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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노벨 평화상'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이제는 팔레스타인의 봄이 오는가

팔레스타인 당국(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대통령이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신청했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압바스가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강행한 것은 팔레스타인이 더 이상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작전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독립국임을 선포하고 이스라엘과도 앞으로는 대등한 주권국가로서 평화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앞으로 중동사태가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시하는 또 하나의 징후이다.

압바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며 유엔 사무국에 제출한 가입 신청서를 흔들어 보이자 193개 회원국 대표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미국의 중동정책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세계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뉴욕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동에서도 텔레비전으로 압바스의 연설 장면을 보면서 아랍인들이 길거리로 나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중동과 팔레스타인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들이다.

오바마, 대선 앞두고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 입장 바꾸나?

유엔 총회 분위기를 보아서는 당장이라도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이 승인될 것 같다. 압바스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유엔 가입은 팔레스타인의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이다. 총회 대표들이 기립 박수로 그의 말에 동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생각은 달랐다. 점령 상태에서 유리한 양보를 얻어낸 다음에야 팔레스타인의 독립에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 이전의 유엔 가입은 이스라엘의 안전과 중둥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지금까지 협상의 진전을 막아온 것이 이스라엘이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국제여론인데도 말이다.
▲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AP=뉴시스

총회의 분위기는 126개국 이상이 팔레스타인의 가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이스라엘과 같은 논리를 내세워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 신청이 상정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총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 등 몇몇 친 이스라엘국가를 제외하면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가입을 끝내 반대한다면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오바마는 바로 1년 전 자신의 입으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가 선거에 승패를 좌우할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대인 로비스트들의 압력 때문에 말을 바꿨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유대인들이 욕먹는 이유다. 그래서 아랍 신문들은 오바마가 유대인 로비스트들의 포로가 됐다고 비꼬았다. 미국의 <뉴욕 매거진>도 표지에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유대인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거부권 행사하면 반미 시위 촉발할 것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가입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화의 열풍이 휩쓸고 있는 중동 아랍권의 거리가 반미시위로 뜨거워지리라는 전망이다. 프랑스의 알랭 쥐패 외상도
"현상 유지(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점령상태)는 도저히 수락할 수 없다. 안보리에서 비토가 행사되거나 팔레스타인의 가입이 부결된다면 지상(아랍 국가들의 거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랍권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거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폭력과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중동문제를 협의하는 4대열강(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유엔)클럽 안에서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의 분노에 불을 붙이게 될 거부권 행사를 피하고 대신 안보리 15개 국 중에서 9개국이 팔레스타인 가입에 찬성하지 못하도록 단순한 "반대"표를 확보해서 팔레스타인의 가입을 저지하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는 보도가 있다.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입 신청이 안보리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그러나 안건이 상정된다고 해서 곧 투표가 실시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가능한 투표시기를 미루면서 그 공백을 이용해서 팔레스타인 쪽과 협상을 벌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국가 승인을 받는 결정이 내러지기 전에 협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한다고 안보리의 투표를 무한정 미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23일 유엔 가입 연설을 마친 압바스 대통령은 24일 뉴욕을 떠나면서 만약 안보리가 투표를 너무 지연시키면 다시 유엔으로 돌아와 지지국들을 설득해서 투표를 실시하게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대표단의 관측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은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가입에 필요한 아홉 표 획득에 자신을 갖고 있다. 그러면 팔레스타인은 유엔의 정식 회원국으로 정상적인 주권국가로 이스라엘과 동등한 지위에서 협상을 하게 될 것이며 그만큼 전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된다.

가입 부결되도 이스라엘 만행 제소할 수 있어

안보리에서 가입이 부결돼도 팔레스타인은 총회에 유엔 옵저버국가 자격을 요구할 수 있다. 옵저버 국가는 정식 회원국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유엔 기구에 가입할 수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형사재판소의 소송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당장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종식되지 않는 이상 이스라엘 군대가 아랍 주민들에게 가하는 폭력 행위를 반 인권행위나 반인륜행위로 고발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이전처럼 팔레스타인 주민을 함부로 다루 수 없게 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악착같이 막으려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옵저버 국가도 주권국가인 만큼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불법으로 짓고 있는 정착촌도 남의 나라 주권을 침범하는 행위가 되므로 자동적으로 제약이 가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팔레스타인은 안보리에서 가입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총회에서 옵저버 국가 가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총회에서는 거부권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옵저버 국가 가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중동문제 열강4자클럽은 압바스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을 추진하고 투표는 가능한 한 지연시키는 작전으로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압바스 대통령은 총회 역시 투표를 몇 주 이상 지연시키면 지지국을 동원해서 압력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벨평화상 받은 오바마, 현명한 판단하길

압바스는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 결정을 내리면서 배수 작전을 쳤다. 실패를 가정하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서 후퇴하면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이제 선택이 간단해 보인다.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아랍 국가들에서 반미 반 이스라엘 시위를 촉발하거나 아니면 팔레스타인의 유엔가입이나 옵저버 국가 가입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대등한 관계에서 합리적인 협상을 전개하는 것이다.

사실 이스라엘 국민 다수도 이제 이런 합리적인 협상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의 큰 흐름이다. 그 동안 극단주의자들이 무리한 주장과 소리(小利)에 얽매어 협상을 방해하고 아랍인과 유대인의 대립을 악화시킨 면이 없지 없다. 지금 아랍 세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잘못 대응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랍의 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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