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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박근혜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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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 박근혜만 웃었다

[분석] 포장은 'MB 단절', 속내는 '대선 친위부대' 구축

생(生)과 사(死)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쪽에선 '시스템 공천'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박근혜 사당', '친이 학살', '보복 공천' 등 가시 돋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누리당이 2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 '피의 월요일' 이후, 새누리당엔 다시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4년 전 공천의 화두였던 '친박 학살'에서 '친이 학살'로 그 대상만 바뀌었을 뿐, 양 진영의 희비 쌍곡선 역시 그대로였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대선까지 바라 본 '친위 공천'?

5일 발표된 새누리당 2차 공천자 명단의 친이계 성적표는 초라했다. 탈락한 지역구 의원 15명 중 12명이 친이계였다. 전여옥, 신지호, 진수희 의원 등 전략지역 선정으로 사실상 공천이 어려워진 의원도 대다수 친이계였다.

청와대 참모라인의 '전멸'도 눈에 들어왔다.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냈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공천에서 밀려나 그 자리에 친박계 중진 홍사덕 의원이 공천을 받았고, 이상휘 전 홍보기획비서관, 김형준 전 춘추관장도 줄줄이 탈락했다. 박형준 전 사회특보, 김희정 전 대변인 등도 경선을 거쳐야 하는 등 공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이계의 기반인 수도권을 무너뜨리면서 본격적인 '친이 배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 대선 입지를 굳혀야 하는 박근혜 위원장 입장에선, 당장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주도한 '현 정부 심판' 구도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총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MB 색깔 지우기'에 돌입한 것이다.

박 위원장 개인에게도 자신의 대권가도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친이계를 공천하는 것보단, 이른바 '친위 부대'로 당을 장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박근혜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선동(서울 도봉을),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의원 등 최측근들은 1,2차에 걸쳐 일찌감치 공천 명단에 '무혈입성'했다. 친이계 탈락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사당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초선 의원을 대거 탈락시킨 자리에 50~60대 전직 구청장을 공천한 점도 눈에 띈다. 서울만 하더라도 성북을, 광진갑, 노원갑, 마포갑 등에서 40대 초선 의원이 탈락하고 전직 구청장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선 "쇄신공천 측면에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데다, 결국 지역 장악력이 뛰어난 구청장 출신이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에 도움을 줄 것을 고려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가까스로 살아 남았지만…날개 꺾인 이재오, 팔 다리 잘린 정몽준

반면 측근들이 줄줄이 낙천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친이계 '수장' 이재오 의원의 경우, 최측근인 진수희·권택기·장광근 의원이 사실상 공천에서 낙마하면서 '나홀로' 수장이 됐다.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뉴시스
여권 내 다른 잠룡인 정몽준 전 대표의 처지도 비슷하다. 가까스로 자신은 동작을에서 공천을 받게 됐지만, 역시 핵심 측근인 전여옥(영등포갑)·정미경(수원 권선) 의원의 지역구는 모두 전략지역으로 선정돼 공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애초 이재오·정몽준 '양대 수장'의 공천 여부는 박근혜 위원장의 친이계 생사여탈을 가름할 척도로 여겨졌다.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두고 정홍원 공천위원장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신경전을 벌일 때에도, 결국 이 의원에게 공천장을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여기엔 박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했다.

'친이계 끌어안기'의 지표가 된 이재오 의원의 공천으로 대선을 앞둔 박 위원장이 화합과 통합의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불필요한 계파 분란 역시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친이계의 리더 격인 이 의원은 상징적으로 살아남고, 나머치 친이계 의원들은 대거 낙천될 것이란 설이 파다했었다. 결국 '화합'에 방점을 찍은 1차 공천 이후 발표된 2차 공천은 박 위원장의 '친위 공천'으로 결론 났다. "수장은 남기고 수족은 자른다"는 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오 의원 같은 굵은 가지만 남겨두고 나머지 가지는 다 쳐서, 소위 말하는 수족을 다 쳐내 혼자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것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당내 대권 경쟁을 '박근혜 1인 구도'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 물갈이 한다'던 영남 공천, 결과는…

물론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 쪽에선 이번 결과가 "수도권 의석의 80% 이상을 친이계가 차지하고 있었던 터라 '친이 학살'로 비춰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이르면 7일 발표되는 3차 공천에선 친박계가 대거 포진한 영남 지역이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친박 '균형 맞추기'를 위해서라도 친박계에 희생자가 많이 나올 것이란 판단이다.

이런 주장대로, 결국 박근혜 위원장이 이번 공천이 '친이 학살'이 아니라고 입증할 방법은 친박계의 물갈이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친박계 현역 의원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대신 다른 친박계 인사를 공천한다면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친박계 쪽에선 이미 친박계 3명이 탈락한 것을 두고 "친이 학살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가 고령이나 낮은 지지율 때문에 '용퇴론'이 나왔던 인물인데다, 현역 정해걸 의원을 제치고 경북 군위·의성·청송에 공천을 받은 김재원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때 박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박근혜의 입'을 통한다. 결국 '친박 빼고 친박 심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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