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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총장 '자리 보전' 유력, 카이스트 사태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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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총장 '자리 보전' 유력, 카이스트 사태 새국면

학내 '사퇴 요구' 잠잠, '혁신' 여부 관심사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임시 이사회가 15일 아침에 열린다. 일단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자리 보전은 문제없어 보인다. 거취와 관련해 가장 큰 변수였던 교수와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이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치 않기로 공식적인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4명이나 자살을 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지만 교수와 학생들 다수는 서 총장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서 총장과 각을 세워왔던 한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는 "물론 지난 1월에 자살한 학생의 경우,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이라며 "이런 학생들을 보살펴 주지 못한 점은 카이스트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경우, 서 총장의 개혁안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걸 가지고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 총장의 강한 개혁안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내부 구성원들은 생각한다"며 "이를 개선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서 총장이 13일 교수협의회 회장을 만나 비상혁싱위원회 구성안을 합의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지난 11일 총회를 연 뒤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는 안과 '총장의 용퇴를 요구한다'는 안 등 2가지 안을 가지고 교수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직접적인 '사퇴 요구'에 찬성한 교수는 참석자 220명 중 64명에 그쳤다. 이 투표 결과가 '서 총장의 사퇴를 원하지 않는다'로 해석되지는 않지만 교수들은 서 총장의 거취보다는 내용적인 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총회에서 서 총장 사과 요구안 부결되기도

학생들의 생각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13일 개교 이래 최초로 연 학생비상총회에 의결안건으로 상정된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 제도 개혁의 실패 인정을 요구한다'는 부결됐다. 총회에 참석한 852명 중 416명이 찬성했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카이스트 학부생 수가 4000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 전체의 의견이라고 볼 수 없지만 총회 의견인 만큼 카이스트 학생 측의 공식 의견이 됐다.

서 총장의 명줄을 쥐고 있는 이사회도 서 총장의 사퇴 여부는 논의하지 않을 전망이다.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은 13일 "이사회는 현안 보고에 관한 것"이라며 "서 총장의 해임 문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들이 (서 총장 관련) 여러 의견을 가지고 있겠으나 이사장이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사 16명(서 총장 포함)은 서 총장의 개혁방식을 지지하는 이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서 총장이 연임할 때 당시 학부생의 65.7%와 대학원생 67.8%는 '학생들과의 소통 부족'을 이유로 연임에 반대했고, 교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총장이 추진해온 개혁이 '단기적이고 외형적인 팽창에만 주목하고 외부 과시적인 형태로 추진되어 왔다'고 비판했었지만 서 총장은 큰 저항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청와대는 직접적 언급은 피한 채, 여론과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내부에는 "개혁 방향이 옳다쳐도, 너무 나갔다. 계속 가긴 어렵지 않냐"는 말도 나오지만 "서 총장 한 사람에 대한 마녀사냥은 안 된다. 개혁방향은 옳지 않냐"는 분위기다.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 공식 입장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니 우리가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희정 대변인은 수차례 걸쳐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1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학교에서 준비한 '학사운영 및 교육개선안'을 보고 받고 이를 승인하는 수순을 밟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가 문제

서 총장의 자리 보전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카이스트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교수들과 학생들 다수의 의견은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의 수정과 민주적 의사 결정인데 이 부분은 아직 해결된 것이 없다. 학내 구성원들이 서 총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개혁을 지켜본 뒤로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뜻이 깔려있다.

최인호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들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 서 총장이 13일 열린 학생비상총회에 참석한 학생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 총회에서도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 보장 △교육 환경 개선 요구안 △총장 선출시 학생 참여 요구 등의 안건이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여기에는 '재수강 횟수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개정', '차별적 등록금제 폐지' 등 서 총장의 개혁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들이 세부적으로 담겨 있었다.

교수협의회에서 제안해 구성되는 비상혁신위원회 논의 방향도 지켜봐야 한다. 혁신위는 총장이 지명하는 5명(교학·대외·연구 부총장 포함), 교수협이 지명하는 평교수 5명, 학생 대표 3명으로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 동안 운영되며, 의사결정은 과반수로 하게 된다.

혁신위에서는 학교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 논의하게 되며,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보고서를 카이스트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보고하게 된다. 서 총장은 경종민 교수협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 한다'는 강제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교수협의 모든 요구를 수용했다. 혁신위 안이 서 총장의 '신념'과 어긋날 경우 서 총장이 실제로 수용할 지도 관심사다.

카이스트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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