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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당신에겐 지칠 자유마저 없었나"

[현장] 눈물의 영결식…"당신이 가고 나서야 알았다"

노래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운구행렬이 성당 밖을 빠져나오자, 생전 고인이 즐겨부르던 '사랑으로'를 함께 부르던 사람들의 노랫소리에 울음이 섞여 나왔다.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던 이들 중 누군가 "함께 부릅시다"라고 외쳤지만, 이조차도 곧 울음으로 바뀌었다. "참여하고 점령하라"던 2012년을 이틀 앞두고 세상을 떠난 사람,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만이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영결식이 3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민주사회장'으로 엄수됐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타계한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영결식이 3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엄수됐다. 그의 빈소에 이어졌던 조문 행렬처럼, 이날도 영결식장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미처 성당에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성당 안마당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봤다.

"우리 모두 김근태에 빚졌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모두 그에게 "빚졌다"고 했다. 또 그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 함세웅 신부는 영결미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생전 김 고문에게 '더 싸우라'고만 요구했지, 그가 고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함 신부는 "전기고문을 당한 김 고문은 외적인 상처 외에 내적인 상처도 컸지만, 우리는 그 분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투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며 "유족 앞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를 '김근태 선배'라 불렀던 후배들은 제도 정치권 편입 이후에도 늘 '비주류'였고 '상처투성이'였던 그의 생에 "빚을 졌다"고 말했다.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 당신이 가고 나서야 알았다"며 "당신이 옳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의 벗이자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지선 스님은 "우리는 당신에게 별로 해준 게 없다"며 "지도자라는 멍에를 주었으면서도 티끌만한 힘도 보태주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납게 할퀴고 조롱하는 정치모리배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을 때도 우리의 눈은 항상 싸늘했고, 끝내 독재로 회귀한 권력이 세상을 기만하고 있다는 당신의 경고에도 귀를 닫았다"며 "끝내 당신은 지치고 말았지만, 당신에겐 지칠 자유마저도 없었나 보다"고 말했다.

다짐의 말도 이어졌다. 정치권 인사들은 앞다퉈 그가 당부하고 떠난 마지막 유지, "2012년을 점령하라"는 뜻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보상 받았다. 역사의 책무를 다 한 이름없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전 김 고문의 말을 잊지 않겠다고도 했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는 "99%의 서민과 중산층이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2012년 우리의 승리를 먼 곳에서라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역시 "2012년 반드시 민주주의를 되찾고 국민의 희망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2시간30분에 걸친 영결식이 마무리된 뒤, 고인이 생전 즐겨불렀다는 '사랑으로' 노래와 함께 운구행렬이 성당 밖을 빠져나왔다. 그의 '평생의 동지'인 부인 인재근 여사와 유가족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성당 밖에 몰린 추모인파는 노래를 부르며, 또 눈물을 흘리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오전 11시께 명동성당을 떠난 김 고문의 운구 행렬은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20분간의 노제를 지낸 뒤 장지로 향했다.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김근태 고문은 전태일 열사·조영래 변호사·문익환 목사 등이 잠든 마석모란공원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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