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50대 여성이 진행요원에게 밀려 넘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여성은 엉덩이뼈가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격분한 50대 남성은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상황은 경찰이 출동해 총회 출입구를 막고 진행요원과 주민을 떼어 놓고 나서야 정리됐다.
총회장 안도 밖과 경중의 차이만 있었지 난장판이긴 마찬가지였다. 뉴타운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쪽 조합원들이 지속해서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급기야 진행요원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총회장 밖으로 끌어냈다. 총회를 방해한다는 이유였다.
뉴타운 사업 이후, 재정착할 수 없는 원주민
지난 16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해군회관에서는 신길3구역 뉴타운 관리처분인가계획 조합총회가 열렸다. 이날 저녁 6시에 총회가 열렸지만 앞서 2시간 전부터 일부 조합원들은 총회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관리처분인가계획 통과 반대를 요구했다. 50여 명의 주민은 몸에 '뉴타운 망타운, 전면 해제하라'는 문구가 적힌 띠를 두르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황인선(가명·55) 씨는 "처음엔 뉴타운 사업비가 1221억 원이 든다고 했는데, 지금은 2002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영세한 주민은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고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황 씨는 "지금의 사업성으론 원주민들이 평당 1410만 원을 내야 새로 짓는 집에 들어갈 수 있다"며 "결국 원주민은 기존 집을 빼앗기고 평당 그만큼을 내고 집을 사야 하는 판국"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 이 동네를 포기하고 다른 동네로 갈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황 씨는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OS요원(뉴타운 홍보도우미)이 돌아다니며 허황된 사실로 뉴타운 사업을 해야 한다며 주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총회에 참석하는 주민 중에는 뉴타운 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도 상당수 있었다. 40대의 여성은 "뉴타운 조합 측에서 총회를 한다고 해서 왔다"며 "뉴타운 관련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우리 동네에 비대위가 구성된 지도 몰랐다"며 "뉴타운 관련해서 찬성 쪽과 반대 쪽 이야기를 골고루 들어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길3구역의 조합원은 294명. 이 중 뉴타운 사업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가입한 조합원은 120명이다. 하지만 자금력을 가진 조합에 비해 비대위 활동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합은 지금까지 사업추진비로 약 50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원 신길3구역 뉴타운 사업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업성 저하로 조합원들에게 추가된 분담금을 고려해볼 때, 지금 주민 중 몇 명이나 다시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뉴타운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 측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대로 사업을 그만두는 게 맞는 건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이미 사업은 진행됐고, 사업추진비도 많이 썼다.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조합 설립한 이후엔 어떻게?
이날 논란에도 조합 측은 관리처분인가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적 분쟁은 남아 있다. 2012년에 개정된 도시정비법으로는 분담금이 조합을 설립했을 때보다 늘어났을 경우, 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관리처분인가 계획안이 통과될 수 있다.
비대위 측은 이날 찬성 서명명부에 오류가 있다며 3분의 2가 넘지 않았으니 관리처분인가 계획안은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합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처분이라는 것은 뉴타운 지구로 선정된 지역의 부동산과 뉴타운 이후 들어서는 부동산을 수치화한 뒤 배분하는 걸 말한다. 현금계량화작업이라고도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지역 주민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철거가 시작된다. 뉴타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30일 뉴타운 탈출정책으로 주민이 원치 않으면 뉴타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신길3구역처럼 논란이 되는 뉴타운 지역은 부지기수다. 당시 서울시는 뉴타운 해법으로 추진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구역의 경우, 주민 의견을 수렴해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사업을 반대하면 구역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구역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10~25% 이상 동의할 경우, 실태조사를 하고 이후 추진위원회 구성 또는 조합 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2분의1~3분의2, 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합 설립 다음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조합 설립 단계 이후로 넘어가면 그간 투입된 자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까지 대략 20~30억 원의 자금이 사용되고 그 단계를 넘어가면 금액은 더욱 불어나는 걸로 알려졌다.
서울시 뉴타운 재개발사업은 2011년 10월 기준으로 247구역 중 초기단계인 추진위 단계에 있는 지역은 52구역이고 조합 설립 단계 구역은 58구역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곳은 19구역, 신길3구역처럼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있는 지역은 13구역이었다. 추진위조차도 설립되지 않은 곳은 70구역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다.
ⓒ프레시안(허환주) |
한계 가진 서울시의 뉴타운 탈출 전략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정비사업의 추진 여부를 조기에 결정하기 위해 6월부터 뉴타운 및 재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들어간다. 뉴타운·재개발 정비구역 실태조사를 통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사업비와 추정분담금'을 산출한 뒤,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실태 조사 대상은 정비예정구역 159곳과 정비구역 106곳이다. 애초 시가 실태조사 대상으로 밝힌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구역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이미 구성된 305곳은 토지 등 소유자의 10% 이상 동의를 받아야 실태조사를 추진할 수 있다. 추후 주민요청에 따라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시는 지난 2월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이전에 토지 등소유자 30% 이상 동의를 받아 해제를 요청한 서대문구 홍제4구역과 북가좌1구역, 금천구 독산1 정비구역 등 18개 구역은 우선 해제를 추진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뉴타운 사업과 관련해서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진 구역에 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뉴타운 사업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 간 법적 다툼과 폭력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뉴타운인가" ① "뉴타운이 로또? 지붕에서 비 새도 수리도 못하는데…" ② "황금알 낳는 거위라던 뉴타운, 이제는 재앙" ③ 박원순 옥죄는 '뉴타운의 덫', 묘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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