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행정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 발전 조건 : 성장·환경·복지의 선순환'이라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연구에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각 국책연구기관이 두루 참여했으며 이들은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추가 건설, 수명 연장 삼가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높여야"
이 중 에너지 분야를 맡은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중단하고 더이상 원전을 추가로 짓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강광규 환경평가본부장은 이 보고서에서 "에너지(원자력) 공급 확대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 과연 지속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원자력이 온실가스나 대기오염물질은 현저하게 적게 배출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환경 친화적 내지 청정연료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원전 확대가 실질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보조를 통해 주민 및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부지 확보와 신규 건설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본부장은 "추가적인 원전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삼가고 기존 원전의 내구년수까지만 가동해야 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를 기본 계획보다 더 상향조정하여 원전 감소분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는 보완적 에너지원으로써의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뉴시스 |
이러한 지적은 '녹색 성장'을 내세우면서 신재생에너지 보다는 원자력 발전 확대에 치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맞물렸다.
강 본부장은 "화석연료 소비 비중을 대폭 감소시키는 대신, 그것을 신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 또는 수요관리 강화를 통한 수요감소분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이라고 정리하고 "결국 화석연료 소비 감소의 대부분을 원자력이 대체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의 설비 비중을 2030년 37~42%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신규원전 부지 지정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당초 2012년까지 8%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한다는 것으로 낮춰잡았다.
문제는 이것도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 강 본부장은 "1차 에너지의 11%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이 녹색성장의 핵심이 되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고는 하나, 취약한 기술수준, 국내 부존량의 문제 등의 한계점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가격구조 개편도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11%까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또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수요관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원단위'를 2030년까지 45% 이상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에너지원단위'는 GDP 당 에너지 소비량으로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나타낸다.
강 본부장은 "과거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의 대부분을 도입해 실행했지만 에너지 원단위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며 "현 상황에서 과거 정책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녹색 성장을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추진하여 원단위가 46%나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도 가격구조 개편에 대한 원칙만 천명되어 있을뿐, 구체적인 일정 및 방안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또는 수요 감소의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면, 화석 연료 소비 감소의 대부분을 원자력이 대체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 본부장의 평가다.
그는 "기존의 에너지 공급안정 개념을 수요관리 강화로 개념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수요관리를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격상 △전력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 △기존 원전의 내구년수까지만 가동 및 추가 원전 건설 중단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상향 조정 △에너지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 환경부 이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원자력 발전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부담 넘기는 것"
또 기조 발제를 맡은 한국행정연구원의 정지범 연구원도 원자력 발전 확대를 녹색성장 정책의 대표적인 한계로 짚었다.
그는 녹색 성장 정책에 대해 △경제성장을 가장 우선시 하고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며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것을 한계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의 계획은 현 세대의 발전을 위해 많은 부담을 미래세대에 남겨주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가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2030)에서 강조한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이라고 꼽았다.
한편 이 보고서는 아직 초안 단계로 일부 내용이 언론에 소개된 이후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등 내부 협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