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농사, 배워야 산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농사, 배워야 산다"

[2012 농사직설]<6>"노인 복지와 청년 창업 지원 투 트랙"

충북 청원의 베리원 '삼부자' 딸기 농장의 이현규(31) 씨. 그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4년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아버지의 권유로 아버지를 도와 딸기 농사를 짓는 '귀농 청년'이 됐다.

"시골 생활이 답답하지 않냐구요? 전혀요. 여기서 청주 시내까지 30분이면 가는데요. 친구들 만날 일 있거나 그러면 얼마든지 시내에 가서 소주 한 잔 할 수 있죠."

그의 아버지는 '학습'을 통해 연 매출 1억8000만 원의 딸기 농장을 이뤄냈다. '어떻게 하면 딸기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라는 일념으로 '딸기 박사'라고 불리는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 박사를 찾아가 학구열을 불태웠던 그의 아버지처럼 벤처농업대학에 다니며 선진 농법과 농업 경영에 대해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 있다.

▲ '2010 대한민국 푸드 비엔날레' 피날레로 열린 농산물 패션쇼 무대에 선 충북 청원 베리원딸기농장 이현규 삼부자. 딸기농장을 상징하는 복장을 입고 있다. ⓒ뉴시스

"대학에서 '기타 치는 농부들'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도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코엑스에 가서 기타 공연도 했습니다. 친구들도 부러워 합니다. 저는 벌써 명함에 '대표'라고 적혀 있거든요."

이 외에도 그는 2010년에는 푸드비엔날레에서 아버지, 동생과 함께 패션쇼 무대에 서는 등 벤처농업대학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치명적 한계는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통계만 두고 봤을 때는 이런 한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농업전망 2012'에 따르면 2011년 농가인구 3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돼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은 2011년 36.2%에서 2022년 46.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농촌에서는 '청년회'가 대부분 '장년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장년회 구성원도 대부분 50세 이상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점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까지는 아니지만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 청년층이 기술 학습을 통해 벤처 경영자로 농업현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 농업교육이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기관, 농협, 지자체, 민간단체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농업인 교육 및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 2009년 기준으로 농식품부, 농촌진흥청 등이 주관하는 농업교육 과정만 526개였고, 약 19만8000여 명의 교육을 받았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250억 원 규모였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소득 증대의 효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농수산대학에 따르면 2010년까지 졸업생 2291명 중 자가영농을 하는 1260명의 2010년 연평균 소득이 6516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농가 평균소득(3212만 원)은 물론,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4809만 원)도 뛰어넘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한농대는 학비 전액이 면제다.

최근 서규용 장관은 한농대 졸업생 간담회에서 "국내 100대 기업의 소득이 6000만 원 정도로, 한농대 졸업생의 소득이 500만 원이 더 많다"며 "한농대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이어 "경쟁률도 2.74대 1에서 최근에는 4.54대 1로 높아졌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한농대를 더욱 육성하고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임형백 등의 논문 "농업인 대학 교육이 농업인 소득에 미치는 효과" 논문에 따르면 전국 88개 농업인대학 교육생 모집단에서 표본 추출한 6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 교육으로 인해 평균 250만 원의 소득 증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고, 한국농촌경제연구의 <농촌경제>에 지난해 11월 발표된 강혜정 등의 논문에도 "최근 3년간 농업교육에 참여한 농업경영체를 대상으로 농업교육을 받기 전과 받은 후 농가소득 증가율을 추정한 결과 평균 농가 소득증가율은 17.54%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학습을 통한 소득 증대 효과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젊은 층의 학습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농업교육 기관 관계자는 "연로한 세대는 기존에 자기가 해오던 전통적인 농법이 있기 때문에 농사 방식을 변경하기 쉽지 않은데다, 근로 의욕 면에서도 젊은 세대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젊은 세대는 경험이 부족해 농사 기술은 떨어지지만 최근에는 농업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아 농사 적응 기간이 3년 이내로 짧아지고 있고, 시장 조사와 경영 전략을 접목해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릴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2012년 업무계획에 농업 교육 확대 전략을 확충했다. 농고와 농대에 전문 교과과정을 개발해 실습시설을 지원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선도 농어업인을 겸임 교사로 활용해 현장 실습 중심의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창업품목 컨설팅, 1대1 전문가 멘토링, 30대 이하 농지 매입 및 임대지원(2500핵타아르) 등을 통해 젊은 농어업인을 매년 2500명 씩 육성하고, 기존 농어업인 재교육을 위해 평생교육 및 이력 관리시스템 구축 및 실습교육장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이촌, 농업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1981년부터 농어민후계자육성기금법을 만들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을 벌여왔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후계농들이 융자를 받아 구입한 농지를 매도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사업을 벌여온 결과 13만 명의 후계농이 육성됐다. 특히 이들은 농업 생산 증대 역할 외에도 마을 이장이나 작목반장 등 지역 공동체의 리더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외적 효과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새로운 농업기술을 들여와 생산과 소득이 증대할 경우 마을 전체가 작목반을 꾸려 기술을 전수 받아 참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규용 장관은 "우리 농촌 인구가 65세 이상이 46%가 넘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은 농지연금, 직불제 등 복지 차원의 정책적 접근을 하고, 젊은 사람들은 수익성이 좋은 작물을 통해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게 '투트랙'의 농정을 펼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재의 우수성을 감안하면 교육 기관을 더 키우고 활성화 시킬 때 덴마크나 네덜란드 못지않은 선진 농업국가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공동기획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