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도 김인규 사장 질책…"개인적인 말 말라"

KBS 수신료 '오락가락', 이사회 '3500원' 결정에도 사장은 불만?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17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인규 KBS 사장이 여야 위원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위원들의 질문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고 최시중 위원장까지 나서 김 사장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인규 '이랬다 저랬다' …최시중 위원장 '훈계'

김인규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이라는 대목을 넣어 위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현재 KBS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수신료 3500원, 광고 현행 유지' 안을 방통위에 제출한 상태인데 김 사장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다른 의견을 동시에 내놓은 것.

김 사장은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KBS가 BBC나 NHK처럼 선진 공영방송의 모습을 갖추려면 광고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개인적으로는 이번 수신료 1000원 인상이 흡족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KBS 이사회는 5개월 이상의 여론수렴과 논의 과정 끝에 국민부담 최소화 등의 차원에서 3500원으로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했다"는 등 거리를 두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 사장은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결의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는'이라는 전제를 달아 이런 의견을 밝혀왔다. 방통위가 조·중·동 등 새로 진출하는 종편의 광고 먹거리를 위해 KBS 광고 비중 축소를 원하는 상황에서 KBS 이사회가 '광고 현행 유지'를 결정하자 나름의 '줄타기'를 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여당측 방통위원들도 김인규 사장의 이중적인 태도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이라는 표현은 이사회와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왜 이런 표현을 썼느냐"면서 "비록 결정이 자신의 의견과는 달라도 밖에서는 자기 개인으로서 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훈계했다.

이경자 부위원장도 "개인 소신이 있더라도 결정이 되면 공식적인 입장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김 사장은 자연인이 아니라 KBS 사장으로 나온 것"고 이라고 비판했고 송도균 위원도 "나도 사장 해봐서 아는데 다른 의견 생길 수 있긴 하더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러한 질타에 김 사장은 "개인적인 말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쓰기 어렵더라"고 얼버무려 위원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김인규 사장의 이중적인 태도는 질의답변 중에도 이어졌다. 방통위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현재의 KBS 수신료 인상안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KBS가 수신료 인상안을 다시 마련하는 안과 수신료 1000원을 인상하되 600원은 공적책무 시행에 400원은 광고축소와 EBS에 배분토록 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야당 추천인 양문석 위원이 '광고를 빼자는 의견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1000원 수신료 인상으로 늘어난 재원만으로는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도 부족하다"고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도 여당 추천인 송도균 위원이 "광고 폐지 요구는 계속 나올 것이고 광고 비중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은 KBS의 정체성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에 양문석 위원은 "대체 어느 쪽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공정성, 독립성 확보는?", "방만한 경영은?"

이날 여야 위원들은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제각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추천인 양문석 위원은 "김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가 신뢰도와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고 이것이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에 흔쾌히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꼬집었고 이경자 위원은 "KBS가 계속 겪고 있는 정파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여당 측 위원들은 KBS의 경영 문제를 꼬집었다. 송도균 위원은 "K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서도 인건비가 지나치게 높은 방만한 경영구조를 보인다. 간부급이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라고 비판했고 형태근 위원은 "KBS가 내놓은 공적책무 이행 방안이 회계상 정확하지 않다"고 문제제기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화는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KBS는 독립성 공정성을 다 확보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그리 세련되어 보이지 않고 내 느낌인지 모르나 KBS가 정말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했느냐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동의할 시청자가 적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통위는 행정적 의견만 제시하면 될 뿐, 월권 말아야"

한편 이날 김인규 사장의 방통위 출석을 두고 적절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양문석 위원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켜야할 KBS 사장이 행정부가 부른다고 법적 근거도 없이 바로 달려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이러한 선례가 악의적으로 이용될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행동도 이날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방통위가 수신료 절차에 있어 의견을 낸다면 이미 결정된 3500원 안에 대한 행정적 의견만 제시하면 되며, 결정내용에 의문이 있으면 손병두 이사장과 이사들을 만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을 관제방송으로 망가뜨려놓은 책임을 물어 적절한 행정지도를 할 것이 아니라면 김인규를 오라가라 할 이유가 없는 일"이라며 "수신료에 흠집을 내어 국회에 올림으로써 1000억 원 정도의 광고비라도 빼내 조중동방송에게 줄 수 있겠다는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김인규 사장의 의견 청취를 진행한 방통위는 18일 오후 2시 30분 전체회의를 열어 KBS가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국회 제출용 검토 의견서를 의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