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종편특혜저지 및 공정방송사수 투쟁위원회 발족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은 물론 방송사 일선 현장에서 들려오는 말에는 '불안'과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프레시안(김하영) |
■ "희한한 릴레이" MBC
"MBC에 희한한 릴레이가 벌어지고 있다. 새 보도국장이 와서 뉴스가 다 망가지더니 다음에는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PD수첩>을 'PD공책'으로 만들어 시청자 게시판에는 '못 봐주겠다', '화기애애하다'는 비난이 올라오게 했고, 그 다음에는 라디오본부에 이우용 본부장이 온 다음에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김미화 씨를 교체하겠다고 한다. 김미화 씨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그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동시간대 청취율 1위, 광고판매율 1위이다. 사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해명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 본부장)
앞으로 이런 인사를 통한 사 측의 개입이 계속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MBC의 한 중견 PD는 "처음에는 사장 한 명만 감당하고 버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위부터 조금씩 조금씩 조직을 파먹고 들어온다"며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간섭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사 측과의 충돌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MBC들은 '통폐합'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진주MBC, 창원MBC 통합 반대 농성 406일째"라는 정대균 수석부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은 올해 강릉과 삼척, 청주와 충주MBC 통합을 발표했다"라며 한숨지었다. 정 부본부장은 "지역에도 사람이 있고, 지역에도 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언론노조 측에서는 MBC가 경영 합리화라는 이유로 지방 방송사들을 통폐합 하려 하지만, 이면에는 지역 광고 시장을 종편에게 내주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 "김인규 중간평가 벼르는" KBS
"올해 이승만 특집을 1시간 짜리 5편이나 한다고 합니다. 종편이 시작되면 이승만 특집 같은 프로그램이 줄줄이 나올테고 한국 사회의 역사가 뒤바뀔 것입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합니다. 종편의 마약 같은 방송은 금새 사람들의 의식에 스며들 것입니다."(언론노조 KBS본부 엄경철 본부장)
수신료 인상 문제로 어수선한 KBS는 '폭풍 전야'라고 볼 수 있다. 각종 시사프로그램의 축소·폐지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은 물론이고, 월드컵·올림픽 등의 중계를 놓친 김인규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한다.
당초 2009년 12월 노사는 "김인규 사장의 취임 1년에 맞춰 중간평가를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약속대로라면 올해 1~2월께 중간평가가 이뤄졌어야 했다. '수신료' 문제로 인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KBS 관계자는 "김인규 사장이 수신료 문제에 매달리고 있고, KBS 구성원들에게도 수신료는 중요한 문제라 중간평가 얘기를 못 꺼내고 있고, 김 사장이 이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4월 국회에서 수신료 문제가 결정되든 연기되든 매듭지어지면 김 사장에 대한 중간평가 문제가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방통위가 방송사에 출입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개정안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 "앗! 방송에도 지주회사가" SBS
연봉제 전환으로 시작된 SBS의 노사 갈등은 최근 '지주회사' 문제로까지 번졌다. 연봉제 갈등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문제점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오늘로 338일째 로비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작은 회사의 일방적인 연봉제 전환을 반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노조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부장급과 신입사원에게 연봉제가 적용됐습니다. 사 측이 이렇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SBS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SBS의 주식 34%를 갖고 있는 SBS 미디어홀딩스가 SBS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언론노조 SBS본부 이윤민 본부장)
이 본부장에 따르면 "SBS 미디어홀딩스는 대화상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를 피하고, SBS 경영진은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모든 지주회사 노조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금융회사와 달리 방송법 체계에는 지주회사 규정이 미비해 사실상 소유제한이 없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은 현행 방송법상 대주주가 40% 이상의 주식을 가질 수 없지만, 이와 같이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를 할 경우 지주회사의 지분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존 방송법 규제를 피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지방방송, 종편 등은 물론 모든 방송사가 이와 같은 지주회사 체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 미디어렙
이런 상황에서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2년째 관련 법령을 못 만들고 표류 중인 미디어렙(광고대행사) 법안은 방송가에 불어닥칠 시한폭탄이다.
방송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미디어렙의 개수나 방송사의 참여 지분 비율, 공영과 민영 미디어렙의 규제 차별, 취약매체 보호를 위한 장치 등에 대한 합의를 못 하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을 미디어렙의 체계에 포함시킬 것인지도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은 "이렇게 방조하고 있다가는 9월에 출범하는 종편이 현재의 신문사 구조에서처럼 7~8월부터 독자적인 광고영업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6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종편은 광고영업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는 셈이다.
이에 야권에서는 종편도 미디어렙에 광고영업을 위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수언론 종편과 야권이 또 한 번 '종편 전투'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강택 위원장은 "우선 미디어렙에 대한 언론노조의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편성·제작 및 광고·영어의 분리, 취약매체 보호조항 명기, 공공성 강화 등을 원칙으로 한 언론노조 단일안을 5월 20일 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각 방송사 별로 불만이 잔뜩 쌓여 있는 상태"라며 "이 기운이 6월께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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