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초래할 '환경 재앙'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온 '환경운동연합'이 친수구역특별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기획 연재 기사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수공 특혜법', '수질오염특별법' 등으로 불리며 상정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 법안에 대한 연재 기사는 총 8회에 걸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몇 년 전부터 '국토의 난개발'이란 단어가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법적 용어도, 경제적 용어도 아닌 이 말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난개발'이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는 것은 토지 및 국토를 바라보는 관점과 의식이 '개발 지향'에서 '보전·계획 지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여론을 인식했는지,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지난해 1월 13일 발의한 친수구역특별법은 법령과 시행령에 '국가하천 주변지역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조성·이용하여 난개발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며'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체계적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란 문구를 넣었다.
이 법안은 2011년 날치기 예산과 함께 해당 상임위에서 어떠한 논의도 없이 통과됐다. 법안의 '실제' 취지는 지난해 12월 백 의원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밝혀졌다. 그는 놀랍게도' 법안 발의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의 재정 투입 효과를 공공부문에서 단계적으로 회수하고자 하는 것이 (친수법의) 두 번째 목표다."
그가 밝힌 속내처럼, 친수구역특별법은 '난개발 방지'를 위한 법이 아니라 4대강 사업으로 투여된 재정을 회수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이는 법안에 명시된 '친수구역 조성사업'으로 구체화된다.
법안은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친수구역을 국가하천과 조화롭게 주거·상업·문화·관광·레저 등의 기능을 갖추도록 조성·운영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이에 따라 4대강 본류 둔치에 주택 건설과 분양, 관광레저·산업·유통시설의 설치와 운영 등 사실상 모든 개발 사업이 가능해졌다.
'수공 특혜법'이라 불릴 정도로 이 법안으로 특혜를 입은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4대강 주변에서 돈 되는 사업을 할 것"이라며 본심을 드러낸 바 있다. 급기야는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역시 "4대강 사업은 치수 사업이 아닌 레저 사업"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성장이란 환상, 국민이란 '볼모'
정부는 이 법안과 연장선에서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1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R&D(연구개발) 센터를 서울이나 수도권에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후 단 3일 만에 김황식 총리 주재로 열린 '2011년 규제개혁 추진계획 보고회의'에서 "자연보전권역 등의 획일적인 입지 규제를 탄력적·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자연보전권역 내 산업단지의 공장 신·증설 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현행법상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자연보전권역은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취지의 자연보전권역이 이제 '대기업의 사업장'으로 파괴될 판이다. 2006~2007년 큰 논란이 되었던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구리 배출로 몸살을 앓았다. 구리 배출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공장 증설을 허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방침으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남한강 수계에까지 들어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미국 연방환경보호국(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는 구리의 인체 중독을 우려해 급성독성과 만성독성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수질 중 구리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했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구호 아래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수질관리 초기에는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를 중점적으로 관리했지만, 점차 COD(화학적산소요구량), 인, 질소, 미량 독성물질까지 관리하는 등 오염 관리 대책이 폭넓게 변화했다. 4대강 사업과 친수구역특별법으로 하천변이 개발될 경우, 다시 점오염원 BOD 중심의 정책으로 회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관련 기사 : 친수구역특별법은 '수질오염특별법'이다)
정부는 강변에 공장 외에도 놀이동산 등 레저시설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골프장의 난립과 신도시 건설까지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맑은 물을 되살리겠다'며 강행한 4대강 사업의 추진 명분을 스스로 뒤집는 행위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4대강 사업을 통해 '개선된' 국가하천 주변에 다시 주거, 상업, 산업, 문화, 관광, 레저 시설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 김진애 의원실이 발표한 친수구역 용역(안)의 관광레저복합도시 조감도. 여주 이포댐 주변의 모습이다. ⓒ김진애의원실 |
경기도는 그동안 명확한 근거 없이 상수원지역에 골프장 입지가 제한되고 있다며 당정협의회 및 문화체육관광부에 관련 규정 수정을 건의했고, 이를 유인촌 당시 문화부 장관이 관련 규정을 개정해 고시했다.
마스터플랜 나오기도 전에 투자자 유치?
친수구역특별법이 난개발을 조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령에도 잘 나와 있다. 동법 2조 2항을 보자.
'국토해양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친수구역을 지정 또는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 친수구역조성사업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친수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친수구역을 지정한 후에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친수구역특별법 2조2항)
이 조항으로 친수구역 지정을 위해 각종 로비가 횡횡할 것으로 보이며, 사업 목적이 실종된 난개발이 우려된다. 친수구역으로 지정될 부지 정보를 얻기 위해, 자기 소유의 땅이 친수구역으로 지정되면 오를 땅값을 위해, 토건족의 로비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첫 번째 지정개발자가 되는 수자원공사나, 다음으로 꼽히는 LH공사 등 하나의 공공기관이 대규모의 개발을 독점하면서 투기 세력의 극성과 각종 비리가 우려된다.
MB정부에서 하는 일이 어디 이뿐이랴. 지난해 국정감사 민주당 최철국 의원은 이미 2009년부터 정부 내에 친수법 제정을 위해 4대강 주변 개발 태스크포스회의가 운영되었으며, 민간업자가 회의에 참여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참가한 사람은 총 21명이었다. 국토해양부 4대강추빈본부 기획국장을 팀장으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18명이 참석했고, 부동산학과 교수 1명, SOC컨설팅업체의 부사장, 대형개발사업에 민간 자금을 조달하는 업체 사장 등 민간업자들도 참여했다.
당시 논의된 것은 △개발을 위해 하천법을 개정하면 다른 법과 상충되므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개발 시행 시 원스톱으로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강구해야 하며 △개발 용도를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이었다.
공공재인 하천의 개발과 관련해 민간 기업이 참여한 것은 이들에게 4대강 주변지역에 관한 개발정보를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잘 짜인 시나리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은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보인다. 그러나 1998년 환경부가 수도권 시민들에게 '물이용부담금'을 도입할 당시 화제가 됐던 난개발의 문제를 잊어선 안 된다. 당시의 상황은 처참했다. 아파트는 500% 이상 증가했고, 숙박시설과 산업시설은 최대 300% 가까이 증가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건강한 상수원보호 물 포럼>(2006) |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1994년 개정된 국토이용관리법으로 '준농림지 제도'가 도입돼 개발 용도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개발이 가능했던 면적은 25,887㎢으로, 전국토의 26%를 차지했다. 친수법으로 개발이 허용된 면적은 전 국토의 24%. 개발 면적만 놓고 본다면 파급력은 그 떄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개발 면적만 놓고 보면 안 된다. 먼저 국가하천변에 직접 공사를 허용하는 친수법은 준농림지 제도보다 훨씬 파괴력이 클 것이다. 또 정부는 친수 구역 지정에 있어 도시 접근성 등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준농림지 제도에서는 지자체에게 개발 권한을 부여했지만, 친수법에서는 지자체에 줬던 각종 개발 권한을 회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4대강 사업과 친수법은 사실상 '국가주도형' 난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의 조감도. ⓒ국토해양부 |
국민이 식수원으로 쓰는 강변에 신도시를 짓는다. 놀이공원과 골프장이 들어선다. 또 경제성장이란 미명 아래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친수구역특별법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과는 쓸쓸할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사태는 비일비재하다. 식수원에 위락단지는 뭐고, 산업단지는 또 뭔가. 국민의 식수로 쓰이는 강에 개발을 시도하는 국가가 얼마나 국민의 건강권에 관심을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또 4대강 사업 재정의 회수를 위해 지정된 법이 회수는커녕, 또 하나의 빚더미로 남진 않을지 우려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상류지역의 개발은 수질오염의 주 원인이 될 것이다. 1998년 환경부가 내놓았던 상류지역 주민과 하류지역 주민의 '윈-윈' 전략, 즉 상류 주민들의 경제적 보전과 하류 주민들의 맑은 물 공급 차원으로 시행했던 '물이용부담금제도'가 흔들리는 상황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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