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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엘리트' 없는 아랍혁명, 페이스북 만으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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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엘리트' 없는 아랍혁명, 페이스북 만으로는 안된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27>아랍 혁명의 수수께끼

넉 달째 북 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쓸고 있는 아랍 혁명은 아직도 우리가 풀지 못한 많은 수수께끼를 안고 있다. 벤 알리와 무바라크가 민중의 봉기로 축출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멀지 않아 아랍권 전체가 민주화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했던 아랍혁명은 카다피의 리비아에서 주춤하고 있다.

유엔 안보이사회의 결의 직후 미국 프랑스 영국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로 카다피의 관저 밥 엘 아지지아를 포격하고 연합군의 전투기들이 카다피 정부군을 공격해서 리비아의 제공권을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을 때만 해도, 카다피의 42년 독재가 막을 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카다피는 아직도 건재하다. 나토 공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정부군은 지난 주말 반군이 점령한 제3의 도시 미스라타의 재탈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반군은 나토 공군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상전투에서 정부군에 밀리고 있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한둘이 아니다.

'혁명은 실패했다'? 새로운 아랍세계가 출현했다

레바논 출신 중동 역사학자 조르주 코름은 서방 열강이 지극히 복잡한 아랍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보고 대응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께끼가 안 풀리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몇 달째 '인민의 봉기'가 이어지고 있는 '아랍 혁명'으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아랍세계'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파리의 정치대학(시앙스 포) 교수이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아랍문제 전문가 질 케펠(Gilles Kepel) 교수가 지난 주 프랑스의 진보 주간지 <누벨 옵세르봐토와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분석이다.

그의 분석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성공한 '아랍 혁명'이 왜 리비아에서 주춤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케펠 교수의 분석은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보다도 아랍혁명의 장기적인 전망을 생각하게 한다. 리비아 전쟁이 당장 승패 전망이 보이지 않은 지금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는 분석 같아 그 내용을 소개한다.

▲ 2일 리비아 반군들이 전날 나토군의 오폭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방의 개입이 아랍 혁명 상황을 변화시켰는가?

리비아에서 다국적 군사행동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은 좁다. 벤 알리나 무바라크의 경우처럼 리비아 권력 구조 자체가 카다피를 퇴출할 수 있도록 그의 군사력을 중립화시키는 것뿐이다. 이 틀을 벗어나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국적 결과를 초래한 서방 개입의 시나리오를 재연할 우려가 있다.


문제는 리비아에는 이집트나 튀니지와 달리 사회세력과 연대해서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는 군대조직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리비아는 제대로 제도화된 사회가 아니다. 다수 부족의 족장들이 카다피를 버리는 것만이 그의 축출을 보장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카다피와 그의 가족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기피 인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 특히 카다피가 리비아 석유를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 그때 그들이 그를 밖으로 내쫓을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카다피가 반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의 석유 수출 항구를 장악하는데 군사작전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랍혁명의 다음 도미노는 어느 나라일까?

예멘은 도시문화와 부족 인맥, 이집트 모델과 리비아 모델이 혼재한 사회이다. 수도 사나와 아덴 같은 대도시에서의 항의 시위는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시위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세력균형의 열쇠는 부족 족장들의 손에 있다. 그런데 이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예멘은 거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웃하고 있어서 석유에 의지하고 있는 주요 석유 수입국들은 예멘이 불안하면 사우디가 불안해진다고 우려해 정권 교체에 열의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바레인의 경우와 같다. 중동의 중요한 재원인 석유 수입이 아랍혁명을 저해하는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 세계의 저항에서 선두 역할을 하고 있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어느 아랍국가도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반정부 항의의 규모와 정부의 탄압 정도에 따라 정권의 운명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서방과 아랍 간의 '9.11 악순환' 아랍의 봄으로 끊어지나


몇 달째 아랍의 봄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랍혁명은 아직 그 초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 혁명이 아랍권의 국내문제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에 미칠 영향은 좀 더 기다려 보아야 할 것 같다. 한편 '아랍의 봄' 아랍혁명은 아랍 세계와 서방이 9.11 이후 시작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하면 이슬람운동 분야에서 무장 이슬람 그룹이나 알카에다 형태의 무장 저항을 주장하는 가장 과격한 투쟁파가 경쟁에서 패배하고 민주적 현실에 적응하면서 사회 규범 안에서 행동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참여주의파'의 우세가 드러난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과거 과격파로 알려졌던 무슬림 형제단이 폭력이 아닌 거대한 협의조직 네트워크를 가진 가장 구조적인 정치세력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이 최근의 사건들에 관해 그들의 웹 사이트에서 이념적인 주장은 하지 않고 '민중 혁명'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들은 특히 자신들이 시위의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일 없이 '민중' 뒤에서 따라가는 첫처럼 행동하고 있다. 9.11 테러는 지난 10년간 국제적 아젠다를 독점한 과격주의자들에게 세를 확장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순교 예찬은 대중을 그들 편으로 유인하는데 충분한 수단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9.11 이후 아랍의 독재정권들이 스스로를 알카에다에 반대하는 보루처럼 선전하고 행동하면서 이슬람 과격파의 위협은 독재 부패정권을 연장하는 명분으로 이용됐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슬람주의를 막는 세력임을 과시하며 서구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슬람 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아랍혁명을 통해서 우리는 아랍사회의 정치적 소프트웨어(사고방식)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중봉기의 슬로건을 주도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은 30년 전 이란 혁명과는 큰 차이이다. 바레인의 시위는 시아파가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은 '인권'과 민주화 요구를 슬로건으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이 운동을 무슬림이나 아랍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물론 지역적인 특성은 고려해야 한다. 이용하는 언어가 같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맥은 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모든 나라에는 공통적으로 경찰정보원(무하바라트)이 어디에나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렇게 전제적 경찰국가에서 정권이 어떻게 민주봉기에 의해 급습을 받을 수 있게 됐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고령 집권세력이 정권에 반항하고 일어선 젊은 세대, 트위터 세대가 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지속적인 민주주의를 건설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인가? 그렇지는 않다. 아랍 혁명에서 드러난 사실은 수십 년간 계속된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대체 엘리트가 양성될 수 있는 기회가 말살된 다음에야 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중동에는 동유럽에서처럼 감옥에서 나온 반체제 엘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한 독재가 남긴 결과이다. 그러므로 인터넷으로 형성된 사회 미디어를 물신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망명에서 돌아온 야당 인사들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경험이 없다. 이집트에서 무바라크를 대체한 것은 군사최고위원회이다. 현재 배태되고 있는 정치 엘리트들이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가상 세계에서 나오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은 보조 도구로 이용될 수 있지만 사회 미디어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아랍 독재 정권에는 '대체 엘리트'가 없다

이상이 케펠 교수의 아랍혁명에 관한 분석이다. 그의 분석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아랍 장기 독재정권이 대체 엘리트를 양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들은 고령 정권이다. 정권이 영속하리라고 믿고, 어쩌면 영구집권하기 위해서 일부러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는 대쳬 엘리트를 양성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혁명 상황으로 급변이 일어났을 때 무너진 정권의 공백을 메울 대체 엘리트가 존재하지 않을 때 그 때 일어날 사회혼란과 이해갈등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이렇게 대체 엘리트가 전무한 상황에서 카다피의 42년 독재에 대한 반대시위가 일어났다는 것은 그 탄압이 얼마나 막심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한편 시위가 무장 반란으로 격화된 상황에서 카다피의 반군이 정부군에 밀리는 것도 카다피가 정권에 위협이 될 군대를 의도적으로 양성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대체 엘리트 양성 기피의 결과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 뿐 아니라 반군을 제대로 된 군대로 훈련하지 않는 한 카다피의 퇴출은 상당히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은 유엔 결의를 넘는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세력이 카다피 축출을 포기하는 타협에 만족하던지 유엔 결의를 우회해서라도 반군을 훈련시키던지 선택해야 할 때가 가까워 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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