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미국 주요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 3년간 훌루닷컴 이용자들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컴 스토어 비디오 매트릭스(ComScore Video Metrix)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매달 훌루닷컴을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무료로 시청하는 시청자수는 약 2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지분참여를 통한 합작형식으로 훌루닷컴을 만든 당사자인 세 미디어 그룹들은 이러한 훌루닷컴의 급속한 성장이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 hulu.com 홈페이지 화면 |
인터넷이 케이블·위성을 위협하다
훌루닷컴의 공동 설립자인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NBC 유니버셜이 훌루닷컴의 급속한 성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유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훌루닷컴의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의 방송 프로그램 소비 성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의 주요 수입원은 미디어 그룹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을 케이블 TV 방송국이나 위성방송사에 판매해서 얻은 수입이었다. 그런데, 훌루닷컴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이 유료인 케이블 TV 서비스나 위성방송 서비스를 해약하고 훌루닷컴을 이용해 무료로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경향를 보이면서 미디어 그룹들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이들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훌루닷컴을 합작해서 창설하게 된 이유는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들의 이용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훌루닷컴을 통해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방송국과 영화사 등에서 제작한 영상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약 100여 개의 방송사와 영화사의 프로그램들을 서비스 하고 있다. 그런데,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관리를 위해 시작한 훌루닷컴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급속한 증가로 도리어 자신들의 경쟁상대로 떠오르게 되면서 미디어 그룹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훌루닷컴의 공동설립자인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그리고 NBC 유니버셜은 훌루닷컴 서비스의 유료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훌루닷컴의 유료화를 통해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고 훌루닷컴을 통한 프로그램 시청의 유료전환으로 부수입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훌루닷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PC는 물론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서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훌루 플러스라는 유료 서비스를 월 7.99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훌루닷컴의 전면 유료화 전환은 훌루닷컴 경영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전면 유료화 전환 구상에 훌루닷컴의 CEO인 제이슨 킬라(Jason Kilar)와 경영진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공동설입자인 거대 미디어 그룹들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훌루닷컴 경영진은 훌루닷컴의 다양한 시청자들을 겨냥한 무료 서비스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게 되어 결국 광고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유료화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훌루닷컴 경영진은 올해 훌루닷컴의 광고수입이 약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면서 앞으로 광고수입이 매년 증가할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사분기 동안에 289개의 새로운 광고주들이 훌루닷컴을 통해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50%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수입 올드미디어냐, 가능성의 뉴미디어냐
이처럼 훌루닷컴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NBC 유니버셜 등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훌루닷컴의 유료화 카드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에 자사 프로그램 공급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한해 약 300억 달러인 반면 방송 프로그램 무료 제공 서비스를 통해 훌루닷컴의 벌어들이는 광고수익은 아직까지 5억 달러에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올드미디어를 통한 수입이 더 높은 상황에서 불확실한 가능성을 믿고 뉴미디어를 이용한 무료 서비스에 쉽사리 올인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미국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형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뉴미디어 전환기의 미디어 시장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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