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인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중국, 한국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당선 직후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청와대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입장이 정리된 것이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급할 것 있냐'는 청와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재개하지 않을 경우 한일 정상회담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아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변인은 "아베 총재가 아직 총리가 된 것이 아니잖냐"면서 "정상회담 희망 발언도 공식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오는 26일 아베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 이후에 입장을 정리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여 '경우의 수'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먼저 중국과부터라도 연내에 정상회담을 재개한다는 구상 아래 22일부터 열리는 중일 외교차관 회담에서 회담 재개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아베 총재가 이미 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기 때문에 당분간 참배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임기 초반 이른바 '셔틀외교'로 양국을 오가면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돈독한 사이였지만 독도 문제, 야스쿠니 신사 문제 등이 겹치며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작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나 최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조우했지만 의례적 정상회담도 갖지 않았다.
지난 11일 ASEM 회의 중에 열린 아시아 정상회의 직전에 고이즈미 총리가 "동해 방사능 오염문제에 대한 한일 공동 조사합의와 관련한 협의가 잘 돼 만족스럽다"고 말을 걸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고만 답했을 정도다.
당장 못만나도 11월 베트남 APEC회의에서 조우
아베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 이후 당장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도 오는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될 APEC회의에서는 양국 정상이 조우할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서는 최소한 고이즈미 때와는 다른 방식의 양국 접근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곧 있을 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에 대해 양국이 보여 온 공감과 유사한 대응방식이 재확인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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