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2주년이 됐지만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철거민들은 여전히 '망루'에 오르고 있다. 용산 참사 이후 여러 대안이 마련됐지만 철거민의 인권을 보호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산 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는 18일 용산 참사 2주기를 맞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토론회에서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용산 참사 이후 쏟아진 제도개선방안은 조합주도의 사업방식,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강제철거 등의 문제점을 양산해내는 현재의 재정비사업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용산 참사 이후 정부는 △영업세입자의 보상 확대 △순환개발방식 도입 △임대주택 우선 확보 △분쟁조정기구 설치 △건물주의 세입자 보상금 부담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에서도 △공공관리자 제도 △주거지관리계획 수립 △재개발정보 공개와 정비 사업비 산정프로그램 개발 등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세입자를 위한 보상확대는 3개월 영업이익을 보상해주는 것에서 4개월로 확대됐을 뿐이다. 또한 임시이주대책을 마련하거나 순환정비방식을 활용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공사나 조합은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기간의 단축을 원한다. 이로 인해 순환식 재개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분쟁조정기구도 세입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에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되레 이러한 제도 개선 이후 세입자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변 교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후 가옥주나 건물주들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나 상가임차인들과의 임대차 계약을 조기에 종료시킴에 따라 이들의 권리보호는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선방안은 세입자에 한해서만 적용이 되는데, 이를 악용, 가옥주들이 재개발 인가 이전부터 계약을 종료해 세입자 자격 자체를 없애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변 교수는 "용산 참사와 같이 엄청나고 값비싼 비용을 치렀음에도 기존 재정비사업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재정비사업에서 기본적인 인권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잇는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 교수는 "주거권과 생존권이 보장되는 대안적 개발방식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용산 참사 희생자 정신을 계승하고 다시는 재정비 과정에서 이러한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막는 남은 자의 의무다"라고 밝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의 배경"
미류 주거운동네트워크 활동가는 재정비 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으로 '강제퇴거금지법'을 제시했다. 그는 "재정비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놓고 정부도 사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말하지 않는다"며 "현재 개발 사업은 절차적 요건만 충족한다면 '합법적'이고 그것에 저항하는 것은 업무방해나 공무집행방해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류 활동가는 "결국 법의 이름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개발 사업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집과 삶을 빼앗아 더 많은 자원을 가진 기업과 대토지 소유주들에게 넘겨주는 사회적 장치"라며 "이 장치 안에 '인권'이 발 디딜 자리는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미류 활동가는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의 배경"이라며 "개발 사업에서 인권을 보장하자는 것, 즉 '합법적인 인권침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취지"라고 밝혔다.
미류 활동가는 "물론 강제퇴거금지법이 제정되기까지는 기술적인 문제, 관점의 문제, 특히 재산권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하지만 강제퇴거 금지는 상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갈 곳이 있는지, 쫓아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것, 즉 상식을 회복하자는 것이 강제퇴거금지법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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