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이 "매일 고민하고 있다"는 뉴타운 해법안이 지난 30일 발표됐다. 핵심은 뉴타운 지구 610구역을 서울시가 직접 전수 조사하겠다는 거다. 그간 뉴타운 지역에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한 건,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주민동의를 받고 곧바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서울시에서는 분석했다.
전수조사는 4월 총선 이후에 시작해 약 6개월간 진행될 전망이다. 그렇게 될 경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사업타당성은 거의 없는 걸로 나올 공산이 크다. 결국, 전수조사를 하는 지역에서 뉴타운 사업은 해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부동산 정책을 두고 서울시와 각을 세워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일단 이번 발표를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뉴타운 사업이 잘못됐다는 건 박 시장도 알고 있었다"며 "그에 대한 당연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매몰비용 부담, 세입자 대책, 해제 지역 대책 등 미진
물론 부족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조합 단계에서 해제될 경우, 그간 사용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매몰비용 부담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지역 주민의 뉴타운 사업 찬반 투표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취소되는 뉴타운 사업과 관련해, 그간 사용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밝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세입자 관련, 정책 역시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주거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마련하고 세입자 재정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악천후와 동절기에 이주 및 철거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세입자 재정착 대책, 강제 퇴거 금지에 관한 대책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책은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미 전임 시장도 동절기 철거금지 지침을 발표했고, 세입자보호라는 이름의 정비 사업대책을 발표하고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구체적 추진책이 빠른 시일 안에 제시되지 않으면 전임시장들과 같은 립서비스 주거정책으로 머물 수 있다"며 현실적인 제도시행을 촉구했다.
▲ 박원순 시장. ⓒ프레시안(최형락) |
뉴타운 지구에서 해제될 경우, 어떻게 할지를 두고도 이렇다 할 명확한 계획이나 재정이 준비된 건 아니다. 서울시는 '마을만들기', '두꺼비하우징' 등의 사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중장기 계획이 없는 상태"라며 "도시재생 사업은 돈이 없으면 할 수 없지만 재정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뉴타운을 해제한 뒤 남은 노후한 주택을 개선하기 위해선 공공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이 부분에 좀 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변 재건축 지역에 영향을 주는 종 상향
뉴타운 문제가 박 시장의 골머리를 아프게 한 거였다면 가장 논란이 된 건 종 상향 문제였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7일 가락 주공아파트를 2종에서 3종으로 변경시키면서 용적률이 최대 285%까지 허용했다. 가락 시영 재건축단지의 종 상향 요구는 2005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번번이 서울시에는 반려해왔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두 달이 안 된 시기에 이를 통과시켜 논란이 됐다.
서울시는 "가락시영과 같은 대규모 저층 단지의 경우 임대주택과 공공커뮤니티시설 등 공공성을 확보한 종 상향 계획안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역세권인 가락주공과 다른 강남 재건축 지역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 상향 관련, 개별 재건축 지역 상황과 조건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실련 등은 종 상향 결정이 다른 재건축 지역에 영향을 준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며 동등하게 종 상향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 실제 둔촌주공 등 강남 재건축단지는 이미 서울시에 종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자문위원 관계자는 "역세권에 있는 가락시영의 경우, 종 상향을 해도 된다. 도시계획상 그것이 가능하다"며 "이미 전임시장 때부터 이는 결정된 사항이지만, 좀 더 보완하라며 그간 반려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총회 등을 통해 종 상향을 의결하고 구청 및 서울시에 이것이 통과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종 상향이 되면 8만호 임대주택을 약속한 서울시의 입장에서도 편하다.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 상향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점과 형평성을 이유로 종상향을 요구하는 재건축 조합의 요구를 서울시가 앞으로도 뿌리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8만 호 공공임대주택은 어떻게?
그렇다면 선거 공약이었던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8만호 공급은 쉽지 않은 공약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서울시내에 이 만큼 공공주택을 지을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짓기가 어렵다.
일례로 은평구 지역에 빈 택지에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지으려 했으나 구청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구청 입장에서는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병원이나 대형 마트 등을 유치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주택이 주는 낙후된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보니 기존 택지에서 임대주택을 짓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서울시는 8만 호 모두를 새로 짓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뉴타운-재개발 지역에 임대주택을 지어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재개발 지역에서 대략 5만 호 정도의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1년 선거공약에서 임대주택을 5만 호 공급하겠다고 한 것도 재개발 지역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약 3만 호는 어떻게 공급할까. 이 부분 관련해서 서울시는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공급 전략에서 박원순 시장이 어떤 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지 엿보인다.
▲ 신길 뉴타운 지구. ⓒ프레시안(허환주) |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약대로 공공임대주택 8만 호를 공급하려면 기존처럼 임대주택을 새로 짓거나 주택 매입 후 임대를 주는 두 가지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소규모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개발 전략을 세워 3만 호 공급 물량을 채울 계획이다.
시정개발연구원이 밝힌 공급 전략 중에서는 공영주차장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한 주거복합화 전략이 눈에 띈다. 시는 시내 전역에 있는 공영주차장 701곳 가운데 나대지 형태의 평면주차장 206곳에 복합개발로 임대주택을 지으면 2020년까지 약 10평(30m²) 이하 소형주택 1만3000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보육시설과 도서관 등 공공복지시설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중구 신당동에 있는 구립 도서관과 바로 옆에 위치한 약수 공영주차장을 통합해 복합 건물로 계획하면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동네 도서관 위에 주택을 세우는 셈이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도시개발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고민 중"이라며 "동사무소를 증축해서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주거비 상승을 부담하지 못하는 세입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성달 팀장은 "세입자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며 "주거비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세입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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