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배우 권해효 씨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1인 시위 도중이었다. 그는 "기성세대는 그간 대학생들을 두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각자 논다고 손가락질만 했다"며 "하지만 이들을 이런 세상에 살게 한 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에서 학원장 역을 맡아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도 뛰어난 연기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았다. 이런 그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을 게다.
하지만 권해효 씨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1인 시위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권해효 씨는 1985년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독재에 맞서는 학생운동이 한창일 때,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이른바 '386 세대'의 일원인 셈이다. 이날 벌인 1인 시위는, 80년대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힘든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선배인 그가 보내는 연대의 손길이다.
▲ 1인 시위 중인 권해효 씨. ⓒ프레시안(최형락) |
"대학생 여러분, 미안합니다. 힘내세요"
권해효 씨는 "지난달 말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집회를 하다 수십 명이 연행을 당했다는 걸 뉴스로 접했다"며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대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조카의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도 2011년을 살아가는 시민 중 한 명"이라며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자 미래에 대학생 될 자식을 둔 학부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느끼는 건 우리 사회는 경쟁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경쟁에서 밀려나는 이들에게 패자부활전은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공부를 잘하는 이들에게만 장학금을 주다보니 대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아르바이트에 허덕인다"며 "결국 아르바이트와 빚에 허덕이는 학생들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경쟁에서 밀려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의미에서 반값 등록금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되어 줄 것"이라며 "이것은 대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권리"라고 주장했다.
권 씨는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대학에서는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해주지 못하는 게 현실임에도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예산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며 "하지만 예산이 어디에 먼저 쓰여야 될지는 국민과 대화나 상의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