 피어나는 사람꽃들이 더 이상 해고의 칼날에 베이지 않게, 모진 세상에 할퀴어지지 않길 바라며,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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