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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머니를 만나기 전 삶 생각하면 부끄럽죠"

[현장] 이소선 여사 추모 '어머니의 길' 걷기에 300명 시민 참여

"벌써 어머니가 그립다. 우리 아픈 마음을 어머니와 함께 보듬으며 지냈다. 어머니와 다신 만날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슬프다. 이런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끝내 눈물을 떨어뜨렸다. 용산 참사 현장 등 어느 투쟁 장소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였다. 그런 그도 이날만은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일 타계한 이소선 여사를 기리기 위한 '어머니의 길' 걷기 행사가 5일 열렸다.

1970년 11월, 스물 두 살의 청년 전태일이 온 몸에 시너를 끼얹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한 줌의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 장소인 서울 동대문구 '전태일 다리'에서 이날 행사가 진행됐다.

전태일 다리에서는 아들을 잃은 뒤, 고인이 젊은 시절을 바쳐 노동자들을 위해 일했던 청계피복노조 사무실과 노동교실이 있던 자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전태일 다리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행진'이 진행됐다. ⓒ프레시안(허환주)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경중이 있겠냐만, 그를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던 청계피복노조 '딸'들의 가슴은 누구보다 아플 수밖에 없었다. 신순애 청계피복노조 조합원은 "검은 상복을 입고 있지만 아직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고인이 쓰러질 때도 반드시 다시 일어날 거라 믿었다"고 고인을 그리워했다.

신순애 조합원은 고인은 자신을 '노동자'로 살 수 있게 해준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신순애 조합원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할 당시, 난 공장 안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며 "공장장이 이곳 구름다리에 가지 말라고 해서 가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순애 조합원은 "당시엔 '미싱' 기술자만 되면 빌딩도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며 "그래서 옆 친구가 쓰러져 나가도 열심히 일만 했다"고 말했다. 신순애 조합원은 "하지만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 노동자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그 뒤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게 됐다"고 밝혔다.

신순애 조합원은 "지금도 어머니를 만나기 전 삶을 생각하면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는 세상이 어서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숙희 청계피복노조 조합원도 마찬가지였다. 이숙희 조합원은 "어머니를 만나 우리도 사람처럼 살 권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늘 우리를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던 분이 어머니였다"고 설명했다. 이숙희 조합원은 "그런 어머니의 마음은 늘 우리의 정신에 남아있다"며 "이것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누며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어머니는 20년 동안 밤낮으로 우리와 투쟁 현장에 나갔던 분"

배은심 여사는 동료이자 스승이자 아픈 상처를 공유한 친구 이소선 여사가 떠난 게 못내 안타까웠다. 이날 '한울집'을 찾은 시민에게 배은심 여사는 "우리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 집을 장만했다"며 "이 곳에서 어머니는 20년 동안 밤낮으로 우리와 밥을 먹으며 투쟁 현장에 나가셨다"고 설명했다.

배은심 여사는 "이 곳은 어머니와 추억이 서린 소중한 곳"이라며 "하지만 이젠 이곳에 어머니는 오시지 못한다. 그게 무척이나 슬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래군 인권재단 상임이사는 "'한울집'은 어머니가 1989년 화가들의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연 뒤, 모은 돈으로 산 집"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당시 어머니는 유가협 회원들이 울기만 할 게 아니라 함께 모여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엄두도 못낸 일을 어머니가 하신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인 시민 300여 명은 고인의 영정 사진과 함께 고인의 생전 자택, 전태일 재단,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실 '한울집' 등을 들른 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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