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본부의 김 사장, 2011년 새 달력을 걸다 화들짝 놀란다. 어, 이거 왜 이래. 남은 임기가 2달 뿐이야? 지난해 3월 사옥 주차장에다 천막을 치고 업무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임기 끝이라고? 말도 안돼. 야심차게 준비한 연기대상 애드립도 백스물한가지나 남아있다고. '이 사람들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제가 이분들의 열렬한 팬입니다.' 어쨌든 대책을 세워야 해. 그런 건 정확해 내가.
나,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있는 남자야. 아무래도 가장 큰 업적이라면 역시 사장 취임? 천막 생활 할 때 황희만 당시 보도본부장을 특임 이사로 인사조치 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사옥에 들어가자마자 노조의 뒤통수를 친거 기억 나지? 멋져멋져. 사실 '큰 집'은 나의 빛나는 재치와 귀족적인 마스크에 거침없는 기품, 후덜덜한 섹시미를 인정해야한다고. 노조 39일 파업할 때 철저히 무시하다가 파업 끝난 다음에 이근행 위원장 해고한 것도 봤지? 그냥 깨우쳐 주는 거야. 그쪽한테 내가 얼마나 먼 사람인지.
문제는 그 다음인데, 방문진 여당 이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 중에서 이행한 것이 별로 없거든. 내가 원래 '돈 잘 법니다, 돈 잘 씁니다'인데 말이야. 시청률 올리려고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를 옮겼지만 처음에 조금 반짝하고는 영…. 나 정말 자신 있었거든? 그 뉴스로 휘어잡을 자신 있었다고. 근데 왜 계획대로 안되지. 시사프로그램 <후플러스>, <김혜수의 W> 등은 없앴는데 정작 '큰 집'에서 불편해하는 <PD수첩>은 끄덕 없어.
이게 다 노조가 '금이야, 옥이야' 하는 단체협약 때문이야!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 책임과 권한은 관련 실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라니. 어? 왜 내가 하고 싶다는데 못하게 하는데? 다들 너무 고전적이야. 노조는 변한게 하나도 없어. 지금이나 예전이나 내 생각은 단 5분도 안해. 이래서야 '미션'을 이행할 수가 없잖아. 난 앞으로 뭐든지 해볼 생각이야. 언론사상 최초로 단협을 해지하는 '어메이징'한 짓 포함해서 말이야. 그래 인어공주, 노조나 단협 따위 없는 듯이 있다가 거품처럼 사라져 달라고.
하는 김에 '대통령 열차 타고 여행' 행사도 해보자. 이런 게 아이디어란 거다. 누구는 '채신머리 없다'고도 하는데 원래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거 다 알지? 저기, 연기대상에서 참석자들 하나하나 이름 부를 때 다들 세심한 배려를 느꼈을텐데. K본부는 발열조끼 모금행사도 하는데 이정도야 뭘. 내가 이런 남자라고. 내년 연기대상에서도 아시죠? 주인공은 바로 접니다.
▲'K본부 김 사장', 'M본부 김 사장'에게 '김주원 사장'의 '말발'을 대입하면? ⓒSBS |
K본부의 김 사장
K본부의 김 사장. 역시 새해 달력을 걸며 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2009년 11월 취임한 이후 승승장구 잘 달려왔다고 내가. 내가 어메이징한 사장이거든. 나중에 KBS 새 노조라는 골치아픈 녀석들이 생기긴 했지만 내부의 반발은 정직, 징계, 파면, 해고, 지방 발령 등등으로 초전박살 잘 눌러왔거든. 그렇게 성격이 칼 같다고 내가. 고민이라면 요새 얘들이 '내성'이 생긴 것 같다는 건데, 무슨 사원들이 그렇게 독해?
얼마 전엔 파업에 참가한 60명 징계위에 회부했는데 요새는 감봉은 징계도 아니라하고. 어? 징계위 불러도 쫄지도 않고, 어? 아무리 내가 칼 같아도 수신료도 올려야 하고 KBS 회사 이미지도 있는데 계속 이렇게 가기는 어려운거 아냐. 징계위는 일단 스톱. 천천히 가자. KBS 지도층 인사의 윤리란 이런 거야. 하지만 새 노조 생긴 뒤로 <추적 60분>에서 천안함을 다루지 않나, 4대강을 다루지 않나. 당신들 프로그램 속은 왜 이리 험한건데?
성과라면 역시나 방송이지. 난 이렇게 멋진 방송을 본 적이 없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천안함, G20, 연평도. 우리 방송엔 라벤다 향이 있어. 국가와 정부가 부를 때마다 KBS는 항상 그 곁에 있겠다고. 지금. 특히 G20 방송, 녹화는 해뒀나 모르겠네, 어? 지금 지지도 괜히 나오는거 아니다 정말. 그런데 얼마 전에 골치 아픈 일이 터졌다. 내가 양정철 전 비서관을 만나서 충성맹세를 하고 방송 장악 의지를 밝혔다는 건데, 나 정말 그런 일 없거든? 그런 건 원래 있어도 없는 거거든? 이게 나란 사람의 상식이야.
저기, 그래서 내가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내가 좀 전에 저기 하면서 수줍게 말 꺼낸거 느꼈지? 기초는 관심과 온정을 베풀어주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이다 이거야. 얼마 전에 발열조끼 국민 모금사업 봤지? 내가 입만 열면 아이디어라고. 누구는 국방 예산 놔두고 무슨 발열조끼를 성금으로 하냐고 하는데 이봐, 이 조끼는 그쪽같은 사람한테 그런 대접 받을 조끼가 아니야. 이 조끼는 발열선 하나하나를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문자왔숑, 문자왔숑) 어쨌든 난 이제 수신료 인상하고 '코리아 뷰' 띄우고 다 할거야. 얼마 전엔 정연주 전 사장도 고소했잖아. 앞으로도 당신들은 나를 얼떨떨하고 신기해할거야. 난 없는 게 없는 사람이거든.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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