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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지, 최초 신고 농가 아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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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지, 최초 신고 농가 아닐수도"

구제역 매몰지 오염 회복하는데 적어도 20년 걸린다

구제역 사태 두 달 동안 270여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됐음에도 구제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 매몰지가 안정화 되는데 최소 20년이 걸린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또한 구제역 발생지가 최초 의심 농가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6일 오후 정범구, 류근찬, 홍희덕 국회의원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구제역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장)는 "매몰지가 안정화되는데 가장 적게 잡아도 20년이 걸린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의 살처분 매몰지는 빠른 시간 내에 감염 의심 동물을 격리해야 하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침출수의 누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도록 조성하기 어렵다"라며 "침출수에 의한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몰이 결국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돼 매립 초기 몇 년간은 침출수와 함께 병원성 세균이나 다른 위해성 물질들의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정은해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과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모든 매몰지에 대한 조사비용만 98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매몰지가 3000곳이 넘은 상황에서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돼지의 경우 생매장을 해 발버둥 치는 돼지들에 의해 바닥 비닐이 찢겨져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충분히 깊게 묻지 않아 핏물이 표토로 그대로 흘러 나오고 있는 매몰지도 목격되고 있다.

ⓒ프레시안(이경희)

구제역 최초 발생 농가 조차 잘 못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대표는 25일 발표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내용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원 발생 농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안동에서 초기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66개 농가의 소들을 살처분 했는데 묻기 전에 샘플링을 한 결과 17개 농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4개 농가는 항체까지 검출됐다. 항체가 형성되려면 감염된 지 14일이 지나야 한다. 최초 양성 판정받기 14일 전 이미 감염된 것이다. 이 정도 기간이면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 됐다고 봐야 한다."

그는 초기 상태가 이렇다면 살처분과 동시에 예방접종을 해서 사태를 막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안동에서 최초 신고한 농가가 원 발생지인가 의심이 간다. 나는 (최초 신고 농가가 아니라) 항체가 검출된 집이 원 발생지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농가가 신고를 일찍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검역도 잘못됐고 조기 발견 시스템도 부재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정부는 구제역이 반복되는데도 아무 준비도 안 했다. 광우병으로 촛불시위가 있었을 때 검역 기능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졌나?"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가 구제역 파동 키웠다

살처분 중심의 방역 대책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과 이창범 국장은 "예방접종은 2000년도에도 한 바 있지만 질병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라며 반대했다. 특히 "생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출에 문제가 생기고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 수입 압박이 들어온다"라며 정부가 백신 주사에 신중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방청객인 중앙대학교병원의 한 교수는 무차별적인 살처분에 반대하며 "구제역이 돈다고 해서 다 살처분하면 항체가 생길 수 없고 내성 있는 가축이 생길 수가 없다. 구제역 치사율이 5%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 동물들을 다 죽여 버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변형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내성을 키우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육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책은?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정부 측에서 마련한 것은 '축산업 선진화 대책'이다. 정부는 현재 '축산업 선진화 TF'를 지난 12월 29일부터 구성해 운영 중이고, 상시방역체계 구축 등 가축질병방역대책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창범 국장의 소개에 따르면 정부는 축산업 선진화를 위해 △축산업 허가제 도입 △가축거래상인 허가제 도입 △축산농장 출입차량 등록제 도입 △농림수산식품검역검사본부(가칭) 설립 등을 검토 중이다. 또한 축산 농가와 축산관계자의 출입국시 검역기관을 통한 신고 및 소독을 강화하는 국경검역 강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공장식 축산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기업농의 공장식 축산방식은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주요한 원인"이라며 "1998년부터 2007년 사이에도 사육 마릿수가 27.3% 증가했지만 농장의 수는 63.6% 감소했다. 이는 기업농이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식품영양학을 오래 공부해온 학자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이 토론회에서 소비자 입장에 대한 논의는 빠져서 아쉽다"라며 "선진국은 동물 복지, 국민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한다. 그러나 우리의 공장식 사육 체계는 동물에게도 좋지 않고 국민들에게도 건강한 재료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축산이 유기 축산, 환경 축산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 행태가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리스크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안종주 보건학 박사는 "해적 소탕에는 대대적으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는 언론이 국가적 재앙인 구제역 뉴스는 그다지 보도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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