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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학생 왜 이렇게 늘어났다 했더니…

이준구 교수 "영어강의 밀어붙이는 이유, 언론사 대학평가"

'카이스트 사태'를 계기로 대학 문제의 고름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영어강의'와 관련해 서울대 이준구 교수(경제학부)는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를 주범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내가 만나본 교수들 중 영어 강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며 "대학 당국이 앞뒤 가릴 것 없이 영어강의를 밀어붙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언론사에 의한 대학평가일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제화의 정도'를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평가항목이 영어강의의 비율이고, 손쉽게 대학평가 순위를 올릴 수 있는 영어강의는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교육을 멍들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4년부터 대학평가를 해오고 있는 <중앙일보>의 2008년 종합평가 배점을 보면 400점 만점에 △교육 여건 100점 △국제화 70점 △교수연구 120점 △평판·사회진출도 110점의 영역별 배점이 배분돼 있다. '국제화'의 경우 70점 중 영어강좌 비율이 20점을 차지한다.

<조선일보>도 2009년부터 대학평가를 실시했다. <조선일보>는 △연구 △교육 △졸업생 △국제화로 영역을 나누고 국제화에 10%를 배분했다.

외국인 대학생들 늘어난 이유는?

▲ 이준구 교수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국제화' 평가 항목에 영어 강의 외에도 외국 학생 비율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총 70점의 국제화 점수 중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이 15점이다. 총점 환산 3.75% 수준이다. <조선일보> 역시 '외국인 학생 비율'에 전체의 2.5%라는 제법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요즘 각 대학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들 중에는 학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다가 공부할 의욕조차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이 상당수 섞여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뽑아주는 분별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내 강의에 몇 명의 외국 학생들이 들어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출석조차 제대로 한 학생이 거의 없었고, 그들과 대화를 해보면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소화하거나 한국어로 시험을 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임을 발견하게 된다"며 "이런 학생들이 어떻게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언론사의 대학 평가는 어떤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들어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외국인 학생의 숫자가 많아지면 국제화의 정도에서 무조건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맹목적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영어강의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오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불만이 있는데도 입을 닫고 있을 따름"이라며 "이번 카이스트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쌓이고 쌓인 불만이 터질 기회를 갖게 될 때에야 비로소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인 것은 영어강의 비율이 높아지고 외국인 학생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이 왜 교육의 질 향상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그와 같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영어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던가, 외국 유학 가서 편리해진다는 등의 알맹이 없는 레토릭만으로는 절대로 우리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언론사 입맛대로 서열화"

언론사의 대학평가의 부작용은 수차례 지적된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서울 8개 대학 교수 협의체 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언론기관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사가 1990년대 들어서 대학평가를 시작한 것은 국내대학들이 외부의 경쟁 환경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았던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해당 기관의 미션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 적도 있다"면서도 "언론사들이 점수를 절대화해 일렬도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대학 간 순위경쟁을 부추김으로써 해당 언론사의 평가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데는 유리하겠지만, 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들은 "대학발전의 본질을 훼손하면서까지 언론사의 평가를 위해 비정상적으로 매달리고 협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언론사의 평가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언론사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매년 자신들의 입맛대로 대학을 줄 세우고 이를 언론매체를 통해 서열화 하는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중앙일보>, <조선일보>에 이어 <경향신문>도 2010년부터 대학평가를 실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차별화된' 대학평가를 내세운 <경향신문>이 특화한 '학생생활만족지표'에서는 카이스트가 포항공대에 이어 전체 2위였다.

(☞ 이준구 교수의 글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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