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내 하천·생태·토목학자들로 구성된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지류 정비 사업은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16개의 댐(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로 본류 뿐 아니라 지류에서도 홍수 및 수질 오염이 예상되자, 급조된 지류 정비 사업으로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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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의 공동대표인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환경대학원)는 "4대강 사업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지류 사업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로 본류를 파헤치니 지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결국 4대강 사업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유지·관리비는 물론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지천과 지류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지류 사업은 4대강 공사로 인한 홍수 유발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대부분의 보 공사가 완료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도 보 운영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홍수 시 보 운영 방안에 따라 지류 하천의 홍수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지난해 6월엔 여주 일대에서 남한강 본류 준설로 인해 연양천 등 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결국 본류 준설과 보 건설로 지류의 홍수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논리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환경부가 지류 정비 사업을 주관하는 것은 하천법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창근 교수는 "하천법 27조는 국가하천은 국토해양부 장관, 지방하천은 시·도지사가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류 정비에 관여하는 것은 하천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하천공사를 시행하기 위한 하천기본계획 수정과 사전환경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부터 지류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천법상 하천관리청이 공사를 시행하려면 하천기본계획과 그에 근거한 하천공사시행계획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 정부가 발표한 지류 정비 사업은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사전환경성검토를 받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올해 안 착공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운하반대교수모임은 그간 제대로 된 하천 정비를 위해 본류가 아닌 지류부터 정비해야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지금과 같은 급조된 지천 정비로는 또 다른 환경 재앙을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엄정한 평가부터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밀실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조만간 환경·시민단체와 함께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보 건설 및 준설 등 주요 공정이 대부분 완료된 4대강 공사 구간을 돌며 실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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