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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폭행 하고도 다음 대선엔 출마할 수 있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스트로스-칸의 성폭행 소송 각하 왜?

뉴욕 검찰이 22일 전 IMF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성폭행 소송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려 세상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스트로스-칸(DSK)은 지난 5월14일 국제통화기금 총재의 신분으로 뉴욕의 소피텔 호텔에서 아프리카 기네 출신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힘없는 흑인 여종업원을 강제로 성폭행한 그의 행위를 비난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다. 뉴욕시에서도 여성 노동자들이 여종업원을 성폭행 대상으로 여기는 DSK의 메조키즘을 비난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DSK는 지난 삭 달 동안 국경을 넘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끄는 뉴스메이커였다.

DSK는 내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물리칠 수 있는 정권 교체의 기수로 좌파가 큰 기대를 건 정치인이었기에 그의 성폭행 사건은 프랑스 사회당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에 합승하려다 공항에서 미국 경찰에 채포돼 팔목에 수갑을 찬 채 뉴욕 경찰서로 소환되는 그의 초라한 사진이 전 언론에 보도돼 IMF의 위상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그래서 DSK는 IMF 총재직을 사임해야 했다.

그래도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우파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사회당 후보 깜이었다. 따라서 그의 재판 결과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 전체가 예의 주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서 후보 단일화를 실현하기 위해 예선을 준비하고 있던 사회당은 지난 7월18일 DSK가 빠진 상태에서 예선 후보 신청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지만 10월 예선 투표를 앞두고 DSK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뒤늦게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소송을 기각한 뉴욕 검찰의 결정은 사회당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기소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뜻밖의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국 검찰이 기소 각하 결정을 내린 까닭은…

미국 검찰의 의외의 결정은 우리의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간다. 우리와 법제도가 유사한 프랑스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법조계는 논평을 삼가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프랑스의 사법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 프랑스 법의 기준에 따라 미국 검찰의 결정에 옳고 그르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륙법체제와 달리 미국 법에서는 범죄 혐의자의 유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12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다. 이들이 피고와 검찰 측의 고발과 반박을 들은 다음 만장일치로 유죄 여부의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검찰의 조사로는 범죄 사실이 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도 배심원들이 유죄를 인정 안하면 검찰은 기소할 수 없다.

뉴욕 검찰이 DSK에 대한 기소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배심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는 것이 <르몽드>의 분석이다. 미국 검찰이나 배심원이 유죄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시하는 것이 원고나 피고의 신뢰성이다. 배심원들이 원고나 피고의 말을 믿지 못하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원고나 피고의 과거 행적이 중요한 참고가 되고 진술의 일관성이 중시되는 이유다. 르몽드에 의하면 여종업원 디알로의 진술이 앞뒤가 상충되고 그녀의 미국 망명 사유가 거짓으로 드러난 사실들이 검찰이 DSK를 기소하는데 아주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디알로가 지금까지 DSK의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 검찰에서 이야기한 것과 그녀가 7월 하순 미국 ABC 방송에서 말한 사실에 차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디알로는 첫 검찰조사에서 DSK에게 성폭행 당한 뒤 밖으로 달아나 호텔 한 구석에서 울고 있다가 동료들에게 발견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ABC와의 회견에서 디알로는 성폭행 당한 뒤에도 다른 방 청소를 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DSK의 방에 다시 돌아와 청소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건 발생 직 후 DSK를 전혀 모른다고 말한 그녀가 마약 거래를 하다 수감 중인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DSK가 돈이 많은 남자라고 말한 사실이 통화기록에 나타나 그 동안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졌는데 다시 방송에서 말한 내용이 앞서 말한 진술과 큰 차이가 안다는 사실이 드러나 신뢰가 더욱 떨어지게 됐다.

디알로 변호인 측은 기자 회견을 통해 DSK를 공격함으로써 두 차례나 공판을 연기하는 검찰에 수사 압력을 가하려 했던 모양이나 진술이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피고 측에 반격 거리를 준 셈이 됐다. DSK 변호인들이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할 리가 없다. 그들은 디알로 측이 "언론 서커스"를 벌이고 있다고 공격했다. 디알로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때 동정을 사기 위해 이민청에서 기네의 독재정권 아래서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DSK 변호인단의 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없으며 먼저 이민 온 사람들이 불러주는 대로 머릿속에 외어 연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검찰은 디알로의 진술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배심원의 유죄 의견을 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 스트로스 칸 전 IMF 총재 ⓒAP=연합


여기에 미국에 독특한 검찰제도의 특성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이 프랑스 법조계의 의견이다. 미국 검사는 선거직이다. 형사 사건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따라서 기소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오래 끌면 재선에 불리하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사건의 기소를 포기하면 꽁무니를 뺀다는 비난을 받아 역시 재선에 불리하다. 이런 요인을 종합할 때 재선을 앞두고 있는 담당 검사 사이러스 밴스가, 디알로의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이나 우수한 피고 변호인단의 구성으로 볼 때, DSK를 기소해도 배심원에서 만장일치의 유죄 의견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리된다는 것이다. 비싼 수임료를 지불하고 유능한 변호인단을 고용한 돈의 힘이 DSK를 구해줬다는 것이다. 이제 DSK는 판사의 정식 결정이 나오면 48시간 이내로 자유의 몸이 돼 압수당했던 여권을 되찾아 프랑스로 "금의귀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DSK 사건이 모두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우선 작가이며 프리랜서 여기자인 트리스탄 바농이 2003년 DSK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제기한 성폭행 미수 소송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바농이 사건 7년 만에 제기한 소송이다. 어머니의 만류로 7년 이상 소송 제기를 주저해온 바농이 나피스투 디알로 사건으 충격을 받고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DSK가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면 계속 그를 따라다닐 성관련 사건이 또 불거질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디알로가 형사 사건과는 별도로 성폭행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미국에선 형사와 민사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취급하기 때문에 조만간 디알로 측에서 성폭행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스트로스 칸은 다음 대선에 출마한다?

프랑스나 유럽연합 정치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는 DSK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당에서는 그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계속 DSK가 사르코지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나타난 사실에 매료된 탓인지 아직도 그의 출마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원로층에 적지 않은 것 같다. DSK는 사회당원이지만 경제재무장관을 지낸 경력통으로 경제 금융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 좌파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대통령 후보라는 것이다. 그는 유태인이다. 프랑스에서는 유태인의 영향력이 강하다. 우파로서도 이미 국민의 지지가 떠난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것보다는 좌파이면서 신자유주의자이고 국제 금융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태계 DSK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

모든 국민이 프랑스 전경련과 생각이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기 때문에 그의 정계 복귀를 환영하는 사회당도 공개적으로 그의 출마를 요구하지는 못하고 "DSK 본인의 결정"에 일임하자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 DSK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상식을 넘는 성폭행을 범하고도 계속 국민적인 각광을 받는 'DSK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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