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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목표는 '카다피 축출', 속내는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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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목표는 '카다피 축출', 속내는 '제각각'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리비아 전쟁 관전법

튀니스에서 벤 알리의 23년 독재를 무너뜨리고 카이로에서 무바라크의 30년 집권을 종식시킨 아랍 민주화 혁명의 바람이 트리폴리에서 반혁명의 맞바람에 부딪혀 소용돌이치고 있다. 역시 42년 최장 기록을 세운 카다피의 독재는 그 뿌리를 뽑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카다피에 대한 국제여론은 거의 100퍼센트 부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강대국 정상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

라인홀트 니버가 80년 전에 <도덕적 인간과 비도적적 사회>에서 지적한대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도덕을 이야기하지만 집단적인 이익을 다루게 될 때는 비도덕적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인간의 위선적인 면 때문이다. 국제정치에서 그 위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리비아의 카다피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은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그러나 그 이후엔

리비아 전쟁의 발단은 2월 15일 트리폴리에서 일어난 카다피 반대 시위였다. 아랍 민주화 혁명의 바람을 탄 카다피 반대 시위는 곧 전국으로 확산돼 갔다. 카다피는 그의 독재에 항의하는 시민의 시위에 전투기를 동원해서 진압했다. 수 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 후 시위는 무장저항으로 바뀌었다. 카다피의 독재 수법으로 보아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것이 뻔했다. 이를 방관할 수 없다는 여론이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카다피를 기피인물로 취급하는 서방 국가들은 그를 제거할 좋은 명분이 생겼으나 지상군 투입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라크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는 미국은 지상군 투입은 생각할 수 없었다. 프랑스나 영국도 아랍권 전체를 적대세력으로 만들 위험이 있는 지상군 투입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민간인 보호 명분을 업고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었다.

카다피가 속해 있는 아랍연맹도 이에 동의하고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유엔 안보리에 요구했다. 카다피 군이 반 정부 세력의 거점인 벵가지를 점령할 상황에 이르자 프랑스가 앞장서서 국제 여론을 업고 민간인 학살 위험을 내세워 유엔 안보리를 압박해서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처음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러시아도 국제여론에 밀려 결의안을 거부하지는 못하고 기권하는데 그쳤다.
▲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장면 ⓒAP=연합뉴스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에 제기된 의문은 예전에 예멘이나 바레인에서 정부가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났을 때는 아무 말 없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열강들이 왜 카다피의 리비아에 대해서만 유엔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라는 군사개입을 강하게 요청했느냐는 것이다.

카다피가 전투기를 동원해서 시위 군중에게 발포한 지나친 대응이 국제 여론의 비난을 산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서방 국가들을 움직인 결정적인 개입 동기는 문제의 나라가 그들이 제거하고 싶은 카다피의 리비아였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카다피의 잔인한 시위 탄압이 서방 열강에게 그를 제거 내지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주었고 미 영 불은 인도주의를 내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것이다.


리비아 공격에 적극적인 프랑스, 사르코지의 재선용?


미국을 비롯해서 프랑스 영국이 유엔 결의를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여기까지는 예측 기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17일 저녁 유엔 안보리 결의가 통과되고 다음날 18일 미 영 불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이 시작되면서부터 북대서양동맹(나토) 내부에서 리비아 공격에 대한 이견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먼저 관심을 끈 것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의 태도였다. 나토의 맹주인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가 군사작전의 주도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프랑스는 결의가 채택된 다음 날인 18일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해서 리비아의 공군력을 무력화하는 관계국 작전회의를 파리에서 소집했다. 23일자 <뉴욕타임즈> 사설이 지적한대로 프랑스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아프가니스탄 파병에도 여러 조건을 달 정도로 미국의 군사행동에 시비를 걸어온 동맹국인데 리비아 작전에 대해서는 '호전적'으로 앞장섰다.

여기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튀니지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사르코지는 지난 1월 국민의 저항으로 축출된 벤 알리 정권의 독재를 묵인하고 국민의 민주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셸 알리오-마리 외무장관은 벤 알리에 대한 항의가 한창일 때 그의 초청으로 튀니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부적절한 대접을 받았다는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 피용 총리는 무바라크 축출 직전 그의 초청으로 카이로에서 휴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신문에 오르내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3년 전 카다피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그를 칙사대접했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카다피의 공격에 앞장섬으로써 불리한 잡음을 씻으려고 한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사르코지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인기가 많이 떨어진 지금 국제무대에서 강한 리더십을 보임으로써 유리한 여론을 조성시키는 것이 절실한 형편이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리비아 작전을 나토의 지휘 아래 두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고 파리에서 리비아 전략회의를 소집해 놓고 회의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프랑스 전투기를 출동시켜 벵가지에 진격하고 있는 정부군을 포격해서 참가국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프랑스의 역할, 자신의 역할을 돋보이게 해서 국제무대에서의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겉으로는 카다피의 비인도적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이기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즈> 사설은 사르코지의 행동으로 벵가지가 하마터면 카다피의 수중으로 넘어갈 뻔한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다는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이제 프랑스의 독자적인 행동은 그만두고 나토에 작전 지휘권을 넘기라고 충고했다.

신중한 미국, '이번 작전은 미국 주도가 아니다'

나토 내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바마, 사르코지, 영국의 개머론 그리고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 간에 나흘에 걸친 분주한 통화 협상이 계속됐다. 그 결과 24일 리비아 작전 지휘권은 나토에 넘기는데 합의가 이뤄졌다. 동맹국 내부의 갈등은 일단 해소된 셈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군사작전에 반대해서 안보리 결의에 기권한 독일은 유럽연합의 제일 경제대국인 독일을 무시하고 프랑스와 영국이 독주하는데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는 지중해에 파견한 독일 함정을 철수해 버리기로 결정했다. 카다피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랍연맹도 카다피를 견제하는데 동의하고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동의했었다. 그러나 18일 첫 공격이 리비아 공군기지나 대공방위시설이 아니라 카다피의 집무실인데 충격을 받고 서방의 아랍 공경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다국적군의 행동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아픈 상처에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기때문에 처음부터 군사작전에 고민해 왔다. 특히 아랍권 외교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이집트에서 무바라크를 잃어 민주화 혁명 후 아랍권에서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미국은 유엔의 이름으로 치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작전이 미국의 주도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유엔 결의가 나온 후에도 지상군 투입에는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작전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이 작전 지휘권을 나토에 빨리 넘기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카다피의 퇴진 여부가 작전의 승패 결정

카다피가 물러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작전을 둘러싼 모든 시비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카다피가 살아남는다면 미국과 서방의 중동정책 아랍정책은 예칙하기 어려운 후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많다. 아랍의 반미 반 서방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카다피의 축출을 바라고 있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오바마도 카다피가 정당성을 잃은 지도자란 말을 여려 차례 했다. 그를 정상적인 국가지도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문제는 유엔 결의가 카다피의 퇴진을 작전 목표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그의 축출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카다피가 그의 가족이나 측근의 이탈로 축출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국적군의 작전 성공과 반군이 정부군을 군사적으로 승리해서 카다피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다국적군이 24일을 기점으로 제2단계의 작전에 들어갔다고 공식으로 천명했다. 정부군의 공군력과 방공망을 파괴하는 제1단계 작전은 성공해서 다국적군이 카다피군의 공격으로 전투기가 추락될 위험 없이 하늘을 자유로히 비행하며 지상군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아기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정부군이 어느 정도 전투병력을 갖추고 있다면 카다피의 저항은 오래 갈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정부군은 조직 면에서나 무장 면에서 정부군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반군을 정상적인 군대로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무기는 이집트 국경을 통해 반군 쪽에 보급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보도이다. 앞으로 해안을 장악한 다국적 군의 지원으로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비공식적으로 가능하다는 군사전문가들의 관측다.

영국군의 정보에 의하면 카다피 군의 저항력이 예상보다 강하다. 그러므로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리비아가 둘로 분단될 가능성이 있다. 반군 쪽에서나 유럽 쪽에서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려되는 것은 내전이 계속될 때 서방 세력의 아랍 개입에 반대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리비아가 아무도 원치 않은 또 하나의 이슬람 지하드(성전) 전쟁터가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도 이러한 가능성과 위험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앞으로 제2단계의 작전은 카다피의 지상군을 최대한 파괴해서 카다피가 스스로 물러가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차선책으로는 임시정부를 승인해서 반군을 공식으로 지원하는 길을 열어 카다피의 퇴진을 계속 압박하는 것으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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