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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가축 무덤', 봄이 오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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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가축 무덤', 봄이 오면 무너진다

경북 매몰지 61곳 붕괴 위험…'마구잡이 매몰'이 환경 재앙으로

구제역 사태로 인한 살처분 가축 수가 31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가축을 파묻은 전국의 매몰지 4000여 곳 중 일부 매몰지가 붕괴·유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제역 사태로 인한 '2차 환경재앙'이 예고된 것.

특히 2월 들어 기온이 상승하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매몰된 가축의 부패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매몰지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6일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도내 가축 매몰지 750곳(1월 10일 기준)을 대상으로 매몰지 입지 적합성 등을 정밀 조사한 결과, 1차 위험판단 매몰지 90곳 중 61곳(68%)이 붕괴되거나 유실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7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사 결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산 156번지 등 45곳은 매몰지 붕괴·유실 위험이, 16곳은 유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선 매몰지 자체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난달 27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청리의 한 매몰지에서 방역요원들이 살처분을 완료하고 가스 배출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마구잡이 매몰'이 환경 재앙 낳아…날 풀리면 더 위험

매몰지의 붕괴·유실 위험은 지방자치단체와 방역당국이 가축을 매몰하는 데 급급해 산비탈이나 하천변·계곡 등 가축을 묻어서는 안 될 곳에 매몰지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매몰지 붕괴로 인한 2차 오염을 막으려면 매몰지 주변 지하에 콘크리트 옹벽을 높게 세우거나 암반까지 땅속을 파내려가 특수 재질의 차수벽(침출수가 매몰지 바깥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세우는 벽)을 설치하는 공사가 필요한데, 이 역시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동기(解凍期)인 봄철에 매몰지의 흙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거나, 큰 비가 올 경우 매몰지가 붕괴·유실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 매몰지 붕괴에 대한 정부의 판정은 일단 경북지역의 매몰지 61곳에 대한 것이지만,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매몰지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전국의 나머지 매몰지에 대해서도 해당 지자체와 함께 입지 적절성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되는대로 서둘러 보완 공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핏물 침출수 공포' 현실로…지하수 오염 시엔 속수무책

매몰지 붕괴로 인한 환경 오염도 심각하지만, 매몰지의 침출수 유출은 장기적으로 환경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미 경기 파주와 경북 영천, 경남 김해 일대에선 잇따라 가축 매몰지서 '핏물 침출수'가 흘러나와 지하수 오염 등이 예견된 바 있다.

대규모 가축 매몰로 인한 침출수 유출은 차단막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거나 차단막이 찢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돼지의 경우 안락사 과정없이 대부분 생매장으로 매몰되면서, 아직 죽지 않은 돼지가 몸부림을 치다가 바닥에 깔린 비닐 차단막이 찢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매몰 현장의 모습. 살아있는 돼지가 그대로 생매장되고 있다. 죽지 않은 채 땅 속에 묻힌 돼지가 몸부림치면서 비닐 차단막을 찢어 침출수 유출의 위험이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문제는 이들 지역처럼 침출수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한, 땅속에서 지하수 오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단 오염이 시작되면 지하수 음용(飮用)을 금지하고 해당 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 외에 오염 확산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런 실정은 과거 사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09년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15곳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 작업을 벌인 결과, 이중 8곳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새나와 매몰지 바깥 지하로 확산됐고,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의 82%(45곳 중 37곳)가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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