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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 컴백 <나는 가수다> 새로운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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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 컴백 <나는 가수다> 새로운 주인공은?

[TV콜라주] 지금까지 주인공은 YB와 박정현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신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 묘한 버릇이 생겼다. 노래를 들을 때 신경을 곤두세우고 요것저것 따지면서 듣게 됐다. 마치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된 것처럼 "이 대목에서는 음정이 불안해", "좀 더 담백하게 불러야지", "비브라토가 없어"처럼 조언, 혹은 독설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도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 첫 회 첫 장면에서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를 부르는 모습을 보다가 푹 빠져들었다. 진지하다 못해 지구의 종말 앞에 선 듯한 이소라의 표정과 애절한 음색이 흐르면서 나도 몰래 이 노래가 유행했던 2004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위대한 탄생>이 바짝 긴장하고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나는 가수다>는 그냥 허리띠 풀고 안락의자에 앉아 감상할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평가도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 했다. 또한 요즘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사라져버린 발라드 곡을 무대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베테랑 가수들이 신인처럼 잔뜩 떨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태해진 나를 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큰 무대 라이브 체질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을 꼽으라면 YB밴드, 윤도현이다. 윤도현은 프로그램 초기부터 "록이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라면서 앓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곡을 부르는 시범 경연에서 가장 비대중적일 것 같은 'It burns(빨간 숲 속)'을 불러 4위를 차지했다. 아마 윤도현은 그 때 직감했던 것 같다. '라이브 무대에서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는 본 경연에서 증명이 됐다. 발라드곡인 '나 항상 그대를'을 부르게 된 윤도현은 피아니스트 유니를 가세시켰다. 검정 그랜드 피아노에 빨간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의 격정적인 연주는 눈길을 사로 잡았다. 간주 부분에는 윤도현의 하모니카 연주에 기타리스트의 속주까지 가미됐다. 마지막엔 윤도현이 관객석을 등지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팔을 휘둘러댔다. 라이브로 다져진 YB밴드는 관객들의 '열광 코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가수들은 '첫 번째 공연 순서가 불리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7명 중 처음으로 노래를 하고도 1위를 했다.

ⓒmbc

박정현도 윤도현과 비슷했다. 두 번째 경연에서 '첫인상'을 부른 박정현이 '바모스(Vamos 가자)'를 외치는 순간 곡은 라틴팝으로 변신했고,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화려한 비주얼에 기승전결, 반전까지 갖춘 무대였다. 박정현은 시범 경연에서 자신의 노래('꿈에')로 1위를 차지했었다. 폭발적인 가창력이 장점이 박정현으로서 '첫사랑'은 자기 실력을 100% 뽑아내기 어려웠다. 이를 화려한 무대와 편곡을 통해 완전히 자신의 곡으로 재탄생 시켰다.

노래는 가창력만으로 하는 건 아니다

ⓒMBC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한 지인이 얼마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음악중심', '인기가요' 같은 TV 음악프로그램을 보면 치어리더 경연대회를 보는 것 같다"고. 최근에는 10명이 넘는 아이돌그룹도 생겼다. 이들이 안무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춤을 추는 것이 가수라기 보다는 치어리더에 가깝다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라이브 공연'의 감동을 최대한 TV에서 살려냈다. <가요무대>, <스케치북>과는 또다른 '눈과 귀로 동시에 즐기는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아마 현장에서의 감흥은 TV의 수백 배일 것이다.

반면 <나는 가수다>에 불리한 가수들도 있다. 백지영은 뛰어난 가창력, 애잔한 감정표현 능력에도 불구하고 정적인 스타일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엽 역시 속삭이는 듯한 감미로운 음색이 장점이지만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기에는 무대가 커보였다. 조용필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수들은 목소리가 다 다르고, 창법이 다 다르고, 그 사람의 매력이 있는데 그걸 평가하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MP3 플레이어로 이들의 노래를 다시 들어봤는데, TV로 시청하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김범수의 경우에는 '그대 모습은 장미'에서는 댄스팀과 함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지만 폭발적인 가창력이라는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가 1위를 차지한 두 번째 경엔에서 부른 '제발'은 그의 가창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곡이었다. 이처럼 곡 운이 따라줘야 한다.

임재범, 김연우, BMK. 새로운 멤버들은 가창력으로 무장한 가수들이다. 다만 이전에 비해 가수 스타일의 다양성은 다소 약해진 느낌이다. 경연 방식도 2주에 한 번씩 두 차례 경연을 벌인 뒤 탈락자를 고른다고 한다. 순위도 1~7위를 모두 공개하고 관객 평가단은 1명이 아니라 가수 3명을 고른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곡이다. 윤도현이나 박정현은 편곡을 통해 다른 가수의 곡을 완전히 자기 곡으로 만들어 냈다. 그러나 '경쟁'이란 방식을 택한 이상 다양한 스타일의 가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다. 5월 1일 다시 돌아온 <나는 가수다>를 기대해본다.

[TV콜라주]는 프레시안이 새로 마련한 대중문화 비평 코너입니다. 영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이 있습니다. 그 중 TV는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문화 매체입니다. 하지만 단순 연예 기사의 홍수 속에서 TV에 대한 진지한 비평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대중문화에 관해서는 대중의 평가가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이에 프레시안은 기자들과 대중문화 전문가들 외에도 일반 독자들의 비평글을 기다립니다. 보내주실 곳은 richkhy@pressian.com 입니다. 원고가 채택된 독자들에게 프레시안이 마련한 책을 선물해 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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