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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MBC?…예능ㆍ라디오ㆍ시사 "폭발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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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잘나가는 MBC?…예능ㆍ라디오ㆍ시사 "폭발 직전"

MBC 노조 '무기한 농성' 돌입…"김재철은 답하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가 11일부터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에게 최근의 MBC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1년 2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MBC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것이 MBC 노조의 판단이다.

예능 "스타급 PD는 종편으로, 일선 PD는 중노동"

실제로 최근 MBC의 각 부문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자체적인 성명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등 새로 내놓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본부도 마찬가지. 스타급 PD들은 종편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고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PD들은 열악한 제작 여건에 대한 불만이 높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등을 기획·연출하고 초기 <무한도전> CP로 활약해온 여운혁 PD,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 1을 만들고 현재 <위대한 탄생>을 연출하고 있는 임정아 PD가 사의를 표했다. 이들은 중앙일보의 jTBC로 이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스친소>, <일밤-단비>, <추억이 빛나는 밤에>를 연출한 성치경 PD 또한 사의를 표했으며 jTBC 행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에서는 "에이스급 PD가 셋이나 빠져나갔다"며 "김재철 사장의 취임 이후 상명하달(上命下達)만이 난무하는 MBC에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이들의 이적료가 1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단지 경영의 문제라고만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최고 방송사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사라졌다는 것이 예능 PD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나는 가수다>에서 '재도전' 논란이 일자 경영진이 김영희 PD를 바로 경질, 교체해버린 것이 PD들에게 큰 내상을 안겼다는 진단이다. 한 예능 PD는 "김영희 PD 교체는 제작 자율성의 문제도 걸려 있지만 예능 PD들 자체가 현 경영진은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5일 낸 성명에서도 "혼신을 다해 프로그램을 만들던 PD를 갈아치워버렸다"며 "경영진에게 예능 PD는 어느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잘라버리는 그런 존재"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예능PD들은 '제작 여건 개선'을 경영진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제작 방식이 바뀌면서 일이 많아졌고 몇년 전부터는 뽑는 신입사원 숫자도 줄어들면서 업무량 자체가 늘어났는데 사측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

MBC 관계자는 "PD는 쉴새 없이 제작을 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6개월 단위로 휴일을 몰아쓰는 명령휴가제가 있는데 최근 예능 부문에서는 거의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조연출들은 하루에 1시간 잔다고 할 정도로 혹사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MBC에서는 조연출 PD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요구가 이어지자 MBC 경영진은 '예능국'을 '예능본부'로 격상했다. 예능 PD들은 "그간 부르짖던 시급한 개선 요구들은 온데간데 없고 선뜻 체감하기 힘든 '본부 승격'이란 희한한 선물이 주어졌다"며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11일부터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MBC 노동조합

시사교양국, 때아닌 검열 논란…"국장이 기독교인인데"

시사교양국에서는 '검열·간섭' 논란으로 시끄럽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취임하면서 최승호 PD를 비롯해 <PD수첩>의 주요 제작진을 교체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제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는 것.

최근 <PD수첩> 제작진은 '남북경협중단 1년 그 후'라는 아이템을 선정하고 담당 CP와 부장의 동의를 받아 취재해왔으나 윤길용 국장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불허했다. 이 제작팀은 우리는 살고 싶다-쌍용자동차 해고자 2년'편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의 자살 문제를 다룬 바 있다.

MBC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는 "윤길용 국장은 '쌍용차 해고자 문제나 남북 문제는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말하고 담당 PD가 재고를 요청하자 '말을 듣지 않으면 경인지사로 발령내겠다'고 겁박했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지금도 윤 국장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PD들은 시사교양국에서 쫓아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윤 국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또 앞서 지난 4월 방영된 '사랑의 교회 건축 특혜 논란, 그 진실은' 편을 두고도 논란이 있엇다. 평PD협의회는 "<PD수첩> CP는 방영을 10일 앞두고 '국장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교계에 인맥도 적지 않은데 꼭 이 아이템을 해야 하나?'라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담당 PD가 거부하자 해당 프로그램의 분량을 줄이기 위해 전 방위적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길용 국장의 무능력과 무소신, 반민주적 행태는 매일 반복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MBC 노조는 "이외에도 <PD수첩> 내부에서 공공연한 사전 검열 사례가 더 있다"며 "한국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을 김재철 사장이 임명한 국장과 부장이 어떻게 망쳐나갔는지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디오 "밀실 개편…입사 이래 이런 독재는 처음 본다"

또 라디오본부에서는 경영진 위주의 일방·밀실 개편으로 반발이 크다. 특히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던 김미화 씨가 하차하는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이 직접 압력을 가했다는 논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외에 거의 모든 프로그램의 개편을 일선 PD들과의 협의 없이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부장단과 함께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이다.

MBC 노조는 "라디오 개편이 PD가 완전히 배제된 채 이루어진 결과 공영성과 다양성의 후퇴, 편성 완성도 저하가 나타났다"며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이 활성화 되는 시점에 스포츠 정보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상담 프로그램을 만드는가 하면 80년대 식 명사 특강 프로그램이 나타나고 주말 저녁 시간대에는 갑자기 4시간짜리 초대형 시사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식"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라디오PD들은 지난 4월 11일부터 '밀실 개편 중단'과 '시사프로그램 손보기 저지' 등을 요구하며 4주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에는 80년대 사번을 비롯하 고참PD들까지 "입사 이래 이렇게 독재적인 발상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밀실 개편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 관계자는 "연차를 가리지 않고 라디오 PD 전체가 이우용 본부장에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아무리 라디오PD들이 경영진에 의견을 전달해도 칼자루를 쥔 김재철 사장이 꼼짝도 하지 않으니 상황만 악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한 농성' MBC 노조 "김재철식 경영의 실체"

이에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에게 "13일까지 실무회의를 통해 일정을 잡으라"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MBC 노조의 현 집행부는 지난 2월 21일 출범한 이후 김재철 사장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계속 대화를 요구했으나 김 사장은 노사협의회나 공정방송협의회 등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MBC 노조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면서 △최근 문제가 된 인사들을 즉각 퇴진시킬 것 △기자와 PD들의 제작 자율성 보장 방안을 제시할 것 △현직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MBC 노동조합의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지 이제 1년 2개월 여가 지나면서 '김재철식 경영'이 어떤 것인지 MBC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지금 MBC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분위기가 좋지 않고 이른바 폭발 직전이기 때문에 노조로서도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 노조의 면담요구에 대해 MBC 경영진은 냉소적이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노조가 만나자고 한다 해서 반드시 사장이 응해야할 이유는 없다"며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본부별로 검토를 한 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사장이 면담에 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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