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들의 최종 목표는 평화헌법의 폐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들의 최종 목표는 평화헌법의 폐기"

['교과서 전쟁' 현장을 가다③] "군국주의 부활 꿈꾸는 日 우익의 전략"

'교과서 전쟁'의 부활인가.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가 또 한 차례 동아시아를 뒤흔들 전망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발표가 4월 초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일본사회 우경화의 바람을 타고 식민지배와 전쟁을 미화한 교과서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한 번의 '교과서 전쟁'이 꿈틀거리고 있는 일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함께 일본을 방문해 현지의 상황을 들어봤다. <편집자>

"이 작업은 향후 30년을 내다보고 있다"

▲ 일본의 극우단체 새역모에서 발간한 지유샤판 역사 교과서. 요코하마시에서 채택돼 사용 중인 이 교과서는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기술, 이 전쟁이 '자존자위'를 위한 싸움이었다고 표현하는 등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 의도를 미화하고 있다. ⓒ프레시안
일본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지난 2001년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며 밝힌 말이다. 이들은 태평양전쟁을 '아시아 해방전쟁'으로 서술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역사왜곡 교과서를 내놓아 파장을 일으켰다.

'3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그들의 판단은 현명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군국주의의 향수'를 주입시키는 작업이 단 한두 해로는 어림없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2001년 0.037%에 불과하던 새역모 교과서의 채택률은 꾸준히 증가했고, 낮은 채택률과 달리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새역모 스스로도 자평하듯, 다른 교과서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그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기술은 다른 교과서에서도 점차 사라졌고, 일본의 전쟁 범죄를 제대로 서술하는 것 자체가 '민감한 사안'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교과서 왜곡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새역모를 필두로 한 일본 우파의 '교과서 공격' 뒤엔 '보통국가 일본'을 향한 욕망이 존재한다.

"'군국주의 부활' 꿈꾸는 일본 우익…교과서는 그 수단"

지난 2일 도쿄에서 만난 '어린이와교과서네트워크21' 타와라 요시후미 사무국장은 "일본 우익의 최종 목표는 교과서가 아니라 '보통국가'로의 회귀"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보통국가'란, 군대를 보유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물론 일본은 이미 자위대라는 실질적인 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 우익이 바라는 것은 자위의 무력뿐만 아니라 파병 등 타국의 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는 '군사적 정상국가'의 건설이다.

이를 위해선 1946년 연합군 점령 아래서 시작된 평화헌법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전쟁 포기'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는 일본 우익들의 주요 타깃이다.

이 조항은 일본이 국제분쟁 해결에 있어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이를 위해 육해공군을 비롯한 기타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역모가 발행한 교과서가 지속적으로 '평화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제771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일본의 평화헌법 9조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을 고스란히 서술한 교과서는 이들의 입장에선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타와라 사무국장은 "1990년대 보통국가론의 등장 이후 우익들에겐 헌법 개정을 위한 지지 세력이 필요했다"며 "그 수단으로 교육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맥락에서 우익들에게 전쟁을 반성하는 교과서나 근린제국조항은 철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와라 사무국장은 "따지고 보면 새역모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점차 군국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새역모의 역사 교과서엔 △태평양전쟁을 아시아 국가들의 해방을 위한 '대동아전쟁'으로 미화하고, △일본군 위안부·난징대학살 등의 전쟁 범죄는 '날조'이며 △일본이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의 밑바탕이 됐다는 등의 기술이 태연하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세대 신주백 교수는 1일 도쿄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일본 우익은 헌법을 개정해 천황을 중심으로 한 국가 시스템을 새롭게 갖추길 원한다"며 "이를 위해 자신들의 역사관을 대변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어, 여기에 동조하는 국민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다른 교과서에 대한 공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 우익들이 자신들의 역사관을 담은 중학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바로 새역모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새역모계에서 발행한 두 종류의 교과서 역시 이번 문부성의 검정을 기다리고 있다.

군 강요에 의한 주민 집단자결도 '천황 위한 위대한 희생'

전쟁을 미화하다보니, 전쟁 기간 억울하게 희생된 일본인들의 죽음도 천황을 위한 '애국적 죽음'으로 포장된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인 수천여 명이 희생된 '오키나와 집단자결 사건'이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미군의 상륙이 임박해오자 오키나와 주민들은 동굴로 피신해 자식들에겐 청산가리를 먹이고, 자신들은 수류탄을 터트리거나 서로의 목을 졸라 집단 자결했다. 일본 우익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낳은 이 사건을 '천황을 위한 위대한 희생'으로 포장했지만, 생존자 증언을 통해 이 사건에 일본군의 강요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문부성은 지난 2007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에서 "일본군이 집단 자결을 강제했다"는 서술을 삭제해 오키나와 주민 11만여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 지난 2007년 오키나와 주민 11만여 명이 문부성의 교과서 수정 지침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AP

국가가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 과거의 참상을 알리는 가장 직접적인 매개물은 바로 역사교과서다. 일본의 많은 시민단체가 새역모의 교과서를 반대하는 까닭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겠다'는 뜻도 있지만, '천황'의 이름으로 죽음을 강요당했던 잔혹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타와라 국장은 "전쟁 찬미 교과서의 채택률은 낮았지만, 그 영향력은 컸다"면서 "이제는 우익들의 '교과서 공격'을 끝낼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