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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앉아서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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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앉아서 일하고 싶습니다"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자"…제3회 '아주라 콘서트' 개최

"생각보다 많이 다치셨네요. 그런데 왜 하필 제일 바쁜 금요일에 다치셨어요?"

대형할인점에서 냉동만두 시식을 담당하는 직원 김수희(가명) 씨가 냉동 창고에서 물건을 들이던 중 상자가 다리로 떨어져 다쳤다고 말하자 팀장이 보인 첫 반응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는 팀장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넘겼다. 김 씨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당분간 일을 쉬어야 한다는 의사 진단을 회사에 알리자 회사는 즉각 해고 조치를 김 씨에게 통보한 것.

김 씨는 사고 이틀 후 담당자로부터 "계속 매장을 비울 수 없으니 사람을 교체해야겠다"고 전화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깁스한 발로 회사를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소용없었다. 억울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옆에서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 6개 단체가 주최한 제3회 아주라 콘서트 <서비스 노동자의 가을>이 진행됐다. '아주라'는 '아이에게 주라'라는 뜻을 가진 부산말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아이에게 물려주자'라는 뜻이다.

ⓒ노동건강연대

"서비스 노동자 증가→ 산재도 증가, 하지만 대책은 미비"

이날 콘서트에서는 김수희 씨의 사연이 발표됐다. 김 씨는 해고통보 이후, 부당해고구제신청과 산재보상신청을 했고 지금은 복직된 상태다. 하지만 김 씨처럼 업무 도중 다쳤지만 해고되는 서비스업 노동자는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셀 수 없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30년 동안 서비스 산업의 취업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은 6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라 산업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에는 이마트 질식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 및 노동권은 법제도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김 씨처럼 업무 도중 다쳐서 며칠이라도 쉬어야 할 경우,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는커녕 되레 해고되는 구조다. 이번 아주라 콘서트는 그런 서비스업 노동자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코자 준비된 콘서트다.

주최 측은 "서비스 노동자의 증가에 따라 산업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에 대한 대비책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재에 대한 대안으로 "대형유통업체는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하고, 주 1회 정기 휴점제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자 위해 주1회 정기 휴점제가 필요하다"

박정호 서비스연맹 정책교육부장은 "대형유통업체 간의 과당경쟁으로 무휴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무휴 영업으로 인해 온종일 서서 일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이 심야노동, 명절노동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장하고 대형유통업체의 제대로 된 안전 점검을 위해서라도 '주1회 정기 휴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문영 서비스연맹 총무부장은 "서서 일하는 노동자는 하지 정맥류, 요통, 디스크 등의 질병에 시달린다"며 "의자가 있어도 사업주의 눈치 때문에 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아주라 콘서트는 이번이 세 번째인데, 점점 더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면서 "서비스 노동자에게 후원하고 싶다는 분도 등장했다"며 "서비스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고 밝혔다.

▲ 이날 콘서트는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 진행됐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여론을 조사하는 판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프레시안(이진경)

"그들의 건강권이 너무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다"

이날 콘서트에는 서비스 노동자가 매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전.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됐다. 주최 측은 11월 초, 덕수궁 돌담길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건강권'을 주제로 네 번째 '아주라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직장인 김현민(35) 씨는 "평소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서비스 노동자들인데 이렇게 그들의 사진전을 보고 나니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비스 노동자의 사연을 듣고 나니 그들의 건강권이 너무 무시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이민주(32) 씨는 "대형유통업체에서 주 1회 휴점을 한다면 어느 정도 불편이 있겠지만,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 문제와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피해를 보는 영세상인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유기열(36) 씨는 '의자 캠페인'에 대해 "서비스 노동자는 타인이 아니라 내 부모일 수도 있고, 자식일 수도 있다"며 "그렇게 생각하면 서비스 노동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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