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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며 깨어지는 구럼비의 호소,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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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며 깨어지는 구럼비의 호소,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

[기고] "구럼비 바위 폭파, 우리 양심이 함께 깨진다"

지난 3월 11일(일) 제주지방법원은 천주교 예수회 소속 김정욱 신부와 제주 늘푸른 교회 이정훈 목사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평화와 생명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성직자들의 절절한 신앙, 인권과 자연을 수호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을 감옥에 가두었다. 현재 제주교도소에는 강정마을 평화지킴이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가 3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양윤모 씨는 지난해 봄에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 중 구속되어 76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과 강정주민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렸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과 함께 그의 외로운 싸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사람들이 제주로, 강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 구럼비 바위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며 목숨을 건 호소를 우리에게 전한다.

이미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을 비롯한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십수 명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활동 중에 구속되고 석방되었다.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12명의 천주교 사제·수도자들은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받고 재판을 받고 있으며, 수도복을 입은 천주교 수녀 18명이 강정마을에서 연행되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법무부는 영국출신의 세계적인 평화활동가 엔지 젤터 씨를 강제추방 시키겠다며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통해 기소된 이들의 벌금 총액은 3억 원을 넘었다.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 세계적인 석학들과 평화활동가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이미 300여 명을 전과자로 만들었다.

지난 달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년 기자회견에서 제주 해군기지 강행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사강행 입장표명 이후, 해군의 구럼비 발파 신청, 경찰의 신속한 허가, 육지에서 입도한 대규모 공권력의 투입, 즉각적이고 연속적인 발파공사, 종교인들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연행과 구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마치 그동안 여론의 동향을 살피느라 공사가 늦춰진 것이 억울하다는 양, 지난 해 말 국회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당한 것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양, 매일매일 구럼비에 화약을 묻고 폭파를 강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정대응이라는 원칙만을 내세우는 이 나라의 공권력과 사법부는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지난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성직자들을 감옥에 가둔 이후, 두 차례의 북한 방문으로 구속되었던 문규현 신부를 제외하면 천주교 사제의 구속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이토록 참담한 일을 벌이면서까지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해야하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에게는 국민보다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해적'이라 불리는 것에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불안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구럼비 발파 공사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이 높아지고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연대가 광범위 해 지고 있으니 성직자들을 구속시키는 것으로 평화활동을 옥죄어 보겠다는 심산일까? 그렇다면 이건 정말 큰 착각이다. 잡혀가고 감옥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도 평화를 수호하고 생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국가 공권력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실정법이라는 칼날에 무릎 꿇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목사를 감옥에 가둔 첫 번째 장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구속되어 있는 양윤모 영화평론가, 김정욱 신부, 이정훈 목사, 김세리 활동가는 즉각 석방되어야한다. 이들을 가둔다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우리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강정을 방문할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제주 해군기지 반대의 촛불이 밝혀 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지금이 노무현 정권인가?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백배사죄하지 않는 것은 못마땅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는 바로 이명박 정부이고, 구럼비 폭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정부도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해군은 절망하며 깨어지는 구럼비의 호소를 들어라. 눈물과 한숨으로 불안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절규하는 이 땅 양심들의 절규를 들어라. 더 늦기 전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구럼비와 강정주민들에게 사죄해야한다. 국민의 꾸짖음은 생각보다 느릴지는 모르나, 짐작하는 것보다 준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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