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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월 7일 한국엔 먹어선 안되는 비가 내렸다"

[우석균 칼럼] 아이들에게 방사능 괴담을 교육하는 정부 ②

지난번에 이어 정부가 말하는 방사능 괴담에 대해 조금 더 정리해 보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학생들과 학부모를 위해 교육 자료로 보낸 안내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실려있다.

"지진이 발생한 일본에서는 방사능과 관련하여 학교가 휴업한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빗물 속의 방사선량은 마시는 물로 계산할 경우 하루 2리터씩 1년동안 계속 마신다고 해도…지장이 없습니다."
"(방사선은) 햇빛에 노출되었다고 몸이 오염되지 않는 것처럼, 방사선도 빛과 같은 에너지 흐름으로 오염되거나 전염되지 않습니다."

▲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낸 교육 자료.

'일본에서 방사능과 관련하여 휴업한 한 학교가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대피 지역인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내에서는 아직 개교를 한 학교가 없다. 방사능 대피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30킬로미터 바깥에서도 방사능 때문에 이번 달 말까지도 개교를 못하는 학교가 있을 것이라고 4월 10일 보도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개학을 추천하기 어려운 학교도 있다고 인정했다.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연간 20밀리시버트(mSv)를 '아동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그에도 적합하지 못한 학교가 많다는 이야기다.

소위 '아동 기준'이라는 연간 20밀리시버트는 일반적인 피폭 허용량의 20배다. (이 피폭 허용량도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글에서 설명했다). 아이들은 방사능 요오드의 경우 흡수량이 성인의 4~8배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성인 기준의 20배를 적용한 것이다. 심지어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 내의 담당 위원회도 연간 10밀리시버트를 제시했었다가 거부되었다. 지금 일본의 상황이 이렇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성인 기준으로 500명 중 한 명 정도로 암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고 학교를 열게 하려는데도, 개학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 일본의 상황이다. 이러한 기준치를 제시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방사능 때문에 일본에서 휴업을 한 학교가 없다고 말하는 한국 정부는 지금 무엇을 호도하려 하는가? 핵 사고가 나도 위험하지 않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 도대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무엇을 거래하고 있으며, 무엇을 감추려고 하는가?

'빗물 속의 방사선량은 하루 2리터씩 1년 동안 마셔도 지장이 없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제정신인 사람으로서는 방사성 물질이 들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빗물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음을 알면서도 마셔도 지장이 없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한국의 빗물에 섞여서 내려온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일까? 정말 마셔도 되는 것일까?


위 표는 지난 8일 나온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보도 자료에 필자가 합계만 덧붙인 것이다.

우선 기준치부터 따져보자. 정부는 기준치를 "일반인의 연간 피폭선량 한도를 1밀리시버트"라고 표시해 놓았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의 식수 기준을 보면 식수의 연간 피폭선량 가이드라인은 1밀리시버트가 아니라 0.1밀리시버트다.

세계보건기구가 가이드라인을 1밀리시버트의 10분의 1로 정해놓은 것은, 먹는 식수로만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흡입 등을 통해서도 방사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가이드라인조차 1만 명 중 한 명이 인체의 건강 위험이 있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의 인체 건강 위험은 앞서 말했듯이 미국 국립학술원 보고서의 암 발생률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식수 방사선량 허용 가이드라인 0.1밀리시버트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서울과 대전이 0.03밀리시버트로 약 30%, 부산과 광주가 0.05밀리시버트로 약 50%, 제주는 0.06밀리시버트로 약 6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따져보면 4월 7일 내린 서울과 대전의 빗물을 1년 동안 마시면 10만 명 중 3명이 평생 동안 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고 부산과 광주의 빗물은 10만 명당 5명, 제주는 10만 명당 6명이 암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4월 7일 빗물의 방사선 피폭선량을 미국 식수안전법의 기준에 비추어 살펴보자. 앞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미국의 식수안전법에 따르면 연간 방사능 오염 허용 한계는 4밀리렘(mrem), 즉 0.04밀리시버트이다. (베타선과 포톤 즉 감마선을 따지는 것으로 이는 요오드와 세슘의 피폭선량을 합한 양과 같다). 그리고 오염 허용 목표는 0이다. 이 기준치를 설명하면서 미국 환경청(EPA)은 암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했다.

▲ 미국 식수안전법 연간 오염 허용 한계치 및 오염 허용 목표.

여기에 비추어보면 4월 7일의 비는 제주, 광주, 부산에서는 방사능 물질 오염 기준치를 넘어선다. 미국 기준에 따르면 법적으로도 먹으면 안되는 물이라는 뜻이다. 서울과 광주도 오염 허용 한계의 70%이상이다.

따라서 미국 국립학술원의 기준에 비추어 볼때에도 또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식수안전법에 비추어보아도 이러한 "2리터의 빗물을 1년 동안 매일 마셔도 안전합니다"라는 정부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 했다면 정확히 반대의 이야기, 즉 "이러한 빗물을 2리터 이상 매일 마시면 암이나 건강상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또한 덧붙여 말하자면 인간은 물을 매일 2리터 마셔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일 2리터 마시는 것으로 계산해서 그 위험성을 측정하는 것은 과장해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 기준이다. 다시 말하면 4월 7일 한국에서는 먹으면 안되는 빗물이 내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빗물에 1밀리시버트라는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한국에는 식수에 대한 방사선량 기준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식수는 환경부 소관이라고 하고 환경부에는 식수 방사능 허용 기준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교과부 마음대로 식수 기준을 1밀리시버트로 정하건 무엇으로 정하건 상관이 없다. (생수 기준은 있는데 이 생수 기준은 방사능 기준이 1리터당 0.04베크렐이다. 빗물은 생수가 아니지만 4월 7일의 빗물은 이 기준을 수십배나 초과한다.)

위험성을 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비는 맞지 않도록 조심하고 마시지는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빗물 속의 방사선량은 마시는 물로 계산할 경우 하루 2리터씩 1년동안 계속 마신다고 해도 지장이 없"다고? 제대로 된 '교육과학기술'부라면 학생들에게 방사선은 적은 양이라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쳐야 한다.

'햇빛처럼 방사선도 오염되거나 전염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정말 가관이다. 나도 저 말을 그저 믿어보고 싶을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공문의 거의 모든 내용이 놀라울 뿐이지만 이 부분에 오게 되면 방사능에 대한 안전 교육이 누구의 머릿속에서 작성되었나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바로 원전을 설계하는게 일인 원자력 공학자들이 지금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자료를 만들고 있다는 것.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요오드131이나 세슘134, 137 등의 방사능 물질이다. 방사능 물질은 오염된다. 또 오염이 되기에 방사능 물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방사능 물질에 대해 가르쳐야 할 첫 번째 사실은 오염될 수 있으므로 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방사능 물질에 피폭되면 주위에 오염을 시킬 수 있으므로 격리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방사선이 "빛과 같은 에너지 흐름으로" 오염되지 않는다니.

만일 일본에서처럼 피폭 지역 어린이들이 왕따를 당한다면 "방사능 물질은 피폭 직후에는 오염될 수 있지만 깨끗이 씻어내거나, 또는 제염 처리나 피폭 치료가 끝나면 세균처럼 전염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가르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빛과 같은 에너지 흐름으로"라고 가르쳐서는 안된다. 분명히 말하건대, 방사능 물질은 먼지에 달라붙고 물에 달라붙고 따라서 피부나 옷에 달라붙어 있을 수 있다.

물론 '방사선'(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야 당연히 오염되거나 전염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에너지의 흐름'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방사선 상식' 이 아니라 '방사성(능) 물질'에 대한 상식이다. 정부가 잘못된 질문과 답변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려는 태도는 여기서도 너무나도 뻔뻔하게 드러난다.

ⓒ뉴시스

정부가 해야할 일이 괴담을 교육하는 일일까? 지금 당장 정부가 해야할 일은 우리가 먹는 물과 식품은 안전한지, 해양 오염과 수입 어류 및 우리나라 어류들의 방사능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이고 중국처럼 일본산 식품류 수입을 금지하는 일이다. 인류 역사에서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핵 사고가 바로 옆 나라에서 일어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고 국민들의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전혀 근거없는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독점하고 있는 한국의 핵 관련 정책과 모니터링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쳐야만 한다.

상식을 모르거나, 국민 건강보다 핵 산업계가 중요하거나

이제 두 번의 글에 걸쳐 이야기한 방사능에 관한 사실을 정리해보자. 일본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때문에 피해를 입었고 또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것. 방사능에는 일정한 양 이하로만 노출되면 안전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1밀리시버트라는 연간 피폭 허용량도 1만 명당 1명이 암에 걸리는 피폭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방사능이 섞인 빗물은 마시지 않아야 하며, 방사능 물질은 오염이 되므로 잘 씻어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것은 사실 과학계에서는 거의 상식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왜 이런 진실을 외면하고 괴담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할까? 이런 황당한 정부의 태도에 대한 해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 가지 뿐이다. 상식을 모르거나,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원자력 산업계와 그 이윤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과학이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방사능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고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한 인류의 건강과 생명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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