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숨소리 크다" 구타…반복되는 전·의경 가혹행위, 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숨소리 크다" 구타…반복되는 전·의경 가혹행위, 왜?

경찰, 고참에 권한 주고 구타 등 묵인…"제도 폐지 필요"

매번 반복되는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하거나 부대를 이탈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문제가 됐던 부대에서 수개월 만에 또 사고가 터진다. 부대 내에서 은폐한 사건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셀 수 없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강원지방경찰청 307 전경대도 마찬가지다. 선임병들로부터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전경 6명이 23일 집단 이탈했다. 이들은 23일 오전 4시45분께 소속 부대 근무지를 집단이탈하고 원주의 한 PC게임방에서 이메일을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구타 및 가혹행위 피해를 신고했다.

"돈 안 빌려준다고 패드라"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입대한 동기로 같은 해 12월 초 자대배치를 받은 직후 선임들로부터 주먹 등으로 수차례 구타를 당했다. 또한 부대 내에서 전해지는 암기 강요 등 각종 가혹행위 등으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암기 강요는 물론 돈을 빌려주지 않아 구타를 당했을 뿐만아니라 점호가 끝나면 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했다. 그간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부대가 한 번만 더 폭력 등 사건으로 신고되면 해체된다고 해서 못했다고 한다.

실제 이 부대는 2005년 6월 알몸 신고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됐었다. 또한 그해 7월,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307 전경대 사건을 계기로 그간 인권위에 접수된 10여 건의 전경대 내 가혹행위를 직권 조사했다. 이후 인권위는 2007년 2월, 경찰청에 전경대 관련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및 기본적으로 전·의경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그해 10월, 권고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통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고의 계기가 됐던 307 전경대에서 똑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사실상 경찰 내부에 자정 능력이 없다는 방증이다. 이로 인해 전경대 내부에서 발생하는 구타 등의 인권 침해 행위는 여전한 상황이다.

▲ 2005년 당시 알몸 신고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자, 강원지방경찰청은 해당 전의경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경찰, 인권위 권고 수용 후에도 별반 달리진 게 없는 전경 인권

반복되는 구타 및 가혹행위로 경찰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의경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지방청이나 경찰서에선 전의경을 과감히 빼겠다"고 했다.

조 청장은 "또한 전·의경 부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가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근절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307 전경대에 대해서는 "부대를 해체시키든, 다른 곳으로 옮기든 할 것"이라고 특단의 조치도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청장의 대응에도 전·의경 내 구타 및 가혹행위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경찰청에서는 제도 마련을 촉구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했으나 그 후에도 별반 달라진 건 없기 때문이다.

권고 수용 이후에도 2009년 12월 전경대원으로 전입한 A씨가 엎드려뻗쳐 상태에서 선임병들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어 치료를 받았다. 또한 지속적으로 폭행과 성희롱, 가혹 행위를 당했다.

인권위는 전경 폭행 및 가혹행위와 관련, 경북 울진 경찰서장에게 전·의경 지휘감독 책임자에 대한 경고 조치와 전·의경 인권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권고했다.

2008년 7월에는 제주 동부경찰서 112타격대 소속 B씨가 부대 세면장에서 속칭 '원산폭격' 등 얼차려를 받던 중 선임병들이 목 뒷부분을 발로 밟아 목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구타를 당한 B씨는 부대 점검에 나선 경찰관에 발견됐으나 하반신 마비로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자신을 전투경찰의 어머니였음을 밝힌 한 누리꾼이 자신의 아들이 전경대 내에서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고 결국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치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퍼져 논란이 됐다.

경찰은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구타·가혹행위가 사실임이 확인, 선임병 홍모 씨 등 1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폭행을 묵인·방조한 소속 중대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에 307 전경대에서 발생한 집단 이탈을 두고도 경찰은 소속 부대 지휘 요원인 경찰관과 전경대원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조사한 뒤, 가혹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형사입건은 물론, 내부 감찰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외부로 밝혀지는 경우는 일부분

문제는 이런 사고가 외부에 밝혀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경대 내에서는 인권 유린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권위가 2008년 9월, 서울청 3개 부대 등 전국 7개 전·의경 부대를 방문해, 설문-면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선부대에서는 각종 기상천외한 규율들을 만들어 후임병의 군기를 잡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동버스에서 대기하는 동안 후임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좌석 등받이에 허리를 붙이지 못하게 하는 일명 '잠깨스', 내부실 바닥에 치약을 짜서 한 방향으로 30분 동안 닦게 하는 일명 '바닥돌림', 침상에 양반다리로 앉아 목을 뒤로 젖히고 팔을 앞으로 뻗는 일명 '떙겨' 등.

선임병이 후임병의 부대 적응을 돕고자 도입된 '보호수경제도'는 후임병이 선임병의 개인 물품을 챙겨주는 일종의 '개인 비서제'로 전락했다. 각종 규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후임병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습적으로 구타도 이어졌다.

구체적인 사례도 밝혀졌다. '헬스장에서 숨소리가 크다, 회식 중 먹지 않는다, 고참이 담배 피는데 벽에 붙어있지 않는다, 양반다리 높이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무차별 구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후임병이 샤워를 하고 돌아오자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자신도 바지를 내린 후 후임병의 성기 부위에 여자 성기를 그린 선임병도 있었다. 이 선임병은 이 후임병을 상대로 성행위를 흉내 냈고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구타, 피해 후임병은 이를 견디다 못해 자해를 하고 혈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 촛불 집회 때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는 전경들. ⓒ프레시안

"문제 많은 전·의경 제도 폐지해야"

그렇다면 전·의경 가혹행위 문제가 계속 재발되는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부대 관리를 최고참병(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고참병)에게 일부 위임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후임병 업무지시와 폭언이 묵인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자체적으로 처리해 구타 및 가혹행위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의경 부대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출동버스' 내에서의 고된 시간들, 그리고 불안한 현장 진압 작전, 4.5kg의 진압복, 상황 발생 시 거리에서 해결해야 하는 식사시간, 그나마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마칠 수도 없는 식사 등이 그것. 이런 상황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수 일각에서는 '폭력 시위'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폭력 시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시위와는 거리가 먼 지역에서도 전·의경 가혹행위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경찰청 등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도입하고 있지만 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의경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국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는 2012년까지 연차적으로 전의경 제도를 없애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어떠한 합리적 해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는 연차적으로 전의경을 감축해 오는 2013년이면 완전 폐지한다는 방침이었다. 대신 전의경 정원 4만600여 명의 30% 즉 1만4000여 명을 정규 경찰관으로 대체한다는 밑그림을 그렸으나 이것은 이명박 정부 와서 잠정 보류됐다.

오 국장은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개선하기는커녕, 형사처벌 식으로 사후 대처만으로 일관하는 경찰들이 문제"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