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수의 보육 관련 전문가들이 서울형 어린이집이나 공공형 어린이집을 두고 "국공립 어린이집이라는 근본 해법을 외면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내놓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을 증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배진교 구청장이 당선된 인천 남동구청에선 국공립 어린이집이 1년새 6개나 신설됐다. 지난해 9월에 은빛도담어린이집(간석3동), 하늘다솜어린이집(논현·고잔동), 남동보듬이나눔이(구월1동) 어린이집이 개원했고 올해에는 푸른숲어린이집(만수3동), 해마루어린이집(논현·고잔동)이 신설됐다. 오는 7월 1일에는 소래 휴먼시아어린이집(논현·고잔동)이 생길 예정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부모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배진교 구청장은 지난해 선거 당시 '아이 키우기 좋은 남동구'를 모토로 내세우고 출산과 보육을 구에서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동네병원 무상예방접종 실시, 보육시설·공공어린이집 확충 등이 그가 내세운 공약이었고 지금은 이를 실현해가고 있는 것.
<프레시안>은 2일 인천 남동구청에서 배진교 구청장을 만났다. 배진교 구청장은 "보육비 지원 만으로는 날로 높아지는 주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충분한 보육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국공립 어린이집은 '보육은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구청장은 택지 개발에 따라 임대아파트가 늘어나고 남동공단 노동자들의 보육 수요가 높은 점 등을 인천 남동구의 특성으로 설명하면서 추진 과정에 대해 "민간 어린이집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국공립 어린이집이 늘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문제는 각 지자체의 재정 문제 인 듯하다"고 말했다.
또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했다. 지난해 인천 남동구청은 지난해 지역내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을 특별히 강화해 운영비 유용, 급식업체와의 불법 거래 등의 사례를 적발해내고 시설 정지 등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배 구청장은 "민간 어린이집의 반발도 거셌지만 실제 적발된 사례들을 듣고는 이들 역시 수긍했다"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외에도 인천 남동구청은 동네 병원 무상 예방접종, 공공베이비시터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0~12세 아동이 동네 병원에서 무상으로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게 하고 급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가정에 공공 보육 도우미를 보내는 사업이다. 모두 무상 의료, 무상 보육 등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기초적인 정책들이다.
배진교 구청장은 "지역 사회에서는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진보 구청장'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취임 3개월만에 소통을 통해 모두 불식시켰다고 생각한다"며 "이들 보육정책은 '진보 정책'이지만 '진보'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 구청장이라 이렇게 더 좋아졌구나'하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여 년 전 진보정당의 각종 복지정책들에 대해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도권 첫 진보정당 구청장으로서 배 구청장은 차곡차곡 공약들을 실천해 가며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남동구에 6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신설됐는데 주로 어떤 지역인가?
배진교 : 남동구에는 2006년부터 재개발, 택지개발 방식의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논현동에는 임대 아파트 주택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회 취약 계층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가 필요했다. 또 남동공단에 출퇴근하는 수가 8만 명이 넘는데 이들 중엔 맞벌이도 많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만수3동의 어린이집의 경우 민간 어린이집의 경영이 어려워져서 매입해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3곳, 올해 3곳에 더해 내년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하나더 개원될 예정인데 내년 정도 되면 총 19개 동에 동마다 하나씩 국공립 어린이집이 생기게 된다.
▲ 배진교 인천남동구청장 ⓒ프레시안(김하영) |
프레시안 :지자체의 보육 정책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진교 : 지금은 대부분 사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통해 보육이 이뤄지고 있고 국가의 지원은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 외에는 없다. 물론 지원 역시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육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주민들의 요구도 날로 높아지는 것이 현실 아닐까.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국가가 보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는.
프레시안 : 민간 어린이집의 반발은 없었나?
배진교 : 과거에는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보육비도 저렴하고 시설도 더 좋고 교사들에 대한 처우도 국공립이 더 좋기 때문에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이 경쟁관계일 때는 당연히 반발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가제'를 통해 각 지역마다 해당 어린이집 시설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게되어 큰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해 걱정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 원장을 만나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를 반대하면 안된다. 이건 정부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임대아파트가 밀집된 곳은 별도로 국공립을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크게 반발할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프레시안 : 민간 차원의 반발이 크지 않다면 다른 지자체에서는 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지 못하는 것일까.
배진교 : 1차적으로는 재정 문제일 것이고 2차적으로는 의지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재정의 경우 아무리 국비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전체 자치구 중 57개가 직원의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재정이 취약한 상황 아닌가. 우리 구 역시 재정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나 재개발 택지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의 특성이 있어서 좀 더 유리한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또 남동공단에 생긴 어린이집과 구월동 어린이집의 경우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부 채납 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프레시안 : 운영하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별도의 지원 같은게 있나?
배진교 : 남동공단의 어린이집의 경우 비즈니스 센터 안에 어린이집이 입주해 들어가 있는 식인데 그 건물 임대료 자체가 비싸서 관리비가 많이 나왔다. 위탁 운영하는 사람이 본인 돈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해서, 시 당국과 구청 보육국이 머리를 맞대서 시조례를 개정해서 관리비를 감액하게끔 해서 지원도 했다.
"민간 어린이집 중요한 것은 투명성…관리·감독 강화로 '일벌백계'"
ⓒ프레시안(김하영) |
배진교 : 어린이집 운영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이들에 대한 학대나 먹거리 문제, 혹은 운영의 투명성 문제 등이라서 작년에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특별 관리 차원에서 감독을 강화했다.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봐서 밀어붙인 것인데 위반 사례가 많이 적발되어 강력하게 처벌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많이 나타났다. 가령 급식 납품 업체와 불법적으로 거래한다든지, 보육교사 지원비를 원장의 사생활 비용을 쓴다든지, 영수증을 가짜로 만든다든지 하는 운영비 유용 문제가 있었고 급식 납품 업체와의 불법적인 거래 문제도 있었다. 또 어린이집 정원 규정을 어기고 운영해서 보육비를 과다 지원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시설장 자격 정지 6개월 등 강력하게 처벌했더니 민간 어린이집 반발이 심했다. '집단 행동' 등의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아는데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돈은 우리 지역 주민들의 세금으로 하는 것이니 투명하게 해야하고, 또 투명해야만 구에서도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들 역시 '현실이 이렇다'고 밝혔더니 깜짝 놀라더라. 지금은 위반 유형을 정리, 책자로 만들어서 시설장과 교사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사실 구청에서는 어린이집의 문제를 적발하더라도 시설장 자격 정지나 시설 폐쇄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배진교 : 그 시설이 정지 처분을 받거나 폐쇄가 되면 아이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징계를 최소화해서 피해를 줄이려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부분이 있는데 문제는 그런게 2,3차 누적이 된다는 점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도 제대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앞으로도 반복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1차에는 시설정지를 시키지 않더라도 2,3차 문제가 생길 경우 '시설 폐쇄'까지도 징계할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프레시안 : 구청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관리 감독하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배진교 : 아무래도 지도 관리, 감독할 공무원의 숫자가 적다, 우리 구의 경우 구민이 48만 명이고 연간 예산이 4000억 원이라 어지간한 서울시 자치구와 비슷하지만 공무원 자체가 서울 자치구는 1200명 내외이나 우리는 775명 뿐이다. 보육 정책과 행정을 총괄하는 보육시설팀, 보육지원팀의 경우 한팀에 3명 뿐이다. 보육시설팀 3명이 어린이집 400개를 지도 관리, 감독을 해야하기에 철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3년 주기로 100여 개 씩 나눠서 점검하고 있다. 결국 행정력으로만 어린이집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어 있지 않고, 민간 어린이집 내의 자구적 노력, 의식전환 등이 절실하지 않나 싶다.
프레시안 : 보육 교사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운영되나.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보육 교사의 질이라고 하는데.
배진교 : 선생님들이 즐거워야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다는 데 십분 공감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선생님들 월급이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일반 유치원에 비해서 적다. 그래서 작년부터 5년 이상된 보육교사에게 월 3만 원의 장려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고 연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180명 정도가 지원 대상이다.
또 3년마다 어린이집 평가를 받는데 2주간 평가 준비를 하려면 시설장이나 보육 교사들이 상당한 업무부담이 있게 된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평가 서류 등을 준비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2주간 평가 준비를 하는 기간에는 보조교사를 파견해서 업무 경감을 도와주고 있다.
"무상 예방접종에서 아동 주치의 제도 까지"
ⓒ프레시안(김하영) |
배진교 :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핵심 공약중 하나였다. 무상의료 로드맵의 1단계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선거에서 30대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책이 무상 예방접종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구청장이 되고 나서도 계속 강조했다.
예방접종의 경우 보건소에 와서 맞아야 무료인데 작년에 보니 예방접종 시기에 공간도 좁은 보건소에 아이를 안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안쓰러웠다. 이 정책의 핵심은 동네 병원에서 무상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많이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구청에서 지원하는 진료비 수입이 생기니 오히려 좋아하더라.
특히 0세에서 2세 사이에는 12세까지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 22개 중 15개를 맞아야 할 정도로 집중되어 있다. 대체로 비용으로 따지면 40만 원 가량이다. 나도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 혜택을 봤다. 병원에서 집으로 전화가 와서 '예방접종 하셔야 합니다. 무료입니다'라고 하더란다.(웃음)
프레시안 : 구청의 재정 부담이 크지는 않은지?
배진교 : 사실 백신비는 국비로 지원되고 우리는 진료비 1만 5000원 정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그리 재정 부담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효과는 크다. 한 아이가 12세까지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서 예방접종을 맞으면 의원에서 병력 관리 등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게 아동 주치의 제도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제도 자체도 변화시켜야 하는데 과연 현 정부나 보건복지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할지 의문이다. 그래서 제도 변화 없이 아동주치의 시스템을 도입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각 병원의 이력 등을 보건소에서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일단 추진 중이지만 정부가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남동구는 공공 베이비시터 사업도 하고 있는데?
배진교 :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텐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본인이 아프거나 야근 등 긴급한 일이 생겨서 아이를 볼 수 없고 또 맡기기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생긴다. 공공 베이비시터 사업은 집에서 보육하는 가정에서 보모가 필요한 경우 일시적, 한시적으로 방문해서 아이를 돌봐주는 사업이다.
24시간어린이집도 필요하지만 각 가정의 보육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보육 서비스 수요도 존재한다. 일단 시범 사업으로 전체 남동구를 4개 권역으로 나눠서 하고 있다. 권역마다 공공어린이집에 보육 도우미가 상주하고 있고 동주민센터에서 신청을 받아 필요한 시간에 방문하는 식이다. 하루에 4시간, 연 10회로 한한다. 물론 무료이고, 반응이 좋아서 내년에는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프레시안 : 이 보육 도우미는 주로 어떤 분들인지?
배진교 : 보육교사 출신이거나 사회복지사다. 실제로 보육 교사를 하다가 일을 쉬고 있다가 재취업을 공공 베이비시터로 하는 분들도 있다.
"'진보구청장이 되니까 이렇게 좋구나' 하는 인식"
ⓒ프레시안(김하영) |
프레시안 :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진보정당의 지역 단체장으로 벌써 1년을 보냈다. 배진교 구청장은 '최연소 수도권 진보정당 단체장'인데, 그간의 행정을 자평한다면?
배진교 : 지역사회에서 우려하던 부분은 다 불식시켰다고 생각한다. 남동공단 경영자들이 '너무 노동자 편만 드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하거나 '너무 젊은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하거나 했던 것들을 3개월 만에 없앴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역사회는 '진보 구청장'을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졌던 기우였다고 생각한다. 취임하고 3개월 동안 많이 만나려고 했다.
지금까지는 진보가 행정의 주체가 되어 본일이 없고 주로 이슈 파이팅이나 비판을 하다보니 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러나 지역단체장은 구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지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가령 '공공베이비시터' 사업은 진보 정책이지만 진보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 정책을 해나가는 것이고 '진보구청장이어서 잘되나 보다' 하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프레시안 : 지난 지방선거 이후 이명박 정부 역시 '만5세아 보육료 지원 확대' 등 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배진교 : '국민들의 요구에 밀렸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이야기하는 선진국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선진국 자체가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규모 등 외형적인 지수에 관심이 많다면 국민들은 삶의 질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가. 중산층이 줄어들고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지지도가 왜 급격하게 떨어지는지 모른다. 부자감세로 온갖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는데 생색내기 정책만 내밀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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