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작통권의 덫'에 걸린 한나라당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작통권의 덫'에 걸린 한나라당

[기자의눈] 미국까지 상대로 '전쟁' 치른다고?

한나라당이 결국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이양 문제와 관련해 '전쟁'을 선포했다. 강재섭 대표는 3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자주'라는 이름의 폐쇄적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전쟁을 선포하고 전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강경론을 이끌었다.
  
  '전쟁'의 대상은 노무현 정부와 북한, 그리고 미국이다. 송영선 의원은 "지금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에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이해가 일치한다"며 "3대 1의 불리한 상황이지만 이는 한나라당이 치르지 않으면 안 될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자유토론에서 송 의원은 "미국은 더 이상 우리의 편이 아니다"라고 까지 못박았다.
  
  그간 한미 양국 간 현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 때리기-미국 편들기'로 일관했던 한나라당이 이번만큼은 미국마저 바리케이트 저편으로 돌려세운 셈이다. 그러나 "미국에도 할 말은 하겠다"는 제1야당의 결기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어느 세력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제 발로 '작통권의 덫'을 밟은 꼴이다.
  
  "1년3개월 후에 쌀밥 먹으려면…"
  
  작통권 환수에 대한 한나라당의 논리는 조변석개했다. "작통권을 통해 자주권을 찾아오겠다는 논리는 바로 북한의 논리"라는 게 초기 메뉴였다. 강재섭 대표는 자신 있게 국민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84%가 작통권 환수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투표론은 그 즉시 쑥 들어갔다. 대신 작통권을 환수하면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져 한미동맹이 붕괴된다는 '안보불안론'을 전면에 세웠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의 "작통권 이양이 한미동맹 강화" 발언, 부시 대통령의 "작통권 이양 공감" 발언,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북한은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이 쏟아지면서 '안보불안론'도 휩쓸려갔다.
  
  그러자 슬그머니 작통권 행사에 따른 '비용' 문제를 내세우더니, 이젠 노무현 정부의 '자주 장사'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만신창이가 된 끝에 이데올로기 공세만 퍼붓는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면서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미국까지 한 묶음으로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주장의 천박함은 무엇보다 집권을 겨냥해 거의 무조건적으로 현정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강경론의 선봉장 송영선 의원은 "지금은 '자주'라는 태풍에 모든 곡식이 넘어가 버렸다. 우리가 모든 정성을 다해 그 곡식을 우리의 것으로 거둬들이지 않으면 1년3개월 뒤에 좋은 쌀밥을 먹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상황판단 전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작통권 환수가 미국의 군사전략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동북아 정세 변화의 대전제에 대한 둔감함을 드러낸 이상, 1년3개월 뒤에 한나라당이 진수성찬을 차릴 수 있을지는 오히려 불투명해졌다.
  
  내년 대선에서 틀림없이 제기될 '한미관계 재정립'이라는 이슈에 대해 한나라당이 머리 속에는 고답적인 '한미 동맹론'만 갖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미국에 대한 전쟁'까지 거론하는 요령부득의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송영선 의원이 '우국충정'을 독려하면서도 "'승산이 없는' 전쟁이지만"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집권의 논리로만 봐도 자기모순이다.
  
  이날 민주당이 주최해 국회에서 열린 작통권 토론회에 참석한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프레시안>과 만나 "한나라당이 미국을 설득한다고 의원을 보낸다고 하는데 웃기는 일이다. 상황판단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한나라당의 헛발질이 단순한 자승자박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편타당성을 결여한 전쟁선포와 무분별한 반대론이 작통권 환수와 관련한 한미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수해골프'나 '호남 비하발언'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집권할 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의원연찬회를 계기로 한나라당은 결정적으로 '작통권의 덫'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자신이 그 덫에 빠져드는 줄도 모르고 강경론을 앞세워 무모하게 '전쟁'을 선포한 점은 특히나 당의 진로에 악재다. 국민들은 과연 이런 무모한 행동을 용납할까? 그 반응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